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1심 형량 과중”⋯교제사기 주범 징역 20년→16년
재력가의 딸에게 연인을 가장해 접근한 뒤 부모의 자산 100억 원 상당을 빼돌린 이른바 ‘교제사기’ 사건의 주범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의 중대성을 인정하면서도 대법원 양형기준에 비춰 1심 형이 다소 무겁다고 판단했다.
대구고법 형사2부(왕해진 고법판사)는 1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20대)에게 원심의 징역 20년을 파기하고 징역 16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가 빼돌린 현금 일부를 보관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함께 기소된 공범 B씨(30대)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2023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또래 여성 C씨가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점을 이용해 교제하는 것처럼 접근한 뒤 재력가인 C씨 부모가 보관하던 현금과 계좌에 있던 자산 등 약 100억 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으로 취득한 자금 중 약 70억 원을 자금 추적이 어려운 상품권으로 전환한 뒤, 이를 개인 상품권 업자에게 되팔아 현금화해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자금은 공범 B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현금과 상품권, 명품 시계와 가방 등 약 29억 원 상당의 자산을 가압류 조치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의 죄질과 피해자들의 분노를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1심 선고는 대법원 양형기준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1심 형이 무겁다는 피고인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해액이 막대하고 통상적인 사기 범행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피해자들의 경제적 기반을 흔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인격적으로 말살하고 삶을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