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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단일화는 빠를수록 효과적이다

김진국 고문 이번 대통령 선거의 시대 정신은 뭘까. 11일 저녁 대선후보 토론을 보면 딱히 잡히는 것이 없다. 서로 약점을 공격한 게 전부다. 미래 비전을 말하는 사람이 없고, 관심을 두는 사람도 드물다. 당장 관심사는 정권교체냐 정권 유지냐다.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주 리서치뷰 조사에서 정권교체 지지(56%)가 정권 재창출 의견(36%)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평가에 대해서도 긍정 평가(40%)보다 부정 평가(57%)가 훨씬 많다.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비슷한 추세다.문 대통령은 지난주 “아무리 선거 시기라고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진영 간의 적대를 증폭시키고, 심지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적대와 증오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진영 간 적대를 키운 게 누군가.문 대통령은 지난달 종교 지도자들에게 “(통합과 화합은)당연히 정치가 해냈어야 할 몫이지만, 저를 포함해서 (정치권이)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국민 분열을 인정했지만, 그 책임은 정치권 전체로 희석했다.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5월 10일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던 취임사는 그냥 좋은 말을 붙여놓은 데 불과했다.촛불 이후 국민통합의 기회를 진영정치로 몰아갔다. 상식이 사라졌다. 임기 내내 정적에게는 잔인할 만큼 용서가 없었고, 같은 진영에는 봄바람이었다. 비서실에 선물한 ‘춘풍추상’(春風秋霜)도 그저 멋있는 글귀일 뿐이었다. 조국 사태 이후 그나마 남은 가능성까지 깡그리 무너졌다. 총선 때는 위성정당으로 협력 세력의 몫까지 약탈했다.공정이 무너지고, 견제할 세력은 없고, 헌정 제도도 마비됐다. 검찰, 법원, 국회…. 일자리는 마르고, 새 특권층이 설쳤다. 청년층이 절망했다. 그나마 지지율이 받쳐주는 건 극심한 편 가르기로 ‘대깨문’을 만든 덕분이다. 정권교체만 하면 이 상황이 나아질까. 또다시 보복과 뒤집기를 반복하지 않을까.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준비된 후보가 아니다. 정권교체를 위해 선택됐을 뿐이다. 집권하면 적폐 청산하겠다는 윤 후보의 말에 문 대통령이 발끈했다. 의도된 오독으로 보인다.하지만 ‘적폐 청산’은 집권 뒤 예상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윤 후보 지지에는 그런 기대도 많이 깔려 있지 않을까.거기에 그치면 불행이다. 냉엄한 국제 환경이 집안싸움만 할 때가 아니다. 경제 상황도 살얼음이다. 촛불은 국민 다수를 하나로 만들었지만 문 정권이 전리품을 독식했다. 정권교체 열망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는 ‘적폐’ 청산뿐 아니라 진영정치 타파와 상식의 회복, 미래의 비전이 함께 녹아 있다. ‘연합정부’, ‘공동정부’를 생각하게 된다.국민은 현명하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지지도는 윤석열(37%)-이재명(36%)-안철수(13%)다. 그러나 호감도는 안철수(37%)-윤석열(34%)-이재명(34%)이다. 윤 후보를 지지하는 건 정권교체를 실현할 가능성이 큰 거대 정당 후보이기 때문이다. 겸손해야 한다. 힘을 모아야 한다.김대중 전 대통령(DJ)은 김종필 전 총리(JP)의 협조를 얻으려 정성을 다했다. JP의 청구동 자택까지 찾아갔다. DJ가 여론조사에서 선두였을 때다. 이회창 후보 측은 ‘숨어 있는 5%’를 꿈꾸며 승리를 자신했다. DJ는 끝까지 최선의 수를 찾았다. 그는 ‘호랑이가 토끼를 잡을 때도 사력을 다한다’라고 말했다. ‘샤이 이재명’ 주장도 있다. 자만해서 이긴 선거는 보지 못했다.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어제 선관위에 등록하고,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를 제안했다. 안 후보는 명분 없이 철수하기 어렵다. 다당제로 ‘새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그런데도 단일화를 제안한 것은 국민의힘 논평대로 상당히 긍정적이다. 여론조사 제시가 단일화를 깨려는 생각보다 명분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명분을 살려야 이탈 표를 줄일 수 있다. 단일화는 투표 직전까지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본사 고문

