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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전무죄(有錢無罪) 사회의 청산?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한국은 문명국가인가?” 묻는다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어렵다. 명색이 우리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고, 2차대전후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라고 뽐내지만 아직도 사회전반의 윤리와 인권의 측면에선 문명국가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다. 2천년대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고위직 공직자에 대한 청문회를 보면 힘없고 배움이 적은 서민들은 도저히 빠져나갈 마음조차 낼 수 없었던 병역과 납세 등의 의무를 많은 후보들이 그렇게 쉽게 면탈하고도 그만한 지위에 오른 것을 보고 새삼스럽게 놀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세계적 기업인이 탈세 횡령 등 천문학적 금액의 엄청난 불법 부정을 저질러 놓고도 어떻게든 법망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과연 이 나라가 법치국가이며, 법앞에서 모든 국민이 평등한지 의문을 가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최근에는 그렇게 많은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권력형 비리 인물들은 우리 사회에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2010년에 세계 43위로 2009년의 39위보다 더 떨어지고 있어 국가위상의 안과 밖이 엄청나게 다른 사실을 실감한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은 보통국민과 다른 초법적 지위를 누리게 되는 이중적 사회라면 과연 문명국가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윤리의식이 실종된 상당수의 지배층이 유전무죄로 존재하는 사회구조가 지속되는 한 우리는 스스로 `선진국`,`문명국`이라고 입도 벙긋할 수 없을 것이다.그러나 지난달말,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국내 굴지의 재벌총수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1심 법정에서 징역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사건은 유전무죄 사회가 청산되는 신호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법원이 검찰의 수사를 뒤집어가며 1심에서 법정구속까지 시킨 것은 재계에 큰 쇼크를 준 모양이다. 재벌총수들의 사법처리 문제가 생길 때마다 경제발전에 끼친 공로를 들먹이거나 국민경제에 영향을 주는 사업의 차질 운운 하며 봐주기식 판결을 해 온 선례에 비추어 제대로 된 법치가 이뤄지는 데 대한 반응인 것이다. 물론 이에 앞서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실형선고와 법정구속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분출한 이후 최 회장에 대한 이같은 사법처리는 지금까지의 재판관행이 국민들의 요구수준에 맞추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당선인도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특별사면과 관련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관행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새로운 법질서확립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그러나 법원의 재판성향 변화가 발전적으로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유전무죄의 사회구조는 어느 한쪽만의 변화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금력과 권력이 있는 계층이 빠져나가기 쉬운 허점이 방치된 법제도의 정비다. 이것은 재판관행보다 더 중요하다. 법제도의 정비를 통해 변호사의 전관예우를 없애고, 양형의 재량권을 축소하는 등 힘있는 사람들에 대한 봐주기식 수사나 재판의 소지를 막아야 할 것이다. 이같은 법제도를 정비하려면 정치인들의 의식이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회에는 사법제도와 관련 이해관계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법조계 인사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어 법제도의 정비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정치쇄신을 요구하는 국민여론 속에는 국회의 직업이기적 특혜구조를 혁파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국민들은 이에 대한 여야정당의 실천의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세계적으로도 지난해 3월 160개국가와 EU는 부패에 관한 국제협정을 비준하고, 정의의 행동규칙 확립에 대한 법적구속력을 가지게 했다. 우리 정치권도 지난 대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법원의 변화에 맞추어 유전무죄의 사회구조를 청산하는 일에 함께 진력해야 할 때다.

2013-02-06

허백정(虛白亭)과 귀달마(貴達馬)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조선조 성종때부터 연산군 때까지 홍문관 대제학 이조판서등의 관직에 올랐다가 연산군의 패정에 직언을 하는 바람에 교형을 당한 직신 홍귀달의 일화는 오늘을 사는 공직자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다. 후세에 `한국의 소크라테스`라고도 불리운 그는 `허백정`과 `귀달마`이야기를 남겨 청문회에 선 고위직 후보들과 비교해 큰 감동을 준다.홍귀달이 42세 때 서울 남산 아래 청학동 부근에 띳집 한간을 지어서 `허백`이란 당호를 걸고 지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999칸 화려한 기와집을 짓고 산다는 소문이 퍼져 과거보러 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고 한다. 혹자는 벼슬이 높으니 호화주택을 짓고 산다는 모함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나 비록 한간 집이나마 999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얘기가 와전됐다는 설도 있다. 이 집 때문에 한국의 소크라테스라는 후인들의 평가도 받았다. 또 홍귀달은 벼슬이 높았음에도 검박해 걸음이 느린 조랑말만 타고 다녔다고 한다. 길가는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귀달마`라 했고, 그의 인품을 흠모하면서 말의 초라함을 비웃었다는 것이다. 그 뒤 시세에 영민치 못하고 노둔한 사람이나 사물을 `귀달마`라 했다고 한다.고위공직자 인사철이 되면 `높은 사람`에 대한 국민들의 존경심이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최고위직은 대개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과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온갖 비리나 부정, 불법적인 과거가 드러나 여야가 보고서 채택문제를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도 청백리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며, 왜 하필이면 흠있는 공직자가 후보로 추천됐는지 의문스럽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능력이 있는 후보감들도 청문회가 겁이나 지명을 고사하는 바람에 인재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우리 사회 지배층의 총체적 도덕성 해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어둡다.인사청문회를 마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직당시의 문제로 국회 보고서 채택이 어려워졌다. 헌법재판관으로 있으면서 월평균 400만원씩 지급된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을 받았고, 자신의 예금과 지출의 합산이 수입액수보다 많은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지 못했으며, 9회의 해외 출장시 5회의 부부동반, 관용차로 딸을 출퇴근시킨 것 등이 주요 지적사항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인사이고,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사실상 첫 인사로 평가되는 헌재소장 후보의 청문회 좌초는 본인의 불명예는 말할 것도 없고 박 당선인의 정부인사에까지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박 당선인이 첫 총리후보로 지명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원칙 바로 세우고 사회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설명에 걸맞는 인물로 기대되지만 후보지명을 계기로 사적인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두 아들의 병역면제가 적절한지, 어린 아들 명의의 거액 재산이 적법한지를 따져야 한다는 야당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후보자 본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피하고 있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당선인의 첫 인사라는 점 때문에 여당이 이를 물리적으로 밀어붙이기라도 한다면 박 정권의 앞날에 그늘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물론 청문회에 올려지는 후보들은 그만큼 고위직에 오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선망과 함께 시기도 받았을 것이고, 고의적인 흠집내기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생의 목표를 고위직에 두지 않더라도 공직자로서는 엄격한 자기관리를 하는 것이 본연의 도리다. 지금 우리나라 청문회 제도가 비리 부정에 대한 사전 검증을 거치지 않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후보를 몇 번이고 낙마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적격인물을 선택하는 엄격한 청문회가 돼야 한다. 이를 계기로 공직자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일상화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2013-01-30

4대강 문제, 대통령이 입장 밝혀야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4대강사업이 끝내 말썽이다. 당초 이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출마 당시 4대강 운하사업으로 공약했다가 너무나 반대가 심해 4대강 정비사업(4대강살리기 사업)으로 바꾸어 시행했지만 임기 내내 야당은 물론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들이 끝까지 문제점을 들추고 비판해왔다. 그 과정에서 대체로 MB지지성향의 국민들은 이 사업에 긍정적이었던 반면 반MB성향의 국민들은 이 사업에 부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4대강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진실은 이같은 찬반에 묻혀버리고, 정치색에 따른 주장만 무성했다는 것이 이 사업을 둘러싼 일반적 평가라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찬반을 막론하고 상당한 공감을 가졌던 지적은 사업규모의 방대함에 비추어 한꺼번에 4대강을 정비하는 사업은 무리였다는 것이다.그러나 감사원이 MB정부 임기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4대강 보의 안전성과 수질 등 모든 면에 심각한 부실을 안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지금까지의 논란과는 다른 국면이 시작됐다. 실로 국민들로서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4대강사업을 반대하고 비판했던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지적이 거의 옳다고 판정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해당부서에선 감사원의 발표에 대해 보의 안전과 기능에는 문제가 없고 수질문제도 긴 호홉으로 보면 괜찮다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정부내의 감사원과 관계부처가 정면충돌한 것이다. 설사 시행부서가 반박을 했다할지라도 국민들의 불안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감사원이 지적한 대로 보가 불안한 상태에서 홍수기에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그 재앙이 어떠하겠는가. 물관리의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금년 집중호우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당장 확실한 안전 대책이 제시돼야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감사원의 태도에 전적으로 신뢰가 가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감사결과 발표도 현장 점검후 몇 달이나 지나 대통령 임기말에 임박해서 발표한 점과 지난해 발표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했던 점 등이 미덥지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도 야당의 4대강사업 부실주장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않고 있다가 감사원이 발표하니까 “원점부터 점검해보자”고 주장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후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번에도 야당과 시민단체만 국정조사와 함께 확실한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만은 여야의 공방만으로 어물쩡 넘어 갈 일이 아니다. 정부의 공식적인 최고감사기관이 문제삼은 마당에 책임규명과 시정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4대강이 보 시설과 수질면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면 비록 임기가 끝나는 정권이라 할지라도 책임을 끝까지 물을 수밖에 없다.이명박 대통령은 정부내 감사원과 부처간의 충돌이란 점에서도 최종정리를 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자신의 대선공약 가운데 최대의 공약으로 추진했던 사업이란 점에서 직접 나서서 입장을 표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감사원 발표가 사실이라면 그에 다른 책임문제와 대처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고, 아니라면 설득력 있는 증거자료와 함께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명을 하는 것이 도리다. 지난 두 차례의 홍수기에 큰 탈이 없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사례지만 그동안 많은 적조가 발생해 물고기가 떼죽음을 했고, 보바닥의 세굴 현상과 바닥 보호공의 유실, 많은 보에서 발생한 수많은 균열, 수문의 고장 등은 적당한 해명만으로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불신을 씻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다음 정권과 국회가 이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이 대통령에게 불행이 닥치게 됨은 물론 박근혜 정부도 이 문제의 소용돌이 속에 많은 혼란을 겪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권인수위원회도 이 문제에 대해 각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2013-01-23

