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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염수 괴담’, 수산업계엔 극약과 같다

심충택 논설위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한 괴담공포가 우리사회의 ‘과학적 지성’을 무력화하고 있다. 대도시 횟집은 물론, 어촌마을까지 전염병처럼 번지는 원전오염수 괴담의 근원지는 모두가 알다시피 더불어민주당이다. 내년 총선까지 국민의 반일감정을 자극해 지금의 독점적인 정치권력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훤히 보인다. 이들의 괴담정치는 지금 우리사회의 공론장을 지성이 지배하는 소통의 장이 아니라 감정이 판치는 증오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대다수 과학자들은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알프스(다핵종 제거설비)로 처리한 뒤 바다에 방류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본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후쿠시마는 동해안 반대편 연안에 있기 때문에 오염수는 곧바로 우리바다에 오지 않는다. 가장 먼저 태평양에 접해 있는 미국에 도착한다. 그후 미 서부지역에서 남하해 해류를 타고 서쪽으로 흘러 4~5년 뒤에야 아시아 해역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북미 지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 오염수 방류가 쟁점이 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 결과를 신뢰하는 입장이다.후쿠시마 오염수가 수산물 안전성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경험으로도 알 수 있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많은 양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여과장치 없이 바로 바다로 방출됐으나 지난 12년 동안 우리나라 해역에서 유의미한 방사능 증가현상은 관측되지 않았다.민주당이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 퍼뜨리는 괴담공포가 국민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아직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전국의 횟집과 수산업계, 어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지 않은가. 성주 사드괴담으로 인해 참외농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본 현상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정치쟁점화하기 위해 현재 100만명 반대서명 운동과 장외 규탄대회 등을 열며 오히려 더 소비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일본정부는 오늘(28일)부터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설비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검사를 시작한다. 이 검사가 종료되면 국제원자력기구의 동의를 받은 후 곧바로 오염수 방류에 들어간다. 현실적으로 오염수 방류는 우리 정부나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민주당은 이제 수산업계와 어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괴담유포는 중지하길 바란다. 오염수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가리려면 국내 원자력 분야 최고 권위 단체인 한국원자력학회가 제안한 공개토론을 받아들이면 되지 않는가. 공론의 장에서 토론을 통해 국민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제1야당의 바람직한 자세다. 그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오염수 안전성 여부에 대한 정보를 매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포항 죽도시장 같은 대형 수산물 시장의 경우, 정기적으로 해산물에 대한 방사능수치를 검사해서 브리핑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괴담이 발붙이지 못한다.

2023-06-27

대통령 공격에 올인하는 이준석 실체는?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15일) KBS 시사토론 프로그램 ‘더 라이브’를 시청하면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정체성이 궁금해졌다.이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젊은 당원들과 203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로 36세에 제1야당 당수로 선출된 인물이다. 그는 취임 후 국민의힘을 디지털정당으로 변신시켜 기업처럼 효율성과 효과성을 추구했으며, 이에 호응해 각 시·도당에서는 온라인 입당신청자가 쇄도했다. 나는 당시 이준석이 권위주의와 부패에 찌든 낡은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인물로 평가했다.험한 정치적 굴곡을 거치긴 했지만, 시사토론회에서 본 그는 2년여만에 너무 변해 있었다. 최근 시청료 분리징수 문제로 윤석열 정부에 각을 세우는 KBS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같이 출연한 것도 실망스러웠지만, 모든 의제를 ‘윤석열 비판 버전’으로 맞추는 그의 발언 태도에 놀랐다.예를들면, 윤석열 대통령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두고 “위안스카이를 떠올린다는 사람이 많다”고 한 데 대한 그의 코멘트다. 그는 “싱하이밍이 위안스카이라면 대통령은 뭐냐, 구한말 혼란 속에서 외교적으로 갈팡질팡한 고종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고종에 비유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나는 싱 대사가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일행을 대사관저에 초청해놓고 한 언행이 조선 말 청나라 총독으로 행세한 위안스카이(원세개)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고 본다.싱 대사는 이 대표를 앉혀 놓고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누가 들어도 위협성 발언이다.이에대해 이 대표가 한마디 반박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다. 오히려 일행 중에는 싱 대사의 발언을 받아 적은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누가 고종인가? 윤석열인가. 이재명인가.조선왕조실록에는 1886년(고종 23) 7월29일 원세개가 의정부에 보낸 ‘조선 정세를 논함’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싱 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훈계조로 한 말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조선은 역량을 타산해보면 약점만 나타나서 자주 국가로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강국의 보호도 받는 데가 없기 때문에 결코 자기 스스로 보존하기 어려운 것은 천하가 다 아는 것이다.조선은 본래 중국에 속해 있었는데, 지금 중국을 버리고 다른 데로 향하려 한다면 이것은 어린아이가 부모에게서 떨어져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으려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조선을 중국이 돌보는 아이에 비유한 것이다.고종은 이 글을 읽고 ‘공의 말은 참으로 눈을 틔워 주고 귀를 열어주었으니 약도 침도 이만은 못하다’며 아부를 했다.그 후 세월이 140여년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바뀐 게 없다.지난 문재인 정권과는 달리 중국을 상대로 당당한 외교를 실천하고 있는 윤 대통령을 나라를 망하게 한 고종에 비유하는 이준석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2023-06-20

