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지원’ 등에 업고 인근 민간 상권 고사 시, 1억 5000만 원 운영 적자 보전 위해 매년 2억 원 시민 혈세 투입
포항시가 13년 동안 무허가로 운영해온 ‘청림문화복지회관’ 목욕탕<본지 2월 2일 자 5면 보도>이 지자체의 ‘혈세 지원’을 등에 업고 인근 민간 상권을 고사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운영 체계 전반에서도 심각한 허점이 속속 드러나는 모양새다.
법을 어긴 불법 시설이 ‘복지’의 탈을 쓰고 시장 가격을 파괴하는 사이 정작 법을 지키며 세금을 납부해온 영세 상인들은 생존권을 박탈당한 현실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논란이 된 이 혈세 목욕탕의 요금은 대인 기준 4000원으로 시중 사설 업소 요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저가 물량 공세 탓에 이용객이 몰리는 동절기(12~2월)에는 월 매출이 1500만 원을 넘어섰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 달에 약 3750명, 하루 평균 120명이 넘는 손님이 이 무허가 시설로 쏟아져 들어온 셈이다. 인근 민간 목욕탕들이 향유해야 할 수요를 불법 영업을 일삼은 지자체가 독점하며 상권을 잠식한 것이다.
기괴한 점은 이렇게 손님을 싹쓸이하고도 정작 운영은 ‘만성 적자’를 면치 못했다는 대목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이 시설은 월 1500만 원을 벌어도 인건비(5명분) 1000만 원과 수도세 500만 원을 지출하고 나면 세탁비나 시설 유지비조차 남지 않는 방만한 구조로 운영됐으며 적자가 연간 1억5000여만 원에 달했다. 포항시는 결국 이 운영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매년 2억 원 상당의 시민 혈세를 투입해 왔다.
회계 부정 의혹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재정법 제34조(예산총계주의)에 따라 모든 수입은 시 금고로 입금돼야 하지만, 포항시는 수익금을 ‘센터 명의 통장’에 예치한 뒤 인건비 등으로 직접 지출(직지출)했다. 공식 예산 체계 밖에서 소위 ‘깜깜이’ 방식으로 운영된 것을 두고 일각에선 공금 유용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무허가 영업의 폐단은 결제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카드 가맹점 등록이 불가능한 구조 탓에 이용객들에게 현금 결제만을 유도했고 이로 인해 당연히 이행돼야 할 현금영수증 발행도 불가능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주민들을 위한 복지회관 성격상 요금을 타 시설과 대동소이하게 책정해 운영하고 있다”며 “여기서 요금을 1000원이라도 올리면 주민 반발이 매우 심해 인상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인근 상권 침해 지적에 대해서는 “도구, 동해 지역 어르신들도 원정 목욕을 오시는 것으로 안다”며 “그분들도 다 포항 시민이라 복지 차원에서 이해해달라”는 입장을 내놨다.
회계 부정 의혹과 관련해서는 “작년까지 수입금 일부를 인건비 등으로 집행한 것은 맞다”며 “지적을 받은 뒤 올해부터 예산 체계를 정비하고 있으며 카드 결제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목욕업계 측은 “민간 업자들은 고물가 속에서 전기료와 수도세 인상을 감내하며 세금을 성실히 내며 버티고 있는데, 지자체는 영업 신고도 안 된 불법 시설에 혈세를 퍼부어 손님을 싹쓸이해가니 영세 상인들은 죽으라는 소리냐”고 토로했다. 이어 “시가 영세 상인의 생존권을 약탈하는 포식자 역할을 한 대표적 사례”라고 성토했다.
포항 지역 상공인들 역시 최근 복지라는 명목 아래 시가 민간 자영업 영역에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시급한 개선을 촉구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