인간의 자존감은 어디서 오나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인간의 가장 근본 질문은 `왜 사느냐`이다. 이 질문에 명료한 답을 가진다면 그 사람은 이미 평범한 인간을 넘어선 경지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귀영화 등 나름대로 세속적 삶의 목표를 가지고 그냥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늙고 병들고 세상을 하직하는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간다고나 할까. 인생이 세속적인 삶에 만족하면서 늙어간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살다가 어떤 고비마다 부딪히는 이 근본 질문에 막히면 한없는 좌절과 고독,우울, 때로는 자포자기에 이르는 엄청난 시련을 겪게된다. 자기 스스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죽음을 생각하는 절박감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죽음에 내몰리는 사람이 2009년 현재 하루에 42명이나 돼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라고 한다. 사망원인별로 보면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순으로 높고, 자살증가 추세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제 한국인은 소득 2만달러-인구5천만 클럽의 세계7위 강국에 진입했다고 자랑스러워하지만 살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국민이 증가하는 속도는 그보다 더 빨라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국가적 성공과 영광 앞에서 절망하고 좌절하는 국민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당황스러운 일이다.1960~1970년대에 우리 국민들의 눈에 비치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들은 감히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아득히 먼 천상의 국가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것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중국, 인도 등을 앞질렀고, 유럽에서는 스페인 러시아 등 쟁쟁한 나라들을 뒤로 한 채 이들과 어깨를 겨누게 된 것이다. 우리 스스로 대견스러워 할 만큼 대단한 발전이고, 성장임이 분명하다.그러나 이같은 압축 성장의 뒤안길에 그만큼 큰 좌절의 벽이 가로놓인 줄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성장은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경쟁에서 지속적으로 승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로지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최상의 가치로 인정된다면 경쟁에서 뒤진 사람이나 처음부터 경쟁의 대열에 줄서지 않는 사람은 쓸모없는 존재, 가치없는 존재로 취급되고 마는 것이다. 더욱이 경쟁이 잣대가 되는 사회는 가족을 포함한 모든 공동체가 경쟁원리에 따라 구조가 바뀌게 되고, 그에 따른 공동체의 해체는 기성체제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할 장치 마저 잃어버리는 위기를 가져왔다. 자기상실을 치유하는 기능을 가진 기성 종단마저 소외된 이들에 대한 교화와 치유보다 성공한 경쟁자에게 기울고 있는 현상은 이 세상 어디에도 따뜻한 삶의 손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망감을 안겨주었다.못살던 시절, 우리 국민들은 돈만 많이 벌고 물질적으로 성공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 그게 아니란 걸 깨달은 지금 우리는 다시 삶의 원초적 질문에 부딪쳤고,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인식 없이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했다. 아무리 자살예방을 위한 사회정책을 수립해도 우리 사회의 바탕에서부터 사람 본위의 사회를 만들지 않는다면 결코 자살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인본사회의 핵심은 모든 가치의 중심이 사람이란 것을 실현하는 것이다. 경쟁의 낙오자나 경쟁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돈과 지위로만 평가하지 말고 꼭 같은 가치를 지닌 사람으로 대우하자는 것이다. 그럴 때 `인간은 수단이 아닌 인간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만물 가운데 인간이 가장 존귀한 존재`라는 인식이 심어질 것이다. 종교에서도 인간만이 천국에 갈 수 있고, 인간만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간의 존엄한 위대성이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인간의 자존감이 우러나오게 하는 인본적 성숙성을 가질 때 우리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자살은 저절로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 싶다.

2013-01-16

정치쇄신, 박근혜 당선인이 챙겨야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국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위법행위를 하면서도 국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커녕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소속 의원 9명이 당일로 외유를 떠나 국민들에게 깊은 배신감을 줬다. 국민들은 불과 며칠전 대통령선거 기간 여야가 내놓은 갖가지 정치쇄신 공약과 정책에 대해 투표로 엄중한 선택을 했다. 정치권은 국민이 선택한 명령을 따를 것이라 믿었지만 믿는 도끼에 발이 찍힌 것이다. 국민이 배신감을 느낀 것은 세가지 이유다. 국민이 선택한 정책을 정치가 제대로 수용을 못한 것과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쇄신을 지키지 않는 것,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민들이 얼마나 어렵게 살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제주강정 해군기지 건설은 이미 국민이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의 정책으로 다수가 지지했고, 제주도민과 강정마을이 소재한 서귀포 주민들도 이에 손을 들어 주었다. 이번 예산안 지연 처리가 강정 해군기지 단골반대에 나섰던 이념적 시민단체 등의 눈치를 본 민주당의 몇몇 의원들 때문이었다는 것은 아직도 국민의 선택과 심판을 무시한 일부 정치세력의 위법적 오만과 횡포가 통하는 국회로 건재함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왜 투표를 하는지, 왜 민주주의를 하는지 이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민단체의 눈치나 살피는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그만두고 아예 시민운동에 나서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다. 이들 잘못된 소수의 횡포에 끌려다니는 여야 국회의원들도 국민의 소명을 절실하게 받아들이지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신을 의심받게 하는 것이다.정치쇄신 공약은 대선 당시 후보들이 약속했던 입에 침도 채 마르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정치쇄신은 지난 대선의 최대 쟁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새정치`의 아이콘처럼 떠오른 안철수 현상은 바로 총체적으로 불신받는 정치권의 행태를 바로 잡을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환호였던 것이 바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안철수 현상은 국민의 눈에 비친 정치적 신기루였지만 다급해진 기성 정치권의 후보들은 의원 불체포특권포기, 의원정수 감축, 의원연금 폐지, 세비 30%삭감, 영리업무의 겸직금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앞다퉈 공약했다. 새누리당에선 선거기간중에 여야가 합치되는 공약은 바로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서둘렀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처리가 그걸 허사로 만든 것이다.특히 “세비를 깎겠다”, “의원 연금을 폐지하겠다”는 등의 약속은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발상 이전에 불경기속에 고통받는 서민들과 아픔을 함께 한다는 정서를 내포한 것이었다. 이번에 보니 국회의원들은 역시 서민의 아픔을 모르는 국회의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세비를 깎아 국민의 고통에 동참했다는 다른 나라 국회의원들의 이야기는 지나가는 바람소리였다. 이들이 실직자, 영세상인, 영세기업인, 비정규직근로자 등의 손을 잡고 한 표를 호소할 때 고통에 동참하겠다며 지은 표정은 표를 위한 교언영색(巧言令色)에 불과했다.이제 눈앞의 허위와 거짓 앞에 국민이 선택할 길은 무엇인가. 신기루 안철수도 사라진 마당에 당장 대안은 없을 것같다. 내년이면 닥칠 지방선거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인가. 물론 금년중에도 재보궐선거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알아야 할 것은 고통받는 국민의 입장에선 반드시 선거를 통해서만 심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MB정부도 집권초기에 촛불시위의 저항을 받지 않았던가. 정치쇄신 방기가 빚은 국민의 분노는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다수당으로 집권한 새누리당은 정국을 주도할 책임이 있고 박근혜 당선인은 집권세력을 선도할 책무가 있다. 정치쇄신 늑장이 국민의 저항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신뢰에 금이 가지 않도록 정치권의 약속을 뼈에 새겨서 챙겨야 한다.