포항과 포스코 갈등, TK의 위기일 수 있다

심충택 논설위원 포스코그룹이 포항에 본사를 둔 것은 한국 근대화를 견인한 TK(대구경북)의 자존심이다. 대기업 중 본사 소재지가 비수도권에 있는 기업은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중공업(울산), 카카오(제주), 대우조선해양(경남) 등 한손으로 꼽을 정도다. 실질적인 본사기능이 서울에 있다고는 하지만, 포스코가 포항을 산실로 해서 다국적 기업으로 커 나가는 것은 TK로선 큰 자랑이다.포스코가 요즘 포항시민들과 현안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겪는 모습은 안타깝고 위험한 일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중소기업 하나라도 더 유치하려는 타 도시가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일 것이다. 갈등의 주요 요인인 포항제철소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의 경우 포스코로선 생존이 걸린 현안이다. 이 프로젝트는 아쉽게도 첫 단계인 주민설명회부터 일부 시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사업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돼야 수소기반의 생산체계 기술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포스코는 현재 고로 8기(포항제철소 3기, 광양제철소 5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고로를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는 탄소배출 규제안을 강화하고 있어 포스코가 고로를 탈피하지 못하면 결국은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지금 포스코의 라이벌인 해외 철강기업들은 정부지원을 받아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스웨덴의 사브(SSAB)와 독일의 잘츠기터(Salzgitter)는 천문학적인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며, 일본은 최근 철강 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10년간 3조엔(약 2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포항이 위기감을 느껴야 할 부분은 전남도가 현재 ‘광양홀대론’을 제기하며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내 수소저탄소 에너지연구소를 광양으로 이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점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여유부지가 있는 광양에 수소환원제철소를 지어야 한다는 소리로도 해석된다.포항은 지금 내일(15일)로 예정된 포스코 범시민대책위의 집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포스코 지주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의 실질적인 포항 이전, 최정우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다. 이들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본사기능의 포항이전 문제는 쉽게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최근들어 주요 대기업들은 수소·인공지능(AI)·이차전지 등 미래 신산업 주도권 선점을 위해 박사급 우수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RD 연구소를 수도권에 경쟁적으로 설립하고 있다. 포스코라고 예외일 수 없지 않은가.경북도가 서둘러 대규모 TF를 구성해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사업 인·허가를 돕기로 한 것은 아마 위기의식 때문일 것이다. 만약 포스코가 일부 포항시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수소환원제철 사업부지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여유부지가 있는 광양제철소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고로를 통해 철강을 생산하는 시대는 곧 마감되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시간에 쫓겨 광양에 수소환원제철소를 건설하면 포항은 물론 TK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된다.

2023-06-13

“전기 많이 쓰는 기업 경북도로 오세요”

심충택 논설위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해 재선 직후, 민선8기 경북도 준비위원회와 국민의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임기 중에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하겠다고 강조했을 때 대부분 반신반의했다. 이 지사는 당시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KTX 요금을 거리에 따라 부과하듯이 전기요금도 발전소 거리에 따라 차등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소와의 거리를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하면 원자력발전소와 거리가 가장 먼 수도권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인 미국, 영국, 호주 등은 이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전체 지역구 의석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다들 생각했다.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지난달 25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 지사의 요구가 현실화됐다. 특별법 제45조에는 ‘전기 판매사업자는 국가균형발전 등을 위하여 기본 공급약관을 작성할 때에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하여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법안 공동 발의자는 국민의힘 박수영(부산 남구갑), 민주당 김성환(서울 노원구병)·양이원영(비례대표) 의원이다. 경기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하며, 수도권 소재 전력소비가 많은 기업을 꿰뚫고 있는 박 의원은 이미 대규모 데이터센터들을 PK(부산경남) 쪽으로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현재 전력효율화와 지역균형 발전차원에서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는 경우 그만큼 전력 공급을 위한 고압송배전 설비가 필요한 것도 정부로선 부담이기 때문이다.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분산법 국회통과의 후속조치로 시행령 및 시행규칙, 고시안 마련에 착수했다. 경북도가 최근 전기료 할인 폭이나 감면 방안 등이 담길 후속조치 마련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응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경북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원자력 산업의 중심지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25기의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12기(경주 5기·울진 7기)가 경북에 있다. 12기 원전 설비용량은 총 11.4GW에 이른다. 원전부담을 안고 사는 경북 동해안 지역 주민과 기업들에게 저렴한 전기요금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도 밝혔듯이, ‘분산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 균형 발전이다. 현재는 원전이 집중된 영남권 지자체나 원전이 하나도 없는 수도권 지자체의 전기요금이 똑같다. 이로인해 전력소비가 엄청난 분야(데이터센터나 반도체, 2차전지 등)의 기업들도 원가부담 없이 수도권에 공장입지를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분산법에 의해 전력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의 요금 차이가 많이 날 경우 관련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원전주변 산업단지를 물색할 수밖에 없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국가 전체로는 송전비용 절감을, 발전지역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업에는 생산비용 절감을 이끌어내는 일석삼조 효과가 있다.

2023-06-06

포스텍 의대설립… 논리적 타당성이 중요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 포항출신 김정재·김병욱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포스텍 연구중심 의대 설립 정책토론회’는 상당히 타이밍을 잘 맞춘 행사였다.연구중심 의대의 핵심분야인 바이오산업 동력확보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데다, 최근 의사정원 확대가 민감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대구·경북 시도민은 특히 지난 2020년 대유행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상급(대학병원) 의료기관과 백신산업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열이 펄펄 나는 코로나 환자 수천명이 병실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고 집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때, 우리 사회는 의료시스템 마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절실하게 느꼈다. 그리고 미국의 제약회사인 화이자와 모더나가 백신개발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우리는 바이오산업 선진국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국회 토론회 방향을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 첫걸음’으로 잡은 것도 적절했다.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에는 세계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제약회사와 명문대학이 몰려 있다. 모더나와 바이오젠 등 글로벌 제약회사, 하버드대와 MIT,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등이 보스턴 클러스터의 핵심멤버다.보스턴 클러스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대학을 중심으로 우수 인재가 모이고, 바이오 벤처 창업이 확대되면서 세계적 신약기업들이 탄생했다. 포스텍 연구중심 의대 설립이 현실화되면 포항이라고 해서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김철홍 포스텍 의과학전공 주무교수가 토론회에서 포항지역 의료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미래산업을 제안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김 교수는 포항지역 내 병원들이 ‘포스텍 협력병원’으로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여기에 바이오 헬스 기업 등이 더해져 ‘바이오 헬스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토론회에서는 포스텍 의대 설립 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가 챙겨야 할 주요과제도 제시됐다.‘포스텍이 의대를 설립할 역량이 있느냐’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일이다. 포스텍이 계획하고 있는 교육과정은 ‘2-4-2’(MD-PhD-MD) 커리큘럼이다. 임상실습 전 기초의학과 임상이론 등을 2년간 교육받고, 4년간 전일제 연구프로그램을 통한 박사과정 후, 다시 2년간 의무석사과정으로 돌아와 임상실습 교육을 마치는 과정이다. 정원은 50명이다.의사과학자의 자질을 담보하려면 무엇보다 교수 규모와 수준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신찬수 한국의과대학 이사장이 “현재 포스텍에 290명의 전임 교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말씀하신 수준의 의대를 유지하려면 200명가량의 신임 교수를 채용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장이 다소 섞이긴 했지만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분야별 우수 교수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포스텍이 이를 위한 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연구중심 의대 설립이 성사되려면 반드시 재원확보를 비롯한 논리적 타당성이 전제돼야 한다.