2022-02-13

상식과 진실에 승복하는 후보를 보고 싶다

김진국 고문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나는 문재인 정권 후계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매우 잘못되고 부족한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문 대통령이나 ‘문빠’들이야 섭섭하겠지만 그러지 않고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무엇이 그렇게 잘못된 걸까? 지난달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정권교체’ 의견(56.0%)이 ‘정권 유지’ 의견(36.7%)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의 불만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일을 꼽자면 한도 없다. 그중에서도 사법 신뢰의 붕괴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법원은 힘없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이다. 돈 있고, 권력 가진 사람이 많다. 주먹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마지막엔 법이 옳고 그름을 가려주리라 믿는다. 그 믿음마저 없다면 힘없는 사람이 어떻게 살겠나.그런데 그게 무너졌다. 민감한 재판이 있을 때마다 판사 성향부터 따지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 비슷한 사건이 판사에 따라 유죄도 되고, 무죄도 되는 일이 벌어진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윤미향 의원 사건에서 범죄는 진영 대결의 축이 되어 진실은 사라져버렸다. 대통령까지 ‘마음의 빚’을 얹었다. 서울·부산시장, 충남지사가 줄줄이 성폭행 사건을 일으킨 것도 기이한 일인데, 여성 인권을 외치던 사람들이 ‘피해 호소인’이란 희한한 조어로 감싸는 데는 탄식만 나온다. 치외법권 특권층인 셈이다.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는 유죄 확정됐지만, 사법 저울을 믿기에는 신뢰가 너무 바닥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법원이 ‘제왕적 대통령’을 받드는 부속기관쯤으로 인식된다. 경찰은 원래 상명하복의 조직이지만, ‘검찰 개혁’은 검찰과 공수처까지 정권의 하청기관으로 몰았다.진실을 가리는 또 하나의 보루는 언론이다. 그런데 지상파 방송, 통신… 정부 힘이 미치는 매체들은 ‘어용’이란 딱지가 낯설지 않다. ‘공정’은 언론계에서 추억이 되어간다. ‘선전 선동’을 언론의 소명처럼 주장한다. 진실은 숨어버렸다.“거짓말도 반복하면 사람들이 믿게 된다”는 요설을 거부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북한은 아직도 ‘북침’이라고 주장한다. 천안함도, 대한항공 858기 공중폭파, 아웅산 폭탄테러, 김정남 살해도 모두 뒤집는다. 그게 북한만의 일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불리한 것은 무조건 뒤집는다. 진실을 뒤집는 기술자들이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 선거는 진실과 거짓을 마구 섞어 야바위판이 됐다. 궤변가들이 전문가 행세다.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것은 ‘도청’보다 ‘거짓말’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는 일이다. 닉슨의 거짓말을 드러낸 것은 언론과 엄정한 사법 체계다.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는 집요한 수사로 닉슨을 궁지에 몰았다. 닉슨이 콕스 해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임명권자인 법무부 장관과 차관 모두 이를 거부하고 사표를 냈다. 범죄를 감추어주면서까지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문재인 정부에서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 많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1년이 넘도록 다투고, 지청장이 사건 수사를 방해한다. 주요 사건 증인이 줄줄이 자살하는데, 진실은 정권이 끝나도록 감춰진다. 범죄자가 큰소리치고, 고발한 사람은 두려움에 떤다. 경험은커녕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나라다.이게 차기 대통령 선거에까지 이어진다. 투자금의 1000배가 넘는 이익을 몰아줬지만 “너는 깨끗하냐”라며 덮어버린다. 정부 공금으로 가족 부식을 사고, 공무원이 민간인의 수행비서, 살림 비서 역할을 한 녹음과 사진이 나와도 아랫사람 탓만 한다. 개인 왕국 같다.사실을 시인하지도, 잘못을 사과하지도 않았다. 반성 없이 고쳐지지 않는다. 시의회에서 지적당한 일이 10년간 이어졌다. 수시로 뒤집는 공약이 어떻게 바뀔지 믿을 수 없다. 진심 어린 시인과 사과가 먼저다. 가뜩이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한계에 이르렀다. 상식이 통하고, 진실에는 승복하는 사회가 정말 그립다./본사고문