2013-01-09

밝은 세상에 대한 염원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우리 민족이 간직했던 사상의 원형은 `밝`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학계의 정설은 없으나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언어학적인 접근방법에 의한 증거가 가장 뚜렷이 남아있어 그렇게 보는 것이다. 백두산(白頭山=밝뫼), 단(檀=밝달), 배달, 백의(白衣)등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삼국유사 신라시조혁거세왕(新羅始祖赫居世王)조에는 `혁거세(赫居世)는 우리말로 혹은 불거내왕(弗炬內王)이라고도 표현하는데, 밝게 세상을 다스린다(光明理世)는 뜻`이라고 주석을 달아놓고 있다. 박혁거세의 박자도 이 `밝`을 한자로 의음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말에 남아있는 `설`이란 단어의 뜻도 새벽의 빛이 비치는 여명과 한해의 첫날이 열리는 원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같은 사상을 생활속에 남겨놓은 흔적은 지명에도 많이 남아 있다. 특히 경주와 인접한 포항지역에는 연오랑세오녀의 전설과 영일(迎日), 일월(日月)이란 지명, 동해(東海)라는 지명이 유난히 돋보이는 것은 빛이 오는 곳에 대한 신성함을 땅 이름에 새겨두려 했을 것이다.새해 벽두에 조상님들의 사상적 원형질을 생각해보는 것은 올해가 우리 민족과 국가의 명운에 큰 변동을 가져올 한해가 될 것 같아서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나라와 민족의 앞날이 힘차게 솟는 밝은 태양과 같이 새로운 태평성대를 열수 있을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어둠과 침체 속에 신고를 겪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2월이면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해 새로운 정치를 펼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물론 48%의 국민이 야당후보를 지지했지만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의 과반수가 넘는 지지로 정통성을 가진 정부가 들어선다는 것은 정치적 안정을 담보하는 것이다. 대선후 첫 성과물로 나타난 여야합의에 의한 새해예산안의 처리는 대결정치를 청산하는 첫 단추를 끼운 것 같아 국민의 마음을 밝게 했다. 세계인들은 한국이 정치적인 후진만 벗어난다면 국격이 한층 높아질 것이란 평가를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미국과 유럽의 금융불안, 일본의 경제침체 등 선진국보다 안정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정치의 수준만 높인다면 어떤 진전을 이룰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이 정치적 선진화를 이룰 계기가 된다면 우리는 밝은 세상을 이룩할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국내외의 어려움은 결코 만만치 않다. 우리와 형제간이면서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개발용 로켓발사에 성공한데 이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어 남북의 평화공존과 통일은 너무나 멀어진 느낌이다. 오히려 북한의 위협은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안보불안을 가중시키고 미사일과 핵에 대한 주변 강대국의 간섭과 다자구도의 해결 노력은 한반도를 국제 분쟁지대화할 가능성마저 높여주고 있다.한반도의 정세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은 패권주의를 강화하면서 우리와는 물론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을 격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유럽 중심의 대외정책 방향을 아세아 중심으로 옮길 것을 선언한 미국이 이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세계경제 2위 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은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을 견제하기보다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의 새 집권세력 아베 내각은 노골적인 반한 극우노선을 다짐하고 있는 한편 중국과 일본은 센가쿠(다오위다오)에서 군사적 대결을 팽팽하게 벌이고 있어 한반도의 태평양쪽 입구에는 언제 전쟁이 발발할지 모를 살벌한 상황이다.박근혜 정부는 이같은 모든 위협과 불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세계경제의 침체를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가슴답답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극복하고 2차대전후 세계10위권 경제대국과 민주화를 성취한 저력과 자신을 생각하면 결코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 계사년, 뱀과 같은 슬기로 희망찬 밝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2013-01-02

건강한 야당에 대한 국민생각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패배는 어쩌면 국민의 패배인지 모른다. 여론조사에서 보듯이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정권교체를 원했는데도 이를 성취시킬 수 없었던 국민들의 심정에는 승리의 기쁨 속에 차선의 선택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도 함께 묻어 있지 않을까. 지지하고 싶어도 지지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돌아서게 한 문재인 후보와 통합민주당의 자질과 역량이 오죽했겠느냐는 새삼 따지고 싶지도 않다.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한 야권의 잘못을 질책하기에 앞서 이런 수준으로 과연 이 나라에 야당이 제대로 존속될지, 정권대체 정당으로서 구실을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대선 기간 중 문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면서 `독재정권`이란 말을 썼다. 이미 여야 정권교체를 두 차례나 이룬 직선 대통령 정부를 `독재정권`이라 비판한 자체가 별로 설득력이 없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이런 인식수준을 가진 야권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 같은 걱정이 앞섰다. 승자인 박근혜 당선인을 기쁨으로 축하하는 마음 한구석에는 현재의 야당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처절한 성찰과 치열한 혁신의 길`을 다짐했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성찰에 따라 밝혀진 잘못을 혁신하는 과정을 통해 제1야당으로서의 건강성을 회복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당연한 자기 반성의 변이겠지만 민주당은 이미 지난 4·11총선에 이어 같은 실수를 반복했고, 반성과 혁신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의문은 대선패배에 따른 당권문제의 처리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대선에 패배한 문재인 전 대통령후보가 선거과정에서 영입한 국민연대 상임대표인 안경환 서울법대 교수를 새 지도부 선출 때까지 비대위원장에 임명하는 문제로 당이 갈등 국면을 빚었던 것만 해도 그렇다.민주당의 문제는 민주당이 자율적으로 처리하겠지만 문재인 전후보의 처신은 일반 국민들의 눈에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 전 후보에게 처음 당권을 위임할 때 조건이 무엇이냐를 따지는 것은 단순한 형식논리에 불과하다. “패장은 말이 없다”는 상식에 비추어 당의 최정상 지도부에 위치했던 인물이 패배의 책임을 혼자 지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더우기 문 전 후보는 박근혜 당선인과 달리 의원직을 버리지 않고 대선후보가 된 것도 국민들의 눈에는 대통령 후보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 다른 욕심이 남아 있는 것 같았는데 대선의 패자가 당권에 관여하려는 인상을 준 것은 정권교체 실패 책임의 엄중함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처절한 성찰과 치열한 혁신`은 아직도 어떤 내용일 것인지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총선과 대선의 패배가 보여준 민심에는 아무리 정권교체가 절실해도 제1야당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묻지마 선택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국민이 양대선거에서 보여준 가장 특징적인 현상을 든다면 종북이나 친북세력과는 함께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4·11총선에서 당의 공식행사에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가 국민의 반대를 불러 왔고, 이번 대선에서도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와의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패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명색이 제1야당이면서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한데 이어 무소속 후보인 안철수 교수에 매달려 대선을 치르려는 태도는 수권 능력에 심각한 이상이 있음을 자인한 것과 같다. 민주당이 건강한 야당이 되려면 국민들이 안심할 만큼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2012-12-26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라는 것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18대 대통령선거는 전례에 없는 선거전 양상으로 국민의 정부선택권에 많은 혼란과 굴곡을 겪었다. 강력한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나와 제1야당 대통령 후보와 1대1의 단일화 경쟁을 최종 후보등록일 직전까지 벌였는가하면 제3후보는 투표일 이틀 앞두고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사퇴함으로써 후보간의 정책보다 야권단일화에 초점이 맞추어진 선거로 시종했다. 후보 확정이 늦어짐에 따라 정책공약집 발간이 투표일이 임박해서야 배포되고, 후보간 TV토론 또한 겨우 3차례만 진행되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 선거는 `묻지마 투표`가 되고만 셈이다. 물론 찔끔 찔끔 분야별 개별 공약을 발표했지만 유권자들의 체계적 검증과 국정 전반의 정책을 알기에는 매우 부족했다. 오늘 개표 결과 발표될 대통령 당선자는 자질과 정책에 대한 국민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않은 상태에서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 만큼 향후 5년간 국정을 맡게 될 대통령당선자는 취임전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을 통해 발간된 공약집에 기재된 정책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비현실적인 것은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과정에서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던 안보·외교 분야의 정책과 일자리 창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경제분야의 성장정책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고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선거과정의 미진함이 향후 국정운영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방향을 잡자면 국내외 상황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대선과정에서는 국민의 표심잡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복지다, 경제민주화다 해서 서민과 중소상공인들에게 듣기좋은 얘기들만 늘어놓았다. 그러나 그것은 정책의지만으로는 되기 어려운 일이다. 우선 국내 경제의 부를 키울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성장이 전제되지 않고는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 수 없고,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면 복지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대통령 당선자는 가계부채가 국가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준에 이른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1997년의 모라토리움 사태에서 겪은 교훈을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지금 미국발 금융 위기가 유럽까지 확산되어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국가들이 겪고 있는 경제난과 아직 침체국면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서민들과 중소상공인들을 경제위기에서 탈출시키고 이들을 중산층으로 자리잡게 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라도 세계적 경제위기에 함몰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대통령 당선자가 또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 대선 기간에 북한이 핵무기탑재 미사일 개발용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금명간 핵실험 가능성도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북한에 의한 안보위험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의 미사일 기술은 북한보다 6~10년 뒤지고, 핵무기개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수준이다. 당분간 안보외교를 통해 이 문제에 대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변국 중 일본은 국내선거를 통해 국수적 제국주의로 회귀하고 있어 우리와의 마찰이 더 격화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중국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패권주의적 행태는 물론 북한을 비호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도 한일간의 갈등과 한중간의 이해상충으로 미묘한 입장의 굴곡이 생겨나고, 국내 반미주의자들의 과격한 행동은 한미외교의 결림돌이 되고 있다. 러시아도 이번 3차례의 나로호 발사실패에서 보듯 우리와의 협력이 쉽지 않다. 우리의 안보외교가 열어야 할 길은 매우 복잡하고 난해하다. 이것은 우리의 통일문제와도 맞닿아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내우외환 앞에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과 함께 난국을 풀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통합의 기수임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야 한다.