2023-05-30

글로컬대학이 ‘지방대학의 생존모델’

심충택 논설위원 대학간, 전공·학과 간 경계를 허무는 ‘글로컬 대학’이 곧 탄생한다. 현재 대구·경북을 비롯해 비수도권 대학은 글로컬 대학 신청마감(31일)을 1주일 앞두고 응모준비에 한창 바쁘다.‘글로컬 대학’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을 합친 용어다. 말 그대로 로컬대학을 국제적인 일류대학으로 육성해보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이다.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다음달 중 15곳 안팎의 예비 지정 대학을 발표한다. 그 후 세부적인 심사를 다시 거쳐 오는 9월까지 10곳을 글로컬 대학으로 최종 선정한다. 선정되는 대학은 앞으로 5년간 1천억씩 지원받는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지방대학으로선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모두 30곳의 글로컬 대학을 선정한다. 지방대가 글로컬 대학이 되면 국립대 교수들에게도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 있고 대기업 인력을 겸임교수로도 활용할 수 있다.대구·경북 지역에서는 경산에 있는 경일대-대구가톨릭대-대구대가 공동응모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재단인 영남대와 영남이공대, 계명대와 계명문화대, 그리고 안동대(국립)와 경북도립대도 응모를 논의중이다. 국립대인 안동대와 금오공대의 통합논의는 무산됐다. 경북대와 대구교대의 통합에 대한 관심은 컸지만, 학교구성원들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됐다. 반면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통합에 합의해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커졌다.교육부가 글로컬 대학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이유는 지방대학을 국제적인 대학 흐름에 합류시켜 생존력을 높여보자는 취지다. 정부가 글로컬대학 선정과 관련해 제시한 주요 가이드라인도 응모대학들이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지역·산업 간, 그리고 학문 간 경계를 허물어서 새로운 차원의 대학모습을 제시해 보라는 것이다.응모대학들이 일단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다양한 방법의 통합을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여러 영역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학생들의 연구분야와 역량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다양한 학문 간 협업도 가능해진다. 지금도 국내외 일류대학들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 한 전공에 갇히지 않고 여러 분야를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있다.글로컬 대학 출범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대가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긍정론이 있는가 하면, 일부 지방대만 살리고 나머지 대학들은 고사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가든 개인이든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과거와는 다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IT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대학의 교육 방법과 내용을 당연히 새롭게 짜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현재 모든 지방대학이 체감하고 있겠지만, 머뭇거리다간 바로 도태된다. 학생 개개인도 하루하루 자기혁신을 하면서 대학생활을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 대학 정책이 취지대로 이행되면, 현재 심각한 소멸위기를 겪는 많은 지방대학의 생존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3-05-23

‘노시니어 존’ 등장이 사회에 던지는 충격

심충택 논설위원 여자주인이 노인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해 붙였다고는 하지만, 제주도 한 카페에 ‘노 시니어 존’스티커가 등장했다는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 ‘60세 이상은 내가 운영하는 가게에 들어오지 말라’는 스티커라고 한다. 마치 우리사회 전체의 노인을 대상으로 선언하는 ‘주홍글씨’ 같다. 요즘 노인들도 청장년층 못지않게 카페문화를 즐기기 때문에 노시니어존은 다른 ‘노000존’과는 달리 충격적이다.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미래는 2030세대의 무대다. 60대이상 70대는 투표안해도 괜찮다”고 했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떠오른다.정 의장은 당시 60대 이상 연령층을 향해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분들은 집에 쉬셔도 된다”고 말했다.가끔 대구시 중구 반월당역 지하쇼핑몰을 가보면 노인들이 지하공간 로비를 휴식처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역 지하공간이 지하철을 이용하기가 편리한데다 냉난방이 잘 되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남 눈치를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노시니어존의 등장은 노는데도 눈치를 봐야 하는 슬픈 노인들의 신세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나는 5월이 되면 옛날 대가족이 살았던 고향집이 그리워진다. 고향집은 ‘전원일기’ 드라마에 나오는 일용이네 집처럼 깊은 산골 초가삼간이었다. 이 작은 집에서 부모님과 우리 형제들은 같이 살았다. 대가족이 한집에서 부대끼며 혈육의 소중함을 알았던 그때가 너무 행복했고,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때는 어른에게 효도하고 가족 간에는 포용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였다.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제사정은 지극히 좋지 않다. 2021년 통계청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전 국민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비율)은 37.6%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다. 이 시대를 사는 노년층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한 세대지만, 외환위기를 겪은 데다 대부분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준 경우가 많다. 노년의 빈곤도 문제지만 외로움은 더 견디기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노시니어존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자영업자가 원하는 소비자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논리라는 것이다. 노시니어존이 많이 생겨날수록 시니어를 타깃으로 하는 카페도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 요소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지난 문재인 정부 때부터 본격화된 이념적 편가르기 문화가 더 세분화된 분야로 확산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노시니어존 카페의 등장은 SNS나 선거과정을 통해 노인증오를 선동하는 분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우리 국민의 유교정신은 외국학자들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nold Toynbee)는 한국에서 가져갈 것이 있다면 가족제도뿐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노인증오 풍조는 사회적갈등 심화 때문에 오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 공동체가 합심해서 근절해야 한다.

2023-05-16

당무감사 앞둔 與현역, ‘물갈이론’에 떤다

심충택 논설위원 여야가 최근 내년 총선 공천준비작업에 들어감으로써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다. 국민의힘은 총선후보자들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해 곧 당무감사에 착수하고, 민주당은 그저께(8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공천룰’을 확정했다.내년 총선에 패배할 경우, 정부 여당은 조기 레임덕으로 인해 식물상태가 되고, 야당은 수권정당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에 여야 모두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한다. 현재로선 다양한 변수가 잠복해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진영논리에 갇힌 양대정당의 극한 대립으로 무당층이 급증하는가 하면, ‘제3지대론’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TK(대구경북)지역에서는 ‘현역의원 물갈이 공천’이 최대 관심사다. 경북매일신문이 지난주 발표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중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끈 부분도 현역의원들에 대한 평가였다.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각각 52.5%와 55.1%의 지지를 받으며 여전히 민심을 얻고 있지만, TK 현역의원들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20%대로 뚝 떨어졌다. ‘다른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절반(51.2%)을 넘어섰다. 총선 때마다 ‘공천 개혁’이란 타이틀로 가장 먼저 TK 현역의원을 칼질했던 보수정당의 관행이 내년 총선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TK 지역구 의원 25명 중 9명만 공천을 받아, 현역 교체율이 64%에 달했다.실제 대통령실이나 법조인 출신 인사들의 TK 낙하산설이 그럴듯하게 흘러나오고 있어 현역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 지역은 공천만 받으면 손쉽게 당선되기 때문에, 대통령 주변 유력인사들이 출마욕심을 내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국민의힘의 역대총선 공천과정을 보면, 내년 총선에서도 당무감사위원회가 현역교체 근거자료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TK지역에서 당무감사 형식을 빌어 현역 의원을 대폭 교체했었다. 감사 결과를 등급(A∼E)으로 매겨 평균 등급(D,E) 이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시켰다.국민의힘은 지난달 신의진 위원장을 포함한 당무감사위원 7명을 선임했다. 위원 명단은 비공개로 했다. 당무감사위원회는 여름휴가와 정기국회 일정 등을 고려해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정치부 기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당무감사를 앞두고 공천탈락을 염두에 둔 일부 의원들이 벌써 무소속 출마설을 흘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예를들어 ‘TK지역도 이제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찍어주지 말고, 일을 잘하면 공천을 받지 않더라도 당선시키는 케이스가 많아져야 한다’는 등의 논리다.공감이 가는 말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보수의 본산’이라는 이름에 비해 중견정치인들이 많지 않다. 공천 때마다 현역을 대거 날린 결과다. 집권당이 우선 역량 있는 인물을 공천해야겠지만, 유권자들도 ‘공천=당선’이라는 TK 선거풍토를 바꾸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2023-05-09

