“상화의 시 다시읽으며 찰흙같은 언어 빚겠다” 각오
제39회 상화시인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성대히 거행됐다.
이번 시상식은 이상화기념사업회와 영남일보, 죽순문학회의 공동 주최·주관으로 열렸으며, 대구광역시와 대구문화예술진흥회가 후원했다.
장두영 이상화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민족정신과 시 정신의 회복을 이끌어온 상화 시인의 뜻을 기리며, 시문학의 순수성과 저항 정신을 계승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상화 시인은 일제강점기라는 암흑의 시대 속에서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통해 상실과 희망을 동시에 노래한 민족시의 등불이다. 그의 시 세계는 슬픔과 의지, 절망과 저항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민족의 혼을 시로 승화시킨 저항의 미학 그 자체로 오늘도 읽히고 있다. 심사위원 오정국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본심에서는 총 다섯 권의 시집을 두고 오랜 토론이 이어졌다”며 “현실과 꿈, 기억과 고통을 교차시키며 치유의 언어로 길어 올린 안희연 시인의 시집 『당근밭 걷기』가 슬픔을 사랑과 연대로 전환 시키는 힘을 지녔다”는 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장두영 이사장이 안희연 시인에게 상패와 상금 2000만 원을 수여했다. 수상소감에서 안희연 시인은 “상화의 문장을 다시 읽으며, 빼앗긴 들 속에서도 봄을 되찾으려는 정신의 불씨를 느낀다” 며 “시의 이름으로 사랑의 들불을 일으킬 결심으로 다시금 찰흙 같은 언어를 빚겠다” 고 말했다. 그녀의 진중한 언어에는 시인으로서의 고독과 신념,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 스며 있었다.
이어진 낭송 무대에서는 글로벌낭송가협회 박영선 회장이 수상작 대표 시 ‘당근밭 걷기’를 차분하고 울림 있는 낭송으로 선보였다. 이경숙 열린시 낭송가협회 회장은 이상화의 시를 낭송하며 상화의 정신을 되새겼다. 이수함의 상화 시 노래, 김단희의 민요, 곽나연의 한국무용, 이은경 소프라노의 ‘금강산’, 신현욱 테너의 ‘오 나의 태양’ 등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져 문학과 예술이 어우러진 감동의 무대를 완성했다.
올해로 39회를 맞은 상화 시인상은 단순한 문학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시대를 살아내는 시인의 양심과 언어의 힘을 되새기며, 우리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망하는 문화적 제의(祭儀)이다. 이상화의 이름으로 다시 타오른 이번 시상식은, 문학이야말로 상처 입은 시대의 영혼을 치유하는 불빛임을 조용히 일깨워주었다.
/김윤숙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