2022-02-06

희망을 찾아가는 선거

김진국 고문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대통령 선거전을 보고 있으면 걱정이 앞선다. 과거만 있고, 미래가 없다. 득표를 위한 사탕발림과 홍보 기술이 늘었지만 꿈과 희망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루가 멀다고 쏟아내는 선심 공약을 보면 나라 곳간이 거덜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우크라이나 국민은 정치 풍자 드라마 ‘인민의 종’에서 사이다 발언을 한 코미디 배우 볼로디미르 젤린스키를 대통령으로 뽑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로 끝났다. 젤린스키는 코미디언 친구와 친척들을 정부 요직에 앉혔다. 전문가 없는 아마추어 국정은 표류하고, 내분이 격화됐다. 러시아가 군대를 국경에 집결해 무력 위협을 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젤린스키는 “내가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우리는 그보다 나은가.뽑을 후보가 없다는 사람이 많다. 대선 후보의 비호감도가 더 높다. 지난 연말 한국리서치 조사를 보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호감도가 39.3%인데, 비호감도는 59.1%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호감도 38.0%에 비호감도 60.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좋아서 찍는 게 아니라 더 싫은 후보를 떨어뜨려야 하는 투표다.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축제가 나라를 걱정하는 선거가 됐다.후보들이 추경 액수 올리기를 경쟁한다. 도박판에서 판돈을 내지르는 모양새다. 올해 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게 겨우 지난달이다.그뿐 아니다. 후보마다 돈 나눠주는 공약을 쏟아낸다. 장년 수당, 청년 기본소득, 아동수당, 문화예술인 연금…(이재명 후보),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확대, 무상급식 확대, 부모 급여…(윤석열 후보). 결국 세금 올리고, 나랏빚 얻어야 할 약속들이다. 막걸리, 고무신 선거와 무엇이 다른가.북한이 새해 들어서만 4번이나 미사일을 쏘아대는데 이재명 후보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고 한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대책, 사이버 안보를 위한 예산은 언급 없이 사병 월급을 200만 원으로 올리는 것을 서로 자기 공약이라고 주장한다. 젊은 표에 대한 아부다.선거 쟁점들이 미래보다 과거에 쏠려 있다. 후보와 후보 가족의 과거를 뒤지는 일이 미디어를 뒤덮었다. 아무리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지만 과거에 발목 잡혀 있다. 집권 뒤에도 정적의 뒤를 파고, 공격하는 일에만 몰두할 거라는 걱정을 떨칠 수 없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 시대를 여는 맏형이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의 막내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그는 새 시대를 준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결단했고,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에너지도 내부 토론을 거쳐 원자력발전이 당분간 불가피한 대안이라고 결론 내렸다.문재인 대통령은 “나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과거만 쫓아다니다 끝나간다. 임기 내내 적폐 청산에 매달렸다. 그런데도 조국·윤미향 사건과 잇단 성 추문에서 자기 진영 사람은 철저히 감쌌다.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장기 집권’ 발언은 적폐 청산의 숨은 의도를 말해준다. 오죽하면 이재명 후보마저 조국 사건에 대해 “민주당이 국민의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실망시켜 드리고 아프게 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사과했을까.정치적 경쟁자를 인정하지 않으면 의회 정치가 불가능하다. 정적을 적폐로 몰고, 반일 감정을 이용해 진영 단합을 도모한다. 심지어 우당(정의당)의 뒤통수까지 치며 의회를 장악했다. 선거에 잠시 유리할 수 있지만 국가 앞날은 깜깜하다.중앙선관위 전 직원이 들고일어나 상임위원 유임을 반대했다. 검찰과 법원, 선관위…. 선수들이 심판을 맡는 나라가 정상적인 민주국가인가. 선거가 끝나면 또다시 복수혈전, 과거 집착을 반복하지 않을까. 제왕적 대통령 당선이라는 ‘한방’에 모든 운명을 거는 정치, 그런데도 최선(후보)을 찾을 수 없는 선거…. 이걸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나. 그래도 우리는 투표장에 가겠지. 차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선택하기 위해. 우리까지 내일을 외면할 수는 없으니까. /본사 고문