윤 대통령에게 급한 건 ‘통합의 리더십’

심충택 논설위원 극심한 진영대결과 정치양극화가 우리나라 국격과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은 역대급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방외교가에서도 성공적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유독 민주당만은 윤 대통령이 미국으로 출국하는 순간부터 혐오스런 단어들을 동원해가며 꼬투리를 잡고 있다. 출국 당일 “불안과 공포의 한 주가 시작됐다”고 했다가, 대통령이 귀국하자 “텅 빈 쇼핑백만 들고왔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글로벌 호갱외교’라는 신조어를 써 가며 대통령을 조롱했다. 외교성과가 상당히 불쾌한 모양이다. 국가 명운이 걸린 대통령의 외교·안보행위를 민주당은 ‘사기극’으로 규정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하는 못난 인간”이라고 비난한 말과 뉘앙스가 비슷하다.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다수결을 이용한 입법폭주도 멈추지 않았다. 간호법과 방송법을 단독 처리하며 연일 사회적 갈등을 조장했다. 간호법의 경우 의사·간호사 간 직역 갈등이 첨예한 만큼 견해차를 좁힐 공론화작업이 긴요(緊要)한데도 불구하고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자칫 국가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위기가 예고돼 있는데도 ‘내 알 바 아니다’는 무책임한 태도다.우리나라는 지금 북한의 핵 폭주로 실질적인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 언제 어디서 교전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미·일 동맹관계가 확고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전쟁이 나도 우리를 지원해줄 국가가 별로 없다. 이런 위기속에서도 정국 헤게모니를 장악한 민주당은 오로지 진영논리로 모든 것을 재단하고 있다.각종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많아지는 것은 국민적 피로도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위기를 해소할 마지막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방미외교 성과를 국민통합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야당과의 대립을 피하지만 말고, 본인이 적극적으로 대화창구를 찾아야 한다.‘편 가르기 리더십’으로 나라를 망친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사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는 것은 썩 내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광온 의원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친(親)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는 당선 후 이 대표를 지지하는‘개딸(개혁의 딸)’들로부터 비토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함께 민주당 원내 지도부를 만나 국정운영 협조를 당부하는 것은 자연스런 통치행위다.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랫동안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곧 총선공천 시즌이 온다. 지지율을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여당 내에서도 정적(政敵)들이 생긴다. 그전에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외교성과를 거둔 지금이 야당과 만나고 국정난맥을 풀 절호의 찬스다. 민주당도 더이상 국민을 양극단으로 분열시켜 국익을 훼손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민심이 용서하지 않는다.

2023-05-02

수도권 중심론자의 ‘예타면제’ 시비

심충택 논설위원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과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면서, 수도권 중심론자의 이기적인 사고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설전은 지난 14일 윤 전 의원이 CBS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지역에 다 공항을 만들면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하다. 전에 무안공항에서 동네 주민이 고추 말리는 사진도 봤는데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한데서 비롯됐다. 듣기에 따라서는, 바로 이날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TK신공항 특별법을 비꼬는 투로 해석됐다. 이에 홍 시장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안고 출발하는 신공항을 비아냥대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윤 전 의원을 직격했다. 홍 시장은 TK신공항 없이는 대구·경북의 미래가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두사람간 설전의 쟁점은 ‘예타’다. 윤 전 의원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예타 기준을 완화하는 여야협치로 전국이 총선 공사판이 될 우려가 있다”며 비아냥댔다. 누가 들어도 대구·경북과 부산, 광주 신공항건설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대규모 재정사업의 예타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도권 보수언론이 중심이 돼 예타면제 기준 완화에 대해 집중적인 비판기사를 쓰자, 국민의힘이 갑자기 법안처리에 제동을 건 상태다.예타는 지난 1999년 예산낭비를 줄이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예타는 사업의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본심사인 타당성조사는 기술적인 문제에 중점을 둔다. 경제성 분석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B/C)’을 따진다. 자연적 돈과 사람이 몰려 있는 비수도권이 유리하다.과거에도 수도권언론은 사회간접자본(SOC) 예타면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세금 낭비·선심성 사업‘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예타지수는 그 속성상 인구나 경제력이 집중된 곳일수록 높게 나오게 돼 있다. 수도권에서는 도로나 전철건설 등을 위한 예타가 수월하게 진행되지만, 비수도권 SOC건설은 예타면제 없이는 거의 사업이 불가능하다. 예타가 수도권 일극주의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 재정법시행령에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 정책적 사업에 대해서는 예타 면제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국회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예타면제의 기준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기준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차별과 특혜 논란으로 지역 간 갈등이 심각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 명확한 기준 없이 광역단체별로 1개의 SOC사업에 예타를 면제해 주겠다고 발표했다가, 지자체간에 큰 혼란이 발생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당시 각 지자체가 SOC사업을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권력실세들에게 줄을 대는 사태가 발생했다. 윤희숙 전 의원을 비롯한 수도권 정치인들은 국가균형발전이 시대적 과제임을 꼭 명심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예타와 상관없이 공기업 지방 이전을 단행해 비수도권 지역민들로부터 두고두고 칭송을 받지 않는가.