2012-12-19

단일화 허상·후퇴정치, 계속될까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이제 대통령선거 투표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 유권자 표심의 흐름으로 보면 이 정도 남은 기간에선 대체로 판세가 굳어져 사실상 판가름 나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경우는 막판까지 피말리는 혈전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철수 후보 사퇴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우위가 굳어지는 듯하다가 안 교수의 뒤늦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지지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일부의 전망 때문이다. 누가 당선될지는 개표를 해봐야 알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의 대통령선거 문화와 정치발전은 이전보다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안철수 교수의 정치행보가 본인의 주장인 `새정치`와는 달리 유례 없는 구태정치를 몰고 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치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새정치는 과연 어떤 것을 말하는가. 일반 국민들은 여야 어느 정당이든 당리당략보다는 국민의 이익과 복지를 우선하고, 싸움보다는 합리적 방법으로 합의를 이루는 정치를 가장 먼저 새로운 정치로 손꼽을 것이다. 또 국민들은 어느 정당이든 어느 후보든 자신들의 정책노선을 국민앞에 투명하게 제시하고, 공정하게 심판받는 정치를 원할 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말과 주장을 바꾸는 정치, 국민앞에 분명한 노선을 밝히지 않는 정치세력, 단지 정권교체만을 이유로 연대하는 정치, 특히 애매한 발언과 애매한 주장, 애매한 정치행보로 국민의 선택을 방해하는 정치는 결코 새정치의 범주에 들 수 없는 것이다. 부패세력이나 종북세력으로 드러난 정치세력은 말할 필요도 없이 새정치와는 반대편에 있는 것이다. 부패세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을 가로 막는 세력이고, 종북세력은 반인권적 왕조사회를 추구하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고,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당리당략정치, 국민의 판단을 가로막는 불투명 정치, 부패와 종북 정치 등을 없애야 한다.새정치와 관련, 올해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의 선택을 방해한 불투명하고 애매한 단일화 정치라 하겠다. `새정치`를 표방하며 등장한 안철수 교수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후보를 사퇴하고, 개념도 불분명한 `새정치`실현과 `정권교체`를 이유로 민주당 문 후보를 지지하고있다. 국민에게 가장 큰 불투명 정치를 선보인 셈이다. 더구나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두 번이나 일방적으로 후보를 사퇴해 국민들에게는 `새정치`가 `장난 정치`처럼 비쳐진다. 대선 출마에서부터 후보결심, 그리고 단일화 선언에서부터 후보사퇴에 이르기까지 안 교수는 시종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고, 후보사퇴 후 문후보 지지마저 불투명한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런 안교수의 태도는 그를 지지했던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도 기성 정치권이 쇄신을 못하고 구태에 안주할 경우 제2의 `새정치`세력 출현에도 큰 장애가 될 것 같다.애매한 정치 행보도 문제지만 대선 때마다 나오는 야권단일화 레퍼토리도 이제 식상한 메뉴다. 명분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많기 때문에 야권이 단일화한다지만 그렇다면 정당정치를 포기하든 아니면 야권단일 정당을 만들 일이지 정치노선과 정책이 다르다고 모인 정치세력들이 집권만을 위해 이합집산한다면 국민이 바라는 정권교체가 국정의 쇠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DJP연합,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서 보았듯이 단일화가 정치에서 절대선이 아님은 이미 드러나지 않았던가. 특히 노무현 정권에 몸담았던 구성원들이 스스로 폐족이라 자처했던 사실을 상기해 보라.

2012-12-12

검찰개혁, 여야는 대선 전 합의를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대선 막바지에 검찰개혁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검찰의 비리가 갈 데까지 갔다는 국민들의 깊은 불신에다 검찰지도부는 내분에 휩싸이는 등 파탄의 분위기 속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같은 날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검찰개혁은 실현될 것 같다. 그러나 두 후보의 개혁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차이점이 조율되지 않는다면 과연 검찰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번 경우 만신창이가 된 검찰조직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어떻게든 바꾸지 않을 수는 없을 것같다. 이전에도 검찰의 수뢰사건은 숱하게 터져나왔고, 그 때마다 검찰이 다시 태어나야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더 추하고 볼썽사납게 악화돼 왔던 게 사실이다.이번에는 검찰간부가 국민생활을 파탄에 몰아넣은 사기꾼으로부터 뇌물을 챙겼다가 경찰의 수사를 받게되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갈등마저 초래했고, 이도 모자라 현직검사가 자신이 수사하던 여성 피의자를 성추행한 사례는 검찰이 국민 앞에 얼굴을 들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를 수습하고 바로잡아야할 검찰수뇌부마저 내분을 빚다가 수장이 사퇴를 하는 등 자정능력을 상실하자 대선후보들이 긴급특별기자회견에 나설 만큼 화급해졌다.이렇게 검찰의 기강해이가 막장에 이른 느낌이지만 검찰개혁을 둘러싼 그동안의 정치권 행태를 보면 이번에도 과연 개혁이 가능할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사실 검찰이 정치검찰로 지탄받은 것이나 검찰의 비리가 불거져 나와 정치권에서 검찰개혁을 들고나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여야가 서로 다른 주장으로 개혁안이 합의되지 못하고 물 건너갔기 때문에 실현을 보지못했던 것이다. 정치권도 검찰비리와 정치검찰의 행태의 한 축에 놓여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이번 국회들어서도 정치권의 검찰권 견제에 대한 태도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은 이전과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은 이전과는 달리 야당 단독으로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여당의 양보가 돋보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의 뇌물혐의 관련 검찰수사에서 민주당측이 방탄국회 소집으로 끝까지 박원내대표를 엄호했던 것은 검찰을 무력화시킨 구태였다. 물론 검찰권 남용이나 부패에 대한 정치권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다는 데도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국민의 입장에선 검찰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표명이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라해도 정치권 역시 이 문제에서는 국민불신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여야 어느 편이든 정권만 잡으면 검찰권의 정치적 이용을 염두에 둔 탓인지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이 바뀌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수사 범위를 특정하는 국회특검의 경우도 여야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은 적이 없었고 특검의 결과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혀낸 적이 없었던 것은 정치권의 입김이 검찰권의 왜곡 변질을 가져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그러나 이번만은 대선의 막바지에서 검찰개혁을 공약한 것인 만큼 정치권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이 사안만은 대선투표전에 여야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 수없이 토의했던 사안인 만큼 마음만 먹으면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또 검찰개혁의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사회 기강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엄청난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2012-12-05