2022-01-23

여론은 이번에도 양자 대결로 몰아갈까

대선이 3파전이 됐다.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대통령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37%, 윤석열 31%, 안철수 17%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확실한 3자 구도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15%는 선거에서 중요한 고비다. 이 선을 넘으면 선거비용을 모두 돌려받는다. ‘한 달 평균 지지율 5%’를 넘으면 법정 토론회에 참가할 자격도 생긴다. 이 기준은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늪에 빠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당내 갈등과 20대의 이탈, 부인 리스크 등이 차례로 윤 후보를 덮치면서 정권교체의 새로운 대안을 찾는 유권자가 늘어났다.덕분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 (이 37%, 윤 31%, 안 17%) 그러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7%포인트)으로 이긴다. (안 45%, 이 38%) 윤 후보가 단일후보가 돼도 2%포인트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윤 42%, 이 40%)1987년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냈지만,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에 실패한 탓이다. 김대중 후보 진영에서는 ‘4자 필승론’도 나왔다. 1노3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함께 출마해야 김대중 후보가 이긴다는 주장인데, 참혹한 실패(3위)로 끝났다.그 교훈인지 1997년 15대 대선에선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성공시켰다. 선거 두 달 전 김대중 후보는 30~35% 박스권이지만 선두였다. 그런데도 과감한 양보로 DJP연합을 만들었다. 총리와 내각의 절반을 JP에게 넘겼다. 내각제 개헌도 약속했다. 선거 40여 일을 앞둔 시점이다.덕분에 김대중 후보는 충청지역에서만 이회창 후보를 무려 43만 표 이겼다. 39만 표 차 대선 승리의 화룡점정이다. 그렇게 시달리던 색깔론을 극복하고, 대구·경북(TK) 지역에서 14대보다 5% 더(13%) 얻은 것도 그 덕분이다.바로 그 선거에서 이회창 후보가 이인재 후보의 492만 표 가운데 12분의 1만 가져갔어도 승패는 뒤집혔다. 저울추는 작은 무게에 기운다. 캐스팅보트 한 표는 한 표가 아니다.물론 단일화가 박수받을 일만은 아니다. 유권자의 뜻이나 정치적 이상 실현보다 자리 나눠 먹기를 위한 야합이 많다. 그렇지만 유럽에서는 자기 정책을 일부라도 반영하기 위해 치밀한 공동정부 합의서를 만든다. 윤 후보가 ‘분권형 책임장관제’, 안 후보가 ‘권력 축소형 대통령제’를 언급한 것은 공동정부로 갈 수 있는 작은 길을 연 것은 아닌가. 단일화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평균 지지율이 5%를 넘은 후보는 법정 토론 기회가 생긴다. 적어도 선거 막판까지 목소리를 내면서 지지율 상승을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선거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번 선거비용 상한은 513억 원. 15%를 득표하면 지출 비용 전액을, 10%만 넘어도 절반을 보전받는다. 중간에 포기하면 그동안 쓴 게 모두 빚으로 남는다.단일화 룰을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렵다.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앞선다. 윤 후보 측은 민주당 지지자의 역선택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 윤 후보 뒤에는 국민의힘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있다. 이준석 대표처럼 안 후보에게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많다. 3석짜리 정당 후보에게 양보하는 결론은 내리기가 쉽지 않다. 단일화에 성공해도 끝이 아니다. 안 후보로 단일화하면 윤 후보 지지자의 78%가 안 후보에게 가지만, 윤 후보로 단일화하면 안 후보 지지자의 49%만 윤 후보로 간다. (한국갤럽) 이탈표 단속이 어려운 과제다.아직 52일이 남았다. 지지율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직 속단할 수 없다. 막판 작은 실수 하나가 판세를 뒤엎을 수도 있다. 18대 대선에서 두 달 전까지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앞섰으나 갑자기 지지율이 급속히 빠지면서 사퇴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단일화해줬다. 19대 대선에서도 안 후보는 선거 한 달 전까지 문재인 후보와 1, 2위를 다퉜지만 3등에 그쳤다. 인위적으로 단일화하지 못해도 국민이 힘을 몰아줄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본사 고문