2023-04-25

간호법 제정, 충분한 공론화 필요하다

심충택 논설위원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간호법 처리를 두고 의료계가 폭풍전야다. 간호협회만 숙원이 해결된다고 환영하지만, 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의료단체는 연일 집단시위를 하면서,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간호법 처리가 자칫 우리사회의 의료시스템을 마비시킬 상황까지 간 것이다. 간호법이 처음 발의된 것은 지난 2021년 3월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서정숙(약사)·최연숙(간호사)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이 발의했다. 2년여동안 의료계 각 직역간의 갈등을 조율해 여야 합의안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현행 의료법은 의사·한의사·간호사 등 의료인의 역할과 업무 범위를 단일한 법체계로 관리하고 있는데, 간호법은 이 법에서 간호사 업무규정을 별도 법률로 분리한 것이다. 쟁점이 되는 내용은 제1조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혜택을 받는다’라고 명시한 부분이다. 의사협회에서는 ‘지역사회에서의 간호혜택’이라는 문구가 간호사들이 의사 없이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가능케 하는 근거가 된다고 보고 있다. 간호법이 분리된 후 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들이 지역사회에서 단독개원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개연성도 우려하는 듯하다.반면, 간호협회에서는 간호업무 영역이 장기요양기관, 노인복지시설, 장애인시설, 어린이집, 학교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지만, 의료법은 의료기관 중심의 보건활동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법체계가 정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달라진 보건환경 속에서 간호 서비스가 지역사회에서도 체계적으로 제공되려면 간호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간호법에 대해 간호조무사들의 반발도 크다. 법안 제12조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이 조항이 효력을 발휘하면,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불법근무를 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간호조무사들은 장기요양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 어린이집 등 지역사회에서 간호사 없이 간호업무를 하고 있다. 현직 간호조무사는 80만명 정도이며, 간호사는 약 21만명(자격 보유자는 46만명)이다.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등도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들이 자유자재로 자신들의 일을 빼앗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간호사를 위한 법률 외에도 모든 보건의료직역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간호사나 의료단체의 극렬한 저항에 직면하게 돼 있다. 고민이 클 것이다. 민주당이 노리는 것도 바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어떤 법이든 이처럼 정치공학으로 처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간호법과 같이 사회적 갈등이 큰 법률일수록 충분한 논의와 설득 절차가 필요하다. 의료계 직역 간 업무영역의 합리적 조정을 위해 지금이라도 차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23-04-18

좌파진영의 ‘친일몰이’, 지겹지도 않나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에 대한 좌파진영의 ‘친일몰이’가 갈수록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 국익이나 이웃나라에 대한 기본적 예의는 찾아볼 수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반일프레임으로 집권당 지지율을 떨어뜨리겠다는 정치공학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과학적으로 치밀하게 검증돼 우리 수산업계와 상인, 그리고 소비자의 불안을 없애야 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검증을 앞두고도 민주당과 좌파진영은 온갖 의혹을 쏟아내며 민심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들은 친일몰이로 나라를 둘로 쪼갤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태세다.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2011년 원전 사고로 오염된 물을 현재 원전 부지 내 수백여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이 오염수의 삼중수소(트리튬) 농도를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1L(리터)당 1천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해 올여름부터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후쿠시마 원전 내 오염수 처리 과정은 지금 국제공신력을 가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 중이다. IAEA는 지난 5일 전문가들이 현장 조사를 벌인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4차 보고서를 통해 “일본 측이 IAEA 요구에 따라 보완한 정보를 바탕으로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방류한 뒤 환경 영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세운 프로그램이 신뢰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방사선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IAEA 현장조사팀에는 우리 원자력 안전기술원도 참여하고 있다.IAEA 발표 하루 후 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저지 대응단’ 소속 의원 4명이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신뢰할 수 없다’며 2박3일 간의 일정으로 직접 후쿠시마 현장을 찾았다가 거의 빈손으로 돌아왔다. 민주당의 친일몰이 속셈을 파악하고 있는 일본 정계나 도쿄전력이 이에 협조할 리가 만무했다.국내 한 좌파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에서 광역단체장, 국무위원들과 비공개 만찬을 한 횟집 상호가 ‘일광수산’인 점을 두고 ‘일광(日光)은 욱일기의 상징’이라는 황당한 비판을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후보의 60년 전 돌잔치 사진 속 화폐가 일본 엔화라고 주장하면서 “(윤 후보가) 일본과 가까운 유복한 연세대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했다가, 한국은행 발행 지폐임이 확인되자 머쓱해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일단 친일 공세를 하는 것이 좌파진영의 습관이 된 지 오래다. 일본군위안부 지원 단체 활동을 하다 국회에 진출한 윤미향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기부금 유용 등의 의혹을 제기하자 “친일 세력의 모략극”이라며 억지를 부린 일도 있었다.윤석열 정부에 대해 근거없는 친일몰이를 하는 행위는 결국 국격과 국익을 해치게 된다. 수권정당을 노리는 민주당이 국익차원에서 일본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고민이 없는 것은 문제가 많다. 그저 사회갈등을 키워 정치적 이득만 취하려고 하고 있으니 국가 장래를 위해 걱정이다.

2023-04-11

대구도 항공사를 보유한 도시가 됐다

심충택 논설위원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이 지난 주말(3월 3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본사 소재지를 서울 강서구에서 대구로 이전하는 정관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대구도 이제 하늘길을 여는 개척자 역할을 할 항공사를 식구로 맞이하게 됐다. 지난해 7월 대구시와 업무협약을 통해 본사 이전을 약속한 지 8개월여 만의 성과다.지방공항은 본래 국제선보다는 국내선 위주로 노선이 편성됐는데다, 수익성이 낮아 항공사들이 모기지(母基址)로 삼는 것을 꺼려 왔다.지난 2010년 출발한 티웨이항공은 2014년부터 ‘대구공항 허브화’ 전략을 펴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앞으로 대구경북(TK)신공항을 허브공항으로 해서 운항하며, 이 지역 여객·물류이동의 핵심역할을 수행하게 됐다.티웨이항공은 2030년 TK신공항 개항 일정에 맞춰 MRO(유지보수·수리·정밀검사), 운송, 화물, 물류 등의 본사 기능을 단계적으로 이전하며, 중·장거리 노선(미주와 유럽) 개설과 사업확대를 추진해 나간다.티웨이항공은 현재 국내선은 대구, 국제선은 대구와 인천을 중심으로 운항하고 있다. 매일 대구발 국내선은 제주 12회, 대구발 국제선은 나리타와 간사이, 후쿠오카는 각 주 7회, 신치토세는 주 14회, 타이베이는 주 7회 운항하고 있다. 원래 보잉 737-800 NG 기종이 단일 기단이었지만, 지금은 중대형기인 A330-300기종 3대를 운용하고 있다. 향후 추가로 17대를 도입할 계획이다.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중대형기 도입을 통해 LCC의 중장거리 노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고 했다.티웨이 항공은 현재도 인천~시드니를 시작으로 경쟁사들이 가지 못하는 장거리 노선을 취항하고 있으며, A330기를 통해 부가적인 화물 수입 창출도 노리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대형기 도입은 시점 자체가 항공업계에서는 화제였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 항공업계가 생존을 걱정하던 위기의 순간에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A330은 항속거리가 약 1만㎞로 호주와 동유럽까지 갈 수 있다.올 들어 LCC 항공업계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항공권 가격이 치솟으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LCC 4총사’의 올해 탑승률을 보면, 제주항공 95.8%, 티웨이항공 95.1%, 진에어 91.1%, 에어부산 90.2% 순으로 모두 90%를 넘어섰다.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대구시와 업무협약을 하면서, TK신공항을 중남부권 관문공항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려면 적극적인 국내외 노선개설을 통해 여객과 물류 수요를 창출하고, 항공기정비 사업 등을 확대해야 한다. 완전한 본사 기능 이전을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부터 노선 확충과 항공 수요 창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정부도 티웨이항공이 ‘24시간 잠들지 않는’ TK신공항을 만드는데 주요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티웨이항공의 대구 본사이전은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지방시대를 여는데도 주요한 몫을 하기 때문이다.