백일몽, 안철수 현상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새 정치`의 아이콘처럼 등장했던 안철수 대선 예비후보의 본선 사퇴는 잠시나마 `새 정치`에 대한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에게는 허망한 백일몽을 꾼 것같은 느낌을 줄 것이다. 여러 언론들이 현실의 벽을 넘지못했다는 표현을 썼고, 안철수 교수 자신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할 만큼 벅찬 힘겨루기였다는 것을 고백한 바 있듯이 이는 처음부터 백면서생의 치기어린 도전이었고, 예고된 패배였다고 하는 것이 정상적 판단일 것같다. 그러나 그가 남긴 공과는 27일부터 치르게 되는 본격적인 대선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같다.물론 안 교수 개인으로서는 “영혼을 팔지않았다”는 말로써 여운을 남기고 잠적할 만큼 충격과 허탈 속에 인생의 아픔을 깊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지지자들에 대한 책임감과 대선캠프의 조직원들이 가진 실망감과 서운함을 수습해야 할 빚도 함께 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는 사퇴선언에서 이같은 문제에 대해 시사점을 던진 바 있다. 그는 일방적 후보사퇴 선언을 했기 때문에 후보단일화에는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단일후보로 인정한 것은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그러나 안 교수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단일화는 누가 후보가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합의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이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지만 줄거리를 정리해 보면 지지자들이 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야 하고, 문 후보와 정책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안 교수가 문후보를 단일후보로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단일화 과정의 생략과 지지자의 동의를 얻지못한 측면에선 사실상 단일 후보라는 말은 수사적 표현에 불과한 것이다. 이같은 단일화 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무시하고, 안 교수가 문 후보를 단일 후보로 인정했다는 말빚과 함께 정치적인 다른 계산 때문에 문 후보와 나란히 유세를 하거나 선거운동에 나선다면 그것은 지지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라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특히 단일화 협상 막바지에 `맏형`운운하면서 안 교수에게 단일화 방법을 맡긴다고 공언해놓고 이를 어긴 문후보에 대해 안 교수가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면 안 후보 지지자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는 것은 아닐까.양 후보의 TV토론에서도 정치개혁과 관련 국회의원수의 `조정`이냐 `축소`냐의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은 정치개혁의 공동선언이 합의되지 않았음을 국민앞에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안 교수가 `새 정치`의 방향이 서로 다른 문 후보에 대해 지지를 호소한다면 그것 또한 새 정치의 허구를 스스로 드러내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지자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려면 지지자들에게 물어보고 처신하는 것이 옳다.후보를 접고 더 이상 이번 대선에 관여치않는다면 그가 남긴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꿈과 이같은 `꿈`이 기성 정치권에 공포감을 안겨준 공로는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설사 그것이 정치실험으로 평가될지라도 부패 정치와 패거리 정치는 항상 불안 속에서 국민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대선에서 문 후보를 지지하는 운동을 하게 된다면 그가 바라는 `새 정치`는 결국 민주당의 정치행태와 다를 바 없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민주당식 구태정치일뿐 안 교수가 선거운동을 한다고 해서 `새 정치`가 될 수 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에게 안철수의 `새 정치`로 비쳐진다면 안 교수는 단일화 실패에 이어 그의 아이콘인 `새정치의 꿈`마저 일그러지는 상황에 몰릴 것이다.안 교수가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자신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독자행보를 시작한다면 희망의 불씨가 꺼져버린 것은 아니다. 정치인임을 선언한 안 교수에게는 희망과 허망을 가르게 되는, 또 하나의 선택이 남아있는 셈이다.

2012-11-28

원전 문제, 대선공약에 확실히 하라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국에 21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민들도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럽 등지에선 원전폐기 방침을 밝히거나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선 원전폐기와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정부가 기존 원전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잦은 원전고장과 가짜 검증서·무검증서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영광 핵발전소가 점검과 수리를 위해 가동을 중단, 올겨울 전력공급 부족으로 인한 국가적 재난상황도 우려된다. 특히 가짜 검증서와 무검증 부품이 가장 많이 사용된 영광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에서 원전시설이 가장 밀집된 울진·경주·울산·부산 등 영남권 동남해안의 주민들은 여간 당혹스럽지 않다. 여기서도 가짜와 무검증 부품이 쓰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 건설된 원전1기가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4기의 원전 건설계획이 확정된 상태여서 가동중인 원전에 대한 불신과 건설이 확정된 원전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수원이 안일한 사태수습 방식으로만 일관한다면 장차 어떤 사태가 올지 두렵다.지금까지 여러 사건과 사고, 부품 관련 파문, 지경부를 비롯한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거짓말과 늑장 대응, 안전불감증 등에서 드러난 원전관련 문제점은 한마디로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의 무책임과 무능이 불신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신에 대한 처방은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확실한 대책을 내놓고 안전을 투명하게 보증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먼저 원전 사건사고에 대해 한수원측이 입버릇처럼 되풀이해온 “안전에는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국내 모든 원전시설에 대한 한수원 자체 검사가 아닌 제3자의 객관적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가 독립된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원전의 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와 안전감시센터가 반관반민형태로 안전확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수원이나 원자력안전위 등을 통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 따라서 제3의 독립기구를 통한 제도적 확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현재의 한수원이나 원자력안전위가 옥상옥을 만든다고 반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자신들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제3자의 통제를 받는 것이 옳다. 이를 통해 부품의 가짜검증 외에도 한수원 등의 거짓말에 대한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한다.향후 원전건설 계획의 추진문제는 국민들의 여론과 전문가들의 공청회, 국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판단해야할 과제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두면 이미 확정된 원전건설계획에 따라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재논의 절차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원전의 재논의는 감정적이고 비이성적 사태의 발생으로 문제해결이 꼬이지 않도록 대비하는 방법이다. 근본적으로 원전건설 정책의 폐기여부와 관련이 있는 만큼 국민의 안전과 대체에너지 개발의 경제성, 에너지정책 변경에 따른 과도적 문제 등을 함께 면밀하게 다루어야 한다.특히 대선국면에서 후보간에 원전불안이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는 점은 이상하다. 너무 풀기 어렵고 판단하기 어려워서 그런지 알 수 없으나 이 문제는 분명하게 후보들의 입장을 밝히고 설명할 사안이다. 다른 이슈에 파묻혀 이 문제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올바른 대통령 선택에 실패할 수 있다.

2012-11-21

단일화 공약에서 꼭 밝혀야할 것들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대선정국의 최대변수라는 야권단일화 문제가 드디어 국민의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후보등록일인 25일 이전에 단일화를 이룬다는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정치권 주변에선 아직 단일화 방법이라는 엄청난 벽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에 합의의 실천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양후보는 단일화의 불가피성에 승복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것은 양 후보가 정치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발표에 동감하기 보다는 선거 패배의 가능성을 극복하려는 계산법이 양 후보에게 발등의 불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측은 야합이니, 정치의 후퇴니, 심지어 `문통안총`(대통령과 총리 갈라먹기)이니 하고 비판하고 있다. 어쨌든 선거에서 승리를 절체절명의 목표로 삼는 정치세력으로서는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생각된다.그러나 그것은 후보구도를 유리하게 만들어 선거에 이기려는 야권의 전략적 대응일 뿐 국민의 입장에선 그것만으로 후보지지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새누리당 후보를 싫어한다고 무조건 야권 단일후보를 선택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물론 기존의 야권지지층 가운데 묻지마 야권 후보 선택도 일부 있을 것이고, 아니면 야합적인 측면에 강한 반발을 하는 지지철회 유권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는 어떤 후보로 단일화되고 그 후보가 어떤 정책을 제시할지가 새로운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장 늦게 후보공약을 발표한 안철수 후보도 문재인 후보와 `새정치공동선언`이란 것을 발표하고 공동의 정책들을 제시할 모양이다.지금 야권 캠프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로는 국회의원 감축문제와 중앙당 폐지문제 등에서 합의에 난항을 거듭하고, 단일화 방법에서도 TV토론의 배심원제 채택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 정치개혁문제는 여야의 패거리정치에 따른 비생산적 국정운영, 정치권의 부패 등을 개혁하라는 것이지 중앙당 폐지와 국회의원 감축이 그같은 개혁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 단일화 방법도 정당 후보도 아닌 무소속과의 단일화에 국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이 있을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대검중수부를 폐지한다고 정치검찰을 막을 수 있는 신통한 방법이 나올지, 그것이 바로 검찰개혁이 될지도 알 수 없다.국민이 단일화 후보의 공약으로 확실하고 분명하게 알고 싶은 것은 양 후보의 차별화된 공약의 단일화된 정리 결과와 양 후보가 그동안 일관되지 못한 입장을 취했던 공약들의 확정 결과를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을 몇가지 제시한다면 안 후보가 내놓았던 4대강 보철거, 제주 강정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분명한 입장, 한미FTA재협상 입장, 문 후보가 내놓았던 LH공사이전“경남이냐, 전북이냐”의 문제, NLL수호입장 등이 그것이다. 이들 이슈에 대한 후보의 공약은 국정운영과 관련 중요도가 매우 높은 것들인 만큼 국민으로서는 후보의 확실한 태도를 분명하게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냥 우물쭈물 넘길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러나 제주기지 예산이 이번 국회에서 민주통합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안 후보의 뜻도 거기에 담긴 것인지 궁금하다. 며칠 전 안 후보는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민주당과 다른 입장이었고, 문 후보는 오락가락하는 입장이다. 양 후보의 합의된 공약도 나오기 전에 민주당의 제주기지예산 삭감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단일화된 후보의 공약마저 오락가락하거나 불투명한 가운데 대선을 치른다면 국민은 야권후보를 신뢰할 수 있을까.

