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일자리·정주여건 동시에 전환해야 효과적 “대경권 청년은 포항 기피 크지 않아···정책 타깃 명확화 필요” SNS를 통한 인식 개선 홍보 활동 강화도 병행하는 것이 유효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청년 유입을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깊이 있는 논의가 포항에서 열렸다. 포항시와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19일 오후 1시 30분부터 포항시청 4층 대회의실에서 ‘지방소멸 시대, 청년 유입을 위한 정책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지역경제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포항시 청년정책의 구조적 전환 방향 △청년층의 지역별 직장 선호에 대한 실증 분석 결과가 제시되며, 청년 유입을 위한 정책의 초점이 ‘산업·일자리’뿐 아니라 ‘정주 여건·경험·인식 개선’까지 확장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제1부 개회식에서는 세미나 주최측인 남택정 한국은행 포항본부장과 이강덕 포항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도성 한동대학교 총장, 나주영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남택정 본부장은 개회사를 통해 “청년과 지방 문제는 이제 특정 지역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된다”며, “이번 세미나가 포항의 청년 정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청년 문제는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오늘 세미나에서 제시된 전문가들의 의견은 시정에 적극 반영해 미래 세대가 머물고 싶은 지속가능한 포항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최도성 한동대 총장은 축사에서 “포항의 인구 변화는 산업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돼 왔다”면서, “제조업과 함께 서비스 산업을 고도화하고, 대학을 중심으로 젊은 인재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제2부 주제발표에서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주희 전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포항시 청년 유입을 위해 기존의 단편적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청년의 삶 전반을 고려한 통합 정책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사무총장은 “청년정책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일자리·주거·교육·문화·참여가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포항 청년의 현실과 관련해 △일자리 선택 폭의 제한 △주거·교통 부담 △지역 내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지역 산업과 연계된 양질의 청년 일자리 확대, 청년 친화형 주거·교통 정책 강화, 지역 대학·기업·지자체가 연결된 청년 정책 거버넌스 구축 등을 제시했다.
박 전 사무총장은 “청년이 지역에 머무르는 이유는 지원금보다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포항 역시 산업·교육·생활 환경을 아우르는 청년 유입 전략을 본격화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반드시 지역대학이 청년정책의 핵심축에 함께 해야만 유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최승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층의 지역별 직장 선호를 실증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는 만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이산선택실험을 통해 포항 근무에 필요한 ‘추가 보상 수준(WTP)’을 정량화한 것이 특징이다
분석 결과, 전국 청년층은 포항 근무를 선택하기 위해 평균 연봉의 약 17% 수준의 추가 보상을 요구한 반면, 대경권 청년층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추가 보상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이를 두고 “포항 청년 유입 정책의 핵심 타깃은 전국이 아니라 대경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별 선호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은 강한 기피 대상으로, 약 11% 수준의 추가 보상이 필요한 반면 IT·AI, 바이오·미래에너지 산업은 선호도가 높아 추가 보상 요구가 2~3% 수준에 그쳤다. 또한 청년들은 문화·여가보다 의료 접근성, 교통, 기업 조직문화 등 기본 정주 여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특히 여성 청년일수록 의료·주거·조직문화 요소를 중요하게 평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 교수는 “거시적인 산업 유치 정책만으로는 청년 유입에 한계가 있다”며 “신산업 전환, 정주 여건 개선, 그리고 최소 6개월 이상의 지역 거주·근무 경험을 제 공하는 정책이 결합돼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3부 종합토론에서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조태형 부원장이 참여해 좌장을 맡았으며 주제발표자 2명과 함께 이다영 포항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의원, 이영재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손동광 경상북도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해 각자의 시각에서 실용적이고도 정책에 반영할만한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오갔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포항의 청년 유입 전략이 △신산업 중심의 일자리 전환 △대경권 청년 타깃 전략 △의료·교통 등 정주 여건의 우선 투자 △청년의 지역 경험 확대 등으로 보다 정교화돼야 한다는 점이 공통된 메시지로 제시됐다.
무엇보다도 청년들은 지방의 의료 접근성 및 주거비 등에 대해 실제보다 부정적인 인식 오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SNS를 통한 인식 개선 홍보 활동 강화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지역경제전문가는 “청년 유입은 단일 정책이 아닌 복합 정책의 문제”라며 “실증 분석에 기반한 정책 설계와 지역 맞춤형 접근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