2023-04-04

헌법재판소가 날개 달아준 ‘입법폭주’

심충택 논설위원 헌법재판소가 지난주 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법안에 대해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지만 결과는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의힘이 “절차를 어긴 이 법을 무효로 해달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지 11개월 만이다. 헌재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인류보편적인 가치를 외면하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마키아벨리적 사고를 수용한 것이다. ‘절차상 하자가 있으면 유죄의 증거로 삼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와도 모순된다.민주당은 작년 4~5월 검수완박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위장 탈당 등 온갖 편법과 꼼수를 동원했다. 법사위 통과를 위해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킨 뒤 안건조정위에 넣어, 이 위원회를 무력화했다. 안건조정위는 국회 과반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다수당이 수적 우세를 악용해 법안을 함부로 통과시키지 못하게 하려고 만들어진 제도다.상임위에서 이 위원회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소속 의원 수가 가장 많은 민주당 조정위원 수와 비민주당 조정위원 수를 같게 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탈당한 민 의원을 조정위원에 포함시킨 것이다. 민주당은 이와함께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해 ‘회기 쪼개기’ 수법도 동원했다. 헌재는 이런 행위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도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전면 차단해 국회 기능을 형해화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효라고 했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이번 헌재 결정으로 앞으로 국회가 입법 과정에서 어떤 불법과 편법, 꼼수를 저질러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어졌다. 이와관련 법원장 출신인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이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더이상 지켜지지 않아도 되고, 절차에 어떠한 위헌·위법이 있더라도 형식적인 다수결 원칙만 지켜지면 된다. 입법절차의 위헌·위법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했다.현재 국회에는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야당이 본회의 직회부(법사위 패싱)를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민주당은 지난주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과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직회부한 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통과시켰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호 법안으로 불린다. 민주당은 간호법 제정안, 방송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모든 의사가 투사가 돼 총궐기에 나서겠다”고 밝혀, 또 한번의 국가적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노란봉투법’도 본회의에 직회부할 계획이다. 상임위 의석수를 보면, 민주당이 직회부할 수 있는 상임위가 전체 17곳 중 6곳에 달한다.헌재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는 입법 폭주에 날개를 달아주면서, 민주당은 이제 국회에서 여야합의를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입법 과정마다 민주당이 단독 처리 강행 카드를 남발할 경우,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2023-03-28

與圈은 ‘이너서클’로 총선 치르려 하나

심충택 논설위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일본에서 “반도체시장 한·일협력이 가능하냐”는 기자 질문에 “살아보니까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한 말이 여운을 남긴다. 세계반도체 전쟁에서 일본이 경쟁상대이긴 하지만,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공생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말이다. 공감이 간다. 이 말을 총선을 1년여 앞둔 윤석열 대통령과 그 측근세력이 명심했으면 한다.집권당의 내년 총선전망은 어둡다. 승패의 최대변수가 될 ‘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지극히 나쁘다. 한국갤럽이 지난주(14∼16일) 발표(조사대상 1천3명)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이 33%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20대 지지율이 17%에 그쳤다는 점이다. 당의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지율(49%)만 40%를 넘어섰다. ‘TK 꼰대당’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PK(부산울산경남 지지율 34%)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부정평가가 압도적이었다.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 출범 2년의 중간평가 성격을 지녀, 대통령 지지율은 총선 성적표와 직결된다.더 비관적인 것은 민심이반을 막을만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노동개혁은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지금 민주당 태도를 보면, 실현이 불가능에 가깝다. 하루빨리 민심을 얻을 묘수를 찾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윤 대통령에게 가장 큰 적은 이너서클(Inner circle)이다. 이너서클은 생리상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어떤 조직의 리더도 이너서클에 포위되면 외부 비판여론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최근 당직자 인사에서 사무총장, 사무부총장 등 총선공천위원들을 이너서클 멤버로 채운 것은 아주 위험한 신호다.여당이 지금 서둘러야 할 일은 이준석 전 대표가 쫓겨나기 전 출범시켰던 ‘최재형 혁신위’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지난해 8월 당 공천관리위원회 권한이었던 ‘후보자의 부적격 심사권한’을 당 윤리위에 넘기는 안을 ‘1호 혁신안’으로 발표한 후 곧바로 해체됐다. 당시 이준석이 윤 대통령 측근들의 수도권 험지출마를 요구한 게 발단이 됐을 거라는 추측이 나돌았다.국민의힘이 3·8 전대 이후, ‘안철수·유승민은 되지만 이준석은 안 된다’고 정리를 했지만, 나는 이것이 최악의 수(手)라고 생각한다. 이준석은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함께 우리나라 정계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과제를 던진 청년이다. 진영논리보다는 실용지향적인 청년들을 정치권에 흡수시킴으로써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우리 정계를 한 단계 성숙시킨 인물이다.내년 총선은 TK와 호남 등 강한 진영논리를 가진 지역을 제외하고는, 젊은 유권자들의 의중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곳이 다수일 것이다. 이들을 흡수하려면 민심을 감동시킬만한 공천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친윤계로 공천리스트를 짰다간 TK에서도 의석을 잃게된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하루빨리 이너서클 울타리를 벗어나 열린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2023-03-21