2012-11-14

`묻지마 대선`의 책임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대통령 투표일이 한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어떻게 된 셈인지 후보들끼리 정책 대결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유권자가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지기 어려우니 누구에게 국정운영을 맡겨야할지 답답할 따름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선 후보들이 건전한 상식으로 선거를 치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기대마저 물건너 간 것같다.선거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근본 이유는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 늑장, 그리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 후보의 후보단일화 게임에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선거의 규정을 정하는 투표시간 연장과 중간사퇴후보의 선거지원금 반환문제가 대선의 주요 이슈인 정책과 인물검증문제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치르자면 먼저 입후보절차, 선거운동방식과 투표방식, 개표방식 등 선거절차와 투개표에 관련된 규정을 정하고, 이에 따라 후보가 출마의사를 밝히고, 정책을 제시하면 국민이 출마자의 인품과 정책을 검증해서 투표하고 개표로 결정하는 것이 상식적인 과정이다.안철수 후보는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출마와 관련, 국민들의 의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제대로 된 기자회견 한번없이 출마를 선언해놓고, 무슨 `콘서트`니 하며 이벤트만 계속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번씩 불쑥불쑥 정책인지 정책논평인지 아리쏭한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검증절차는 생략하고 있다. 안 후보에 대해 국민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은 후보단일화문제에 대한 속셈이다. 단일화를 할 것인지 말것인지의 문제는 안 후보를 대선의 실질적 후보로 볼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만약 단일화를 하겠다면 언제까지 할 것이고, 어떤 조건으로 할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단일화 시한이 정해진다면 그 시한까지 안후보는 최종주자를 봅는 예비후보에 불과하다. 문 후보와 정치혁신부터 합의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통합민주당 창당에 참여해서 노선결정에서부터 자신의 입장을 내놓고 정치를 함께할 것인지를 결정했어야 할 것이다.문재인 후보 또한 마찬가지다. 단일화를 제안하는 것은 스스로 최종후보를 뽑는 과정의 예비후보임을 자처하는 것과 같다. 물론 안후보와의 단일화에서 누가 되느냐에 따라 후보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후보로 생각하지않을 수 없다. 더욱이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대통령후보이긴 하지만 안 후보와 단일화할 경우 단일화의 조건에 따라 민주당의 정체성에 변화를 가져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문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과 국민참여 투표자들이 단일화에 동의하고 지지할 것인지도 미지수다.이같은 후보미정 사태에서 박근혜 새누리당의 최종후보가 같은 대선 후보의 자격으로 토론을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않다고 볼 수 있다. 대선의 본후보가 예비후보 성격의 후보들과 상호 검증 토론을 벌이는 것은 국민들의 눈에도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3자 토론을 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3자의 정치적 입장이지 여야단일 후보의 정치적 입장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후보미정 상태의 시간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지만 적어도 대선후보등록이 시작되는 이달 25일을 넘겨서는 후보의 도덕성에 문제가 생긴다. 법적으로는 투표일전까지 단일화할 수 있지만 포기하는 후보는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선거비용을 지원받는 염치없는 짓이 되기 때문이다.이번 선거에서 후보검증이 부실한`묻지마 대선`으로 향후5년간의 국정운영을 불안케 한 책임은 야권에 있다. 선거법을 고쳐서라도 앞으로는 이런 선거가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다.

2012-11-07

막말의 사회학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말과 글은 인간의 대뇌가 가진 차이를 결정한다는 연구가 있다. 표의 문자를 쓰는 중국인은 청각정보를 관장하는 관자놀이가 손상돼도 여전히 문자를 쓰고 이해하는데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표음문자를 쓰는 서양인과 한국인은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한다. 또한 모난 덩어리 형태(방괴형)의 표의문자를 쓰는 중국아동은 도형이 아닌 표음 문자를 쓰는 민족의 아동들에 비해 산술, 어휘, 도상개념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 반면 다른 방면 지능에서는 중국아동이 뒤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오랜 세월 언어의 사용에 따라 대뇌의 차이가 발생한 데서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이는 말과 글이 인간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 같은 말과 같은 글을 써 온 사람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 다른 말과 글을 써온 사람과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개인에게도 말과 글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것으로 평가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나쁜 말을 쓰지 못하게 훈육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나라가 예로부터 질서가 바로 서고, 품위를 지키는 예의지국으로 칭송받는 것도 국민 각자의 행실이 남에게 온당하게 비치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증거를 든다면 언어사용에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남을 존중하는 경어가 뛰어나게 발달한 것이 아닐까. 이것은 언어의 사회학적 측면이라 할 것이다.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경어를 쓰던 언어습속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남을 존중하기는 고사하고 초중학교 학생들이 친구간의 언어생활에서 욕설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있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 사회에서도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공영TV에서까지 욕설과 폭력적 언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언어의 오염을 고쳐야 한다는 일부 사회지도층의 지적과 대책들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오히려 상당수의 지도층 인사들은 솔선하기는커녕 비속어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어혼탁이 우리사회의 품위손상과 정신적 타락의 바닥을 보여주는 것같아 더 이상 방치할 상황이 아니다.특히 최근들어 부쩍 심해지고 있는 정치인들의 막말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만 할 지경에 이르렀다. 언어를 순화하고 정화하는데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국회의원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절망적 단면을 보는 것같다.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은 지난1월 “새해소원은 뭔가요?”라는 물음에 “명박급사”(이명박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라고 답한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했던 것으로 밝혀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11월 어버이 연합이란 나이든 사람들의 단체 회원들을 향해“나이를 쳐먹었으면 곱게 쳐먹어. 당신같은 어버이 둔 적 없어. 분노감에 욕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개쓰레기 같은 것들과 말 섞기 싫어서 참는다”고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민주통합당의 이종걸 의원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게 “년”이란 표현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물론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계속해서 이런 막말 문제가 터져나오고, 여기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은 당의 집단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막말의 사전적 의미는 `되는대로 함부로 하는 비속한 말` 또는 `여유를 두지않고 마지막으로 하는 말`로 돼 있다. 언어의 대뇌결정론적으로 뒤짚어 본다면 막말을 쓰는 사람의 사유구조는 세상을 되는대로 사는 비속한 사람이거나 오늘 이순간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처럼 막장인생을 사는 사람이란 뜻으로 풀이해 볼 수도 있다. 민주통합당은 유력 대선후보를 내고 있는 강력한 정권대체 정당이다. 나라의 앞날을 훌륭하고 품위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진 정당이라면 막말 문제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막말이 방치된다면 나라 전체가 희망이 없는, 추한 나라로 굴러 떨어질 수 있다. 그런 끔찍한 미래는 막아야한다.

