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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은해사 주지 선거, 1표차로 이긴 당선 예정 스님이 비밀투표 위반으로 논란 휩싸여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1-22 16:25 게재일 2026-01-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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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실시된 대한불교조계종 영천 은해사 주지 후보 선거에서 성로 스님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1표 차로 석패한 덕관 스님은 성로 스님이 투표한 1표를 무효처리해야 한다면서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소청을 접수했다. /독자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영천 은해사의 주지 후보 선거가 비밀투표 원칙 위반 의혹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6일 실시된 선거에서 덕관 스님과 성로 스님이 1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가운데, 당시 투표지가 노출된 정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된 것이 논란을 촉발했다. 

 

낙선자인 덕관 스님은 영상을 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에 소청을 제기했으며, 최종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은해사 주지직 승계를 둘러싼 경쟁 속에서 치러졌다. 개표 결과 성로 스님이 55표를 얻어 54표를 받은 덕관 스님을 1표 차이로 따돌렸다. 논란은 이후 벌어졌다. 덕관 스님 측은 투표 과정에서 성로 스님이 기표한 용지를 접지 않고 투입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고 주장하고 이 표의 무효처리를 요구했다.

덕관 스님은 소청을 제기하면서 물증으로 이 현장 영상을 중앙선관위에 제출했다. 

 시비는 영상에 잡힌 다소 석연찮은 부분이 발단이 되어 사태를 키웠다. 이 영상을 보면  성로 스님이 투표용지를 접지 않은 투표용지를 기표함에 넣으려하자 뒤따르던 돈관스님이 “다 보인다”고 이야기를 건넨다. 그러자 성로 스님이 “보여줘뿌야지”라고 응답한다. 이 말에  돈관 스님이 다시 “본인이 다 보여주고…”라고 하자 성로 스님은 “내꺼 내가 보여주는데”라며 대수롭지 않게 투표용지를 기표함에 넣는다.  

 여기서 핵심은 성로스님의 기표내용이 노출됐느냐 여부다.  보여주었거나, 타인이 알 수 있도록 기표한 부분이 노출됐으면 내부 규정에 따라 무효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는 당연 유효표다. 이 한표에 양측이 사활을 거는 것은 이유가 있다. 무효 처리 시는 득표수가 54표로 같아져 그 경우 승랍(僧臘·출가 시기) 순으로 당선자를 정하는 규정에 의거, 성로 스님보다 출가 시기가 4년 빠른 덕관 스님이 당선자가 되고, 유효표로 판명나면 성로 스님이 주지 직에 오를 수 있다. 그러니 중앙선관위의 판단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가 데형 로펌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성로 스님은 “양측 참관인이 모두 배석했고, 중앙선관위와 교구선관위 관계자가 전 과정을 지켜봤다”며 “당시 이의 제기가 없었으므로 문제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반면 덕관 스님은 “이 같은 행위가 “선거법상 비밀투표 원칙을 침해한 선거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계종 선거법 제61조(투표의 비밀보장) 제1항은 ‘투표의 비밀은 보장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항에서는 ‘선거인이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촬영 등의 방법으로 공개할 수 없고, 공개된 투표지는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계종 선거법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소청 접수 후 10일 내 심사 결과를 발표해야 하며, 1월 29일 이전 결정이 예상된다. 현재는 28일 선관위 회의가 잡혀 있다. 만약 덕관 스님이 결과에 불복할 경우 재심 호계원에 상소할 수 있다. 재심은 30일 내 마무리된다. 

 이번 사태는 조계종 선거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특히 최근 들어 주요 사찰 주지 선거를 둘러싸고 자주 매표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단 대중들마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선거 공정성은 종교적 신념과 직결되므로 중앙선관위의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차제에 공명선거가 될 수 있도록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스님도 “젊은층이들이 종교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그런 마당에 이런 치부 등이 노출되면 그 위상은 더욱 추락할 수 밖에 없고 결국은 설자리를 잃을 수 빆에 없게 된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중앙선관위의 판단이 늦어지거나 상소 등으로 최종 결과가 지연되면 은해사는 격량 속으로 빠질 수도 있다. 현 주지 덕조 스님의 임기가 2월 중인 점을 감안하면 자칫 주지 없는 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계종 총무원에서 파견나올 가능성마저 있어 신도들의 우려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는 은해사 본사 세력과 구조 개편과도 맞물려 있어 세간의 관심도 적잖다. 덕관 스님은 그동안 은해사를 이끌어온 돈명 회주 스님의 지원을 입고 출마했었던 반면 성로 스님은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지지를 호소했었다. 덕관 스님 패배 시 회주 돈명 스님의 입지도 흔들릴 수도 있고 이는 올 하반기 예정인 총무원장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주지 선거 결과를 놓고 은해사 신도들도 “재검토 필요”(일부)와 “분열 조장 우려”(다른 일부)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성로 스님은 혜국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칠불사·안국선원 등에서 수행했고, 17~18대 중앙종회의원을 거쳐 현재 전북 남원 백련사 주지를 맡고 있다. 덕관 스님은 금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7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하고 현재 경산 불굴사 주지로 재직 중이다. 만장일치로 현 주지에 취임했던 덕조 스님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당선자는 2월 23일부터 4년간 은해사 주지로 활동하며 사찰 재정·행정 관리 및 종단 정책 결정 등에 권한을 행사한다.

이번 논란은 조계종의 선거 문화가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1표 차이의 박빙 승부와 비밀투표 의혹이 맞물리며, 종단 전체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중앙선관위의 최종 판단에 따라 권력 지형 변화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종교적 가치와 민주주의 원칙의 조화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윤희정·조규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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