‘우수인력’ 탓하며 수도권집중 계속할텐가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설에 전주시민들이 떠들썩한 것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8.22%라는 사상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자,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시에 있는 것이 주요원인으로 꼽히면서 서울이전설이 나왔다. 지방에는 ‘초일류인력’이 없어 연금재정운용을 형편없이 했다는 논리다.지난해의 경우, ‘주식투자 고수’들이 몰려 있는 서울의 유력 투자기관들도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이 논리는 맞지 않다. 언론 보도를 보면, 날고 긴다는 주식전문가들이 몰려있는 한국투자공사(서울 중구)는 지난해 -14.3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보다는 성적이 다소 양호하지만 사학연금(-7.7%) 실적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올 상반기 중에 결정될 국가첨단전략산업(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특화단지 지정을 두고도 ‘지방=초일류인력 부재’라는 논리가 적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고용창출을 포함해 수조원대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할 것 없이 20여곳의 지자체가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포항(이차전지)과 구미(반도체)가 지난달 말 마감한 정부공모에 지원서를 제출했다.이차전지 분야에는 충북 오창과 울산, 전북 군산도 지원했다. 4년전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포항은 이미 이차전지 원료, 소재, 리사이클링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고,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대기업들도 집적돼 있어 초격차기술 확보에는 어느 곳보다 경쟁력이 높다. 그러나 경쟁 지자체 중에 수도권이나 다름없는 오창이 포함돼 있어 꺼림칙하다. 오창에는 이차전지 완제품 생산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비엠이 있다.반도체 특화단지 공모를 신청한 구미시도 이미 반도체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생태계가 완성돼 있지만, 수도권에서만 8곳(인천·용인·화성·이천·평택·안성·고양·남양주)이 유치전에 뛰어들어 불안한 상태다. 지난해 2월 제정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당초 비수도권 균형발전을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었으나, 국회의원들이 너도나도 개정안을 내 놓으면서 지금은 누더기로 변했다. 법제정 당시에는 16조 3항에 “수도권 외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내용이 분명히 명시됐지만, 지금은 ‘수도권 비수도권 구분없이 관련 기업이 집단적으로 입주해 있거나 입주하려는 지역도 우선순위에 포함한다’는 새 조항이 들어가 있다. 수도권이라도 관련 생산시설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유리하도록 변경된 것이다. ‘국가균형발전 정신’이 법 개정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희미해져 버렸다.아직 게임의 룰인 채점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심사위원(국무총리 주재 첨단전략산업위원회)들이 국가균형발전이냐, 아니면 우수인력 확보와 연계된 첨단산업 집적을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게 됐다. 비수도권 지자체는 첨단전략기업이 집중된 수도권과 경쟁해야 하는 한편, 지방끼리도 싸워야 하는 이중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2023-03-14

‘이데올로기전의 도구’가 된 도심거리

심충택 논설위원 정치권의 진지전(陣地戰)이 갈수록 가관이다. 국회와 언론을 넘어 이제는 도심거리도 이데올로기전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최근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도심 주요교차로와 가로수, 전봇대를 가리지 않고 걸려있는 정치현수막 때문에 출퇴근길 스트레스가 대단하다.경쟁하듯 자극적인 문구를 동원해 상대편을 비방하는 내용이 주류여서, 원치 않아도 봐야하는 시민들로선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검사들을 향해 “깡패”라고 한 말들도 길거리 현수막에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초등학교 근처 현수막에 적힌 적대감이 가득한 문구 때문에 학부모들의 민원도 쇄도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정당이나 정치인이 외연을 확장하고 표를 얻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마치 선거철처럼, 현수막이 도심을 뒤덮은 것은 작년 연말, 정당이나 정치인의 현수막은 별도의 신고·허가 없이 최장 보름 동안 아무 데나 설치할 수 있도록 ‘옥외광고물법’이 슬쩍 개정됐기 때문이다. 정당현수막은 15일이라는 기간만 지키면 신고 의무, 위치나 내용에 대한 제한이 없다. 국회가 도심 길거리를 무법천지로 만든 것이다. 일반 시민의 경우 합법적으로 현수막을 걸려면 자치구 지침에 따라 약 한달 전에 접수하고, 당첨이 되면 일정 금액을 지불한 후 ‘지정게시대’에 약 10일정도 설치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총선을 의식해 또 다른 ‘자기특혜’를 만든 것이다.현수막 공해를 차단하기 위해 인천시는 정당 현수막과의 전쟁을 선포했다.조례 개정을 통해 현수막 게재 기간과 전화번호를 크게 명시하도록 하고, 자치구의 현수막 게시시설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서울시와 창원시는 정부에 시행령 개정을 정식 건의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과시성 현수막은 도시 미관만 해칠 뿐이니 바로 철거하겠다”고 말했다가, 민주당 대구시당으로부터 “대구시가 홍준표 시장의 것이냐”는 비판을 받았다.장소 제한 없이 난립하는 현수막은 안전사고 발생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달 대구 달서구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시민이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정당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상처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인천 송도에서도 전동킥보드를 타던 20대 여성이 현수막 끈에 목이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수막 줄은 어두운 밤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현수막을 이용한 이데올로기전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지금까지는 공직선거법이 선거일 6개월(180일) 전부터 현수막이나 인쇄물을 통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7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리면서 오는 7월 31일까지 법 개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8월부터는 해당 법 조항은 효력을 잃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선거 현수막’을 내걸 수 있다. 예비후보가 범람하는 총선일이 다가오면 아마 전국이 현수막으로 도배될 것이고, 시민들은 이에 비례해 정치환멸을 느낄 것이다.