2012-10-31

영남(嶺南)의 분열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개봉 38일만에 팩션사극으로는 `왕의 남자`에 이어 두 번째로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해 화제가 되고 있다. 작품은 그렇게 완성도가 높지는 않은 것 같으나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실록`에 기록이 빠져있는 15일 동안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든 가짜 임금 `광해`의 왕노릇 과정에서 보인 리더십이 우리의 현실정치와 대비해 너무나 흥미진진한 것이 관객을 몰아넣는 이유다. 이 영화의 주인공 `광해`는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인물 자체가 극적인 인생을 살았고, 아직도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데서 지속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될 것 같고, 특히 영남의 정치적 상황과 관련해 갖가지 상상을 자극하고 있다.광해군은 조선조에서 왕의 자격이 없다고 폐위된 임금이지만 우리의 교과서에는 중국과의 외교관계에서 멸망한 명나라를 멀리하고, 당시 지배왕조인 청나라와의 관계를 중시한 실리외교를 폈고, 임진왜란을 초래한 훈구파의 부패를 개혁하려던 개혁군주로 기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광해군이 자신보다 나이어린 계모 인목대비와 그녀의 아들 영창대군을 죽인 패륜적 행위를 징치한다는 명분으로 인조가 반정을 일으켰지만 훈구파의 복권을 꾀한 정통성없는 왕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광해군은 반정을 일으킨 세력을 제압하지 못했기에 조선조에선 왕이 아닌 군으로 폄하되었고, 지금도 일부 사가들은 정권도 지키지 못한 무능한 군주로 평가하고 있다.어쨌든 광해군의 실패는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하는 망국의 한을 가져왔지만 인조를 추종하는 노론 세력은 영정연간의 짧은 기간외에는 조선조가 망할 때까지 집권과 영화를 누렸고, 그들의 외교는 멸망한 명나라를 지극정성으로 받드는 우스꽝스러운 나라가 되고 말았다.광해군의 폐위(인조반정)는 그 자신의 몰락만 가져온 것이 아니다. 이와 동반해서 영남지역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아직도 영남권 지식인들에게는 역사적 교훈이 되고 있다. 광해군은 임진왜란을 초래한 기득권세력의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당시 북인으로 지칭되던 영남우도의 남명학파에 속한 정인홍 일파를 등용해 혁신정책을 펴면서 정치쇄신의 강도를 높였다. 이같은 쇄신책에 목을 움추리고 북인세력을 칠 기회를 엿보던 기득권세력은 정인홍이 영남좌도의 학문적 태두인 회재 이언적과 퇴계 이황을 비판하고, 이들의 문묘종사를 반대하는 것을 계기로 영남세력이 분열되자 반정을 일으켜 성공한 것이다. 영남사림파 세력의 약화가 인조반정 성공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그 이후 영남우도의 남명학파는 몰락의 길을 걸었고, 영남좌도의 퇴계학파를 중심으로 한 남인들도 조선조 말까지 200년간 권력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걸었다. 조선조 후기의 거의 모든 기간 권력을 누렸던 노론세력의 일부는 일제강점기와 이승만정권까지 친일과 아부로 계속 영화를 누렸다.대선정국이 달아오르는 요즘,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영남권의 표심과 호남권의 표심이 매우 대조적인 현상을 보면서 광해군 당시의 영남권 분열이 가져온 역사의 굴곡이 새삼 뇌리를 스친다. 보수세력의 텃밭인 영남권에는 이전 선거 때와는 달리 야권세력이 세력판도를 괄목할 만큼 확대해가고, 호남권에서는 야권후보 중에서도 지지도가 높은 후보에게 몰표를 줄 것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남은 분열되고, 호남은 뭉치는 형국인 것이다. 물론 왕조시대와는 달리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한다면 지역이 분열되든 통합되든 좋은 대통령을 뽑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과거 정부의 경험에서 보면 지지를 많이 받은 지역에 대한 배려가 자칫 지지가 낮았던 지역에 대한 홀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기우만은 아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세 후보 모두가 영남출신이란 점에서 영남표심의 분열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보수의 거점인 영남이 후보 출신지 때문에 표심이 분열된다면 영남의 정치적 장래는 어떻게 될까.

2012-10-24

이번 대선에서 확실히 짚어야 할 것들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최근 국방의 허점으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노크 귀순`사건은 단순히 휴전선의 방위가 허술한 전방초소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의 안보문제가 어느 정도 위험수위에 와있는지, 대북 방어태세는 어떤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1차적으로 현 정권의 대북안보불감증과 관계가 깊은 사안이긴 하지만 지금 막바지에 있는 대선과 관련, 차기 대통령의 안보관과 대북정책의 중요성을 동시에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해NLL포기 녹취록 시비가 대선정국의 쟁점이 되는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의 대북안보관은 무엇보다 중요한 후보선택의 기준이 되지않을 수 없다.대북문제와 함께 최근 주변 4강의 영토주권과 관련한 분쟁은 국가의 중대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독도와 이어도의 방위가 초미의 과제이고, 이는 현재 진행중인 제주강정해군기지 건설과 한일 어업협정에 대한 후보와 정당의 태도가 선택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이와 함께 우리의 경제침체가 일본형 장기침체로 갈 것인지의 문제는 국내 경제정책에서 성장이냐, 분배냐 아니면, 성장과 분배의 동시 추구냐의 선택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미국과 서구의 불황국면과 관련, 한미FTA의 유지냐 폐기냐, 수정이냐 등도 우리 경제의 앞날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특히 한미FTA는 동북아 세력각축속에서 단순한 경제교류협정의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시장을 공유함으로써 상호안보에 협력적인 관계가 유지될 수 있고, 이는 안보외교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지금 한반도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패권주의적 경향과 3위로 전락한 일본의 과거지향적 야심, 역시 구 소련의 제국주의적 위세를 유지하려는 러시아,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려는 미국 등의 갈등과 긴장속에 실로 위험한 국면을 맞고 있다.물론 우리도 신생국으로 경제적 성공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주변 강국은 아직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벅찬 상대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북한은 중국의 영향하에 있기 때문에 남북문제의 핵심사항의 하나인 핵무기 개발을 비롯, 서해도발과 우리내부의 종북세력의 조종 등으로 화해와 협력이 더욱 어려워지고 주변4강을 상대로 벌여야할 민족문제의 해결을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최근 동아시아권의 영토주권문제를 둘러싼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등의 각축은 이 지역에 어떤 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 우리를 둘러싼 팽창주의 세력들은 우리가 110년전에 국권을 상실했을 때 겪었던 상황 못지않게 위험하다. 이런 시기에 이번 대선에서 후보검증의 우선순위는 안보정책과 안보관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박정희 정권이후 정부의 경제정책이 국가 경제에 획기적 성과를 거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정권의 실책이 경제를 어렵게 만든 경험을 숱하게 해왔을 뿐이다. 그동안 경제가 성장하면서 세계적인 성공을 가져온 것은 주로 민간역량에 의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정권도 정부의 잘못된 정책만 없다면 경제가 현재 보다는 크게 나빠지지않을 것이다. 국가운명을 생각하면 경제정책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기 보다 안보정책을 선택의 우선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지난 4·11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했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제주해군기지건설 반대와 한미FTA 재협상 정책공약이 주요 패인이 되었다. 지금 NLL포기문제로 정치권의 시비를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각 후보별로 NLL은 물론 제주해군기지,한미FTA문제에 대한 확답을 듣고 선택을 하는 것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길이다. 특히 지난 총선의 경우로 보아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 등 야권의 안보관과 안보정책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2012-10-17

누가 미래형 지도자인가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이제 대통령 선거가 2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남은 기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하지만 현재의 선거전 진행양상을 보면 유권자들의 후보 검증과 선택을 위해선 남은 기간은 너무나 짧다고 할 수밖에 없다.우선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남아 있어 누가 최종 후보가 될 것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 유권자들의 시야를 혼미하게 하고, 그것이 후보 검증의 시간적 여유를 빼앗고 있다.특히 이번 선거에는 무소속으로 안철수 후보가 빅3의 유력주자로 등장했지만 이제야 정책공약을 발표함으로써 후보간의 정책적 차별은 물론 그의 품성과 역량을 파악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검증이 선거이슈로 크로즈업되지 못하고, 후보들의 이미지 조작과 공방이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정책검증이 실종되고, 이미지 선거가 기승을 부린다면 향후의 국가와 국민의 운명은 엄청난 위험과 불안 속에 던져질 수밖에 없다.최근 후보진영과 지지세력간에 벌어지는 이미지 선거양태 중의 하나인, 이른바 미래형 지도자냐, 과거형 지도자냐 하는 문제의 시비도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최근 지도자형 시비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나이든 세대의 지지, 아버지인 박정희 시대에 대한 역사적 판단, 보수적 안보관 등의 요인을 들어 과거형 지도자로 몰아 붙이는 것이다. 이에 비해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젊은층의 지지, 민주화운동 경력, IT경력, 대북포용정책 등의 요인을 들어 미래형 지도자로 분류하면서 우회적으로 옹호·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어쨌든 대선에서 지도자형 분류는 일단 판단의 잣대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같은 잣대는 시대정신에 비추어 타당성이 있어야 하고, 엄정하게 검토돼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20-30대 지지층이 많은 안철수 후보는 미래형이고, 50-60대 지지층이 많은 박근혜 후보는 과거형이라든지, 박 후보 아버지시대의 권위주의 체제와 그에 따른 희생자에 대한 반성과 사과 시기가 늦었다고 과거형이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대북포용정책을 쓰면 미래지향적이고, 조건부 대북지원책은 과거형이란 분류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단순 지표만 가지고 미래형과 과거형으로 분류하는 것은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고,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좀 거창하게 얘기한다면 인간사회의 가장 역설적인 원리는 `과거는 현재를 만들고, 현재는 미래를 만들지만 현재속에서 만들어지는 미래의 씨앗은 보수를 뛰어넘는 진보와 창의가 보수 속에 함께 동거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간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회질서의 유지를 가르치면서 기성질서를 개혁하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교육인 것이다. 정치지도자도 기성사회의 유지를 통해 사회안정을 꾀하면서 사회발전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인 어려움이 있다. 나이가 많다고 반드시 퇴행적이거나 현실고착적 태도만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편견이다. 역사에서 나이 많은 개혁자들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북한인권 문제에서 대체로 연령층이 높을수록 적극적 개입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진보적이라 하겠다.박정희시대의 평가는 정치적 평가와 산업적 평가로 나누어 하는 것이 이미 세계 보편의 입장이고, 박근혜 후보가 과거 아버지 시대에 어머니의 대행을 한 것과 아버지 시대의 여러 정치적 문제에 대한 연좌적 문책은 우리의 헌법적 가치에도 맞지 않다. 이미 박 후보는 6월항쟁 후에 이룩된 민주체제하에 정치 입문을 했고, 민주화시대의 법치에 따라 국민의 대표로 활동을 해 왔다. 그의 구체적인 태도를 밝히는 시기가 늦어졌다고 과거형으로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독단이다. 오히려 여론 조사에 기대어 정치노선이 다른 후보들이 정권 교체와 단일화를 명분으로 국민의 `묻지마 선택`을 조장하는 것이 시대착오적 과거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호남에 가서 범죄적 대북송금 특검을 사과하는 후보의 법치관은 과연 미래형인가.