2022-01-16

여론은 ‘정권교체’… 담을 그릇이 없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강력한 ‘정권교체’ 열망으로 시작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정권 재창출’이 아닌 ‘정권교체’를 원했다. 지난 12월 초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55.1%가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37.8%였다. (이하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 가치에 대한 결핍감이 절박하다.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 이후 공정 문제는 시대적 화두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윤미향 의원의 위안부 후원금 유용 의혹은 ‘가재·붕어·개구리’들에게 배신감을 안겼다. 부동산 가격 폭등, 취업 대란이 그 근본적인 배경이다.서울·부산·충남 광역자치단체장의 잇따른 성 추문은 도덕적 타락상까지 노출했다. 오죽하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마저 ‘4기 민주 정부’보다 ‘이재명 정부’라고 부르고, “정권교체인지는 모르겠지만 권력 교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주장하겠는가.그런데 후보 지지도는 다르게 움직인다. 알앤써치의 지난 4~5일 조사에서도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50.3%로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윤 후보 지지율은 34.2%에 그쳤다. 정권교체 하려는 열망을 담아줄 정당도, 후보도 찾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5일 45.8%(PNR)에서 불과 두 달 사이에 회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지경으로 추락했다.처음부터 윤 후보에게 쉬운 승부가 아니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민주당에는 선거 전문가가 많다. 전략적 사고에 익숙하다. 목표 지향적으로 작전해왔다. 그에 반해 윤 후보는 정치 초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국민의힘에 치밀한 전략가도 부족하다. 후보감이 없어 밖에서 초보운전자를 데려오고, 전략가가 아쉬워 나쁜 기억이 남아있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다시 모셔 왔다.어느 정도 풍파는 예상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난장판일 줄은 몰랐다. ‘민주당에 갖다 바친다’는 표현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민감한 부인 문제를 아무 준비 없이 불쑥불쑥 외부로 토로했다. 사과는 시간도 놓치고, 진정성 전달도 실패했다. 후보와 총괄선대위원장, 당 대표는 불통했다. 냉소와 가시 돋친 메시지만 난무했다. 노력해서 얻은 표가 없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 열망마저 4할은 실망과 좌절 속에 던져버렸다.축구 선수가 서로 슈팅을 욕심내면 이길 수 없다. 민주당은 ‘머리’가 많다. 후보가 있고, 대통령, 당 대표도 있다. 그러나 모두 이재명 후보가 빛나게 물러섰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라고 선언했다. 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모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노태우 후보를 위해 ‘6.29 항복선언’을 연출해줬다.국민의힘은 거꾸로 움직인다. 다 주인공이고, 다 잘났다. 윤 후보가 초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정치 비전이나 정책을 정리할 시간도 없었다. 말을 할 때마다 설화다. 하지만 그런 줄 다 알고 데려온 것 아닌가. 당에서 다듬고 챙겨줄 수밖에 없다. 생색을 낼 일도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다.선거를 앞두면 누구나 화장한다. 중간 표를 노려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노동운동가이던 이재호·김문수 전 의원을 영입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 전 총리와 손을 잡았다. 그렇다고 후보가 정체성을 버렸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국민의힘에서는 그런 노력이 후보 간 대결이 되기도 전에 당내 분란으로 번진다. 윤 후보가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혼란스럽다.지금은 후보의 시간이다. 국민의힘 당헌은 “대통령 후보자는…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제74조)고 규정하고 있다. 당내에서 갈등할 시간이 없다. 국민의힘이 무능해 국민의 지지를 못 받고 자멸하는 것이야 상관할 바 아니다. 하지만 민심은 분명한데 그것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상황은 비극이다. 엉뚱한 다툼에 정작 필요한 미래 비전을 둘러싼 후보 간 대결이 실종된 것도 안타깝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