2012-10-10

안철수는 과연 `정도령(鄭道令)`인가?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민중은 삶이 고단하고 답답할수록 꿈같이 찾아올 새 세상을 희구한다. 조선시대의 비결서 정감록과 그 책 속에 등장하는 사회변혁의 주인공 정 도령은 난세 때마다 나타나는 민초들의 대표적 예언이며, 희망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정 도령으로 지칭된 인물은 없었지만 우리나라는 역사의 신고 속에서도 꿈처럼 세계 10위권의 나라를 이룩했다. 정 도령이 한번 왔는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출산률 세계최하위, 자살률 OECD국가중 1위, 빈부격차 지역격차 확대, 청년실업률 증가, 남북문제의 불안, 주변 4강의 위협적 패권화 등 성취의 짙은 그림자속에 민초들은 아직도 우울한 사회에 빠져 있다. 아직 이 시대를 희망적으로 이끌 지도자가 눈앞에 나타난 것도 아니다. 민초들이 그리는 행복한 사회는 산너머 언덕 너머 먼 하늘에 뜬 무지개와 같다. 진정한 `정 도령`이 더 그리워지는 것이다.대통령 선거일이 꼭 3개월 남긴 시점에 출마 여부가 불확실했던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대선은 이제 본격적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당 문재인 후보 등 이른바 `빅3`후보의 각축이 시작됐다.이번 대선은 정치적으로는 여야의 소모적 정쟁만 일삼는 정치체제의 변혁, 경제적으로는 성장위주 부작용의 해소, 안보에서는 남북문제의 평화적 해결, 외교적으로는 주변 강대국과의 새로운 관계정립 등을 확실하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능력을 가진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세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링에 오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미 지난 대선 예비후보 경선에서 검증을 받았고, 이번에도 당내경선과 출마선언후 검증이 계속되는 동안 `부동의 1위`지지율을 누리기도 했다.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역시 당내 경선과정에서 만만치않은 검증을 받은 끝에 지지율 상승의 컨밴션효과를 누리고 있다.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경선은 물론 흔한 기자회견 한번 없이 출마를 선언한 뒤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였던 박 후보를 단 며칠 사이에 따돌리고 1위로 나섰다. 2개월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순위가 어떻게 바뀔지 예상할 수는 없어도 묻지마 지지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우리 대통령 선거사상 특별한 의미를 던지고 있다.안 후보에 대해 왜 이렇게 대중적 지지가 압도적으로 몰리는 지 여러가지 분석들이 많다. 요약하면 일종의 `정 도령 현상`이라는 것이다. 정치판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이라는 시대적 코드를 타고 이미지화된 이인(異人)으로 승화된 뒤 마침내 정치변혁의 메시아로 변신한 것이다. 국민적 검증을 지연시키며 `정 도령`신화로 윤색돼 신비적 분위기를 한껏 누리는 안 후보에 대해 국민들은 구태정치를 타파하고 국민이 행복한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안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후 여러 언론보도 내용을 보면 `정 도령`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이것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면 과연 `정 도령`의 신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우선 일부 매스컴의 보도로는 `월 100만원 짜리 고액 과외를 받은 친구 없는 부잣집 아들`이란 점과 `BW 헐값인수와 부당이득 의혹`, 안철수 연구소 자회사 부실 떠넘기기 의혹 등이 불거지고 있다. 예전 경험에 비춰볼 때 이같이 많은 의문들이 검증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늦게 등장한 안 후보에 대해 이런 검증들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더욱 궁금증을 더하고있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때 중용된 인물을 선대본부장 등 핵심에 배치한 사실이다. 또 문 후보측에서는 민주당 사람들을 빼가지 말아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가 만드는 정치세력은 민주당의 2중대 성격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정도령`의 신비는 기존 진보좌파 세력의 도금현상으로 의심될 수도 있다.

2012-09-26

왜 세계무대가 먼저 알아주나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한국민임을 진정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은 문화민족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일이다. 국민소득이 높은 것도 뽐낼 일이지만 그보다는 문화적으로 알아주는 나라의 국민일 때 더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물질적으로 풍요롭다해도 인간다움의 가치를 누리는 차원에서는 문화가 앞서기 때문이다. 물질적 기반 없이 문화적 성취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 성공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문화적 성취는 우리 스스로의 자긍심은 물론 외부 세계에서도 존경받는 나라의 국민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획득한 것과 싸이 박재상의`강남스타일`이 세계의 대중음악계를 석권한 쾌거는 엄청난 민족적 자랑이 아닐 수 없다. 한류 바람이 불면서 한국문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세계정상으로 공인된 경우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에도 여러 장르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예술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현대 대중예술의 최고봉을 만들었다는 것은 극동의 작은 나라에서 세계문화의 지도적 위치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감격이었다.이같은 문화적 성취는 우리에게 잠재된 DNA가 이제부터 표출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생각을 가지며, 마음이 설렌다. 앞으로도 우리가 하기에 따라 더 많은 분야의 문화계에서 세계사적 업적을 낼 것이란 확신이 든다. 민족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인 일제강점기에 일제식민지배를 위해 총독부가 조사해서 만든 “조선인의 사상과 성격”이라는 대외비 자료에는 고려시대의 미술공예가 당시 중국의 송나라보다 뛰어났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적어놓았다. “고려시대의 청자는 오늘날(일제당시) 으뜸으로 존중되는 것으로 조선이 옛날부터 이러한 높은 수준의 미술을 지녀왔다는 것을 상상하면 조선연구가 심심한 흥미를 자아낼 것이라 여겨진다”고 했다. 고려 시대 송나라의 자기는 동서양에서 세계최고의 미술품으로 평가되었지만 실제 고려자기는 송나라 자기보다 우수했다는 이 말에서 한국을 깔봤던 일본인들조차 고려자기가 세계 최고였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 후손인 우리가 세계 정상의 문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그러나 이번에 최고봉에 오른 이들 두 사람의 경우를 보면 모두 예술계 주류에서 양지의 혜택을 누렸다기보다 아웃사이드에 속하거나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 예술인이란 점에서 예술과 문화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지원방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김기덕 감독의 경우 이번 작품은 제작비도 불과 1억원 정도이고 독립영화여서 상영극장도 얻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싸이도 국내에서는 호응이 높지 못해 유튜브를 이용한 댄스곡을 만들어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다.사실 우수한 문화예술인이 자신의 창작을 인정받으려면 자본가의 지원을 받거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르다. 이번에도 이들 두 사람은 정부지원 없이 자신의 힘으로 해냈다는 점이 너무나 값지다. 그러나 우리의 우수한 문화적 DNA를 더 넓게 발산시키자면 예술가들의 개척정신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진정으로 우수한 문화예술인을 찾아내고 이들에게 맞춤 지원을 하는 방식이 강구되어야 하는 것이다.지금까지의 문화예술계 지원방식을 보면 우선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과거의 사례를 보더라도 지방에서 활동하던 예술인이 지방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다가 활동무대를 서울로 옮긴 후 대성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같은 지원의 지역격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외국으로 나가 인정받고 돌아오는 것이 더 빠른 성공을 가져올 수도 있었다. 그것은 세계무대의 예술평가가 공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처럼 세계무대에서 먼저 알아주는 까닭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넘어간다면 우리의 문화수준은 여기에서 머물지 모른다.

2012-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