2023-03-07

집권당은 ‘民心의 무서움’을 되새길 때다

심충택 논설위원 2024년 4·10 총선이 1년 2개월 채 남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지금 가장 긴장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목숨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전’을 펼쳐야 할 운명이다. 선거에서 지면 윤 대통령은 곧바로 뒷방노인 신세로 전락하고, 이 대표는 감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냉혹한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윤 대통령이 ‘비윤’ 후보(안철수)를 ‘국정훼방꾼’이라며 몰아붙이는 것도, 입법권력을 쥐고 있는 이 대표가 노란봉투법, 간호법, 양곡관리법 등을 남발하며 진영(陣營)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모두 그 승부전의 일환이다.현재까지의 전쟁스타일을 굳이 정리하자면, 이 대표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는 태세인 반면, 윤 대통령은 오히려 대문을 닫아버리고 지원병력을 외면하는 뺄셈정치를 하고 있다.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당지도부를 측근세력으로 구성하기 위해 난리법석(이준석 전 대표 축출, 유승민 전 의원 출마봉쇄, 나경원 전의원 불출마 강제)을 떨었다. 이 난리에 휩싸여 소속 국회의원들도 당의 미래에 대한 충정보다는 차기공천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과 그 주변 권력자를 향해 줄서는데 급급했다. 모두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보니 총선승패를 좌우할 민심챙기는 데는 뒷전이다.3·8전당대회 당권레이스가 진흙탕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당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당 대표 선거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김기현·안철수 후보 간 비방전은 합동연설회와 TV토론을 계기로 본격화하고 있다. 전당대회까지 합동연설회 3차례(23일 강원, 28일 대구·경북, 3월 2일 서울·인천·경기), TV토론회 2차례(22일, 3월 3일) 남겨둬, D-데이가 임박할수록 네거티브전은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전당대회 최대이슈가 ‘친윤계’인 김기현 후보의 ‘울산부동산 시세차익 의혹’이라는 점도 여당으로선 불행한 일이다.이 이슈를 놓고 선두를 추격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가 연일 “의혹은 털고 가야한다”며 부풀리고 있고, 김기현 후보는 “유치하다”며 대응하고 있으니 전당대회가 외연확장으로 흘러가기는 불가능하다. ‘포스트 전대’의 암운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아주 좋지못한 형국이다. 전당대회의 궁극적 목적이 민심을 얻는 것인데, 오히려 민심이반을 가져오고 있으니 윤 대통령으로선 기가 막힐 것이다. 만약 전대 후 후보들끼리 승복문제가 불거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집권당의 차기 당 대표 임무는 막중하다. 내년 총선에서는 대통령보다 오히려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가지게 된다. 최근 김기현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되면 총선에서 안철수· 나경원·유승민·이준석에게 실질적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한 말은 정말 마음에 든다. 여권이 전당대회를 총선승리의 기회로 만들려면 당권레이스 캠페인을 외연확장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2023-02-21

대통령 안 부러운 시장·도지사 시대 열리나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주말(10일)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6개분야 57개의 ‘중앙권한 지방이양 과제’를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이 작년 7월부터 TF를 꾸려 정부부처간, 광역단체간 협의를 통해 ‘지방이양이 가능한 규제’를 발굴한 내용이다. 정부는 대통령이 발표한 과제 이행을 위해 관계법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고, 법령개정 없이 가능한 조치들은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후속조치는 대통령소속 지방시대위원회(위원장은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내정)가 출범하면 엄격하게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중앙권한 지방이양’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부터 약속한 ‘지방시대 개막’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조치여서 무엇보다 반갑다. 예산과 조직, 인력을 앞으로 지방정부에 어떻게 배분할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지난 10일 발표한 내용은 혁신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양과제들이 국회 문턱을 넘어 그대로 실천되면 광역단체장들은 대통령도 부럽지 않은 권한을 가지게 된다. 지난 1995년 민선 단체장시대가 열린 이후 비수도권 지방정부는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줄기차게 주문해왔다.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권한이양 내용을 보면, 앞으로 광역단체장은 100만㎡(약 30만평)까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할 수 있다. 수도권은 제외된다. 교육 분야의 경우, 지역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권한도 이양된다. 지금까지는 재정 지원 사업을 할 때 교육부가 직접 대학을 선정하고 지자체는 컨소시엄 등을 통해 간접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수도권 공립대학의 정원이나 학과 조정은 교육부 장관의 사전 승인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총 입학 정원 범위에서 자율 조정 후 교육부에 사후 보고만 하도록 했다. 다른 골프장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대중형 골프장’ 지정 권한도 시·도로 이양된다.다만, 이러한 권한이양이 ‘혁신적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전제돼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광역단체장에게 이양되는 각종 인·허가권이 실질적인 효력을 내려면, 재정과 조직, 인력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제주도를 예로 들면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수많은 정부 권한을 이양받았지만, 관련 예산과 인력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해 지방재정이 갈수록 쪼들린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중앙정부에서 권한만 이양하고 관련 예산·인력 지원에 인색할 경우, 윤석열 정부가 선언한 지방시대는 제주도처럼‘빛 좋은 개살구’가 된다. 특히 지역대학 재정지원 권한을 이양할 때 중앙정부의 예산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으면, 재정지원 규모가 지금보다 줄어들 소지도 있다. 그린벨트 해제나 대중골프장 인허가 같이 자칫 이권개입 논란이 일 수 있는 분야는 세심한 예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광역단체의 전문적인 역량도 고민이다. 정부부처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해왔던 업무들을 시·도의 공직시스템에서 다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중앙정부의 권한이양이 지역균형발전과 실질적으로 연결되려면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되겠지만, 권한이양에 앞서 미비점이나 리스크, 타당성 등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2023-02-14

‘58년 개띠’가 벌써 노인대접 받아도 되나

심충택 논설위원 나는 1958년에 태어난 개띠다. ‘58년 개띠’가 마치 고유명사처럼 불리는 것은 베이비붐 시대의 콩나물교실, 옥수수 빵, 중학교 무시험, 고교평준화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100만명에 육박한다는 1958년생이 새해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이 돼 전국 도시철도를 모두 공짜로 탈 수 있다.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홍준표 대구시장이 오는 6월부터 만 70세가 돼야 도시철도를 무임승차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혀 공짜혜택을 5년이 지나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노인복지법에 무임승차 대상이 ‘65세부터’가 아닌 ‘65세이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70세로 조례를 제정하더라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같은 58년 개띠인 고교 동기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대부분 홍 시장의 조치가 다소 서운하기는 하지만, 조례제정에 공감은 간다고 했다. 아직 마음은 청춘인데 벌써 노인 소리를 들으며 지하철을 공짜로 타기가 영 거북하다는 반응이 주류였다.조례제정안이 대구시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지하철 무료승차 때문에 적자에 시달려온 전국 6개 광역자치단체 모두 홍 시장의 생각에 동의하는 분위기다.보건복지부도 지난주 노인연령 상향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여야 정치권도 도시철도의 노인 무임승차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여, 58년 개띠의 ‘지공대사(지하철을 무료로 타는 세대)’혜택은 곧 사라질 것 같다.사실 만 65세가 되면 기초연금과 의료비 할인, 공익형 일자리 제공 등의 노인 복지 혜택을 받지만, 사회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노인대접을 받기는 이른 나이다.지난해 6월에 발표된 한 여론조사 내용을 보면, 노인연령 기준 상향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2%나 됐으며,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찬성’ 응답이 70% 정도를 기록했다.생활환경과 의학 발전으로 60대 이상 건강조건이 경로우대제도가 도입됐던 1980년 당시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그리고 노인 인구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지난해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01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했다. 2년이 지나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고 한다. 그리고 10년 후면 25.0%, 20년 후면 33.9%로 올라간다고 하니 ‘65세 노인’ 규정을 이대로 두면 국민 10명 중 3~4명이 노인인 시대가 20년 안에 도래하는 것이다.노인연령을 상향시키는 문제는 불가피하지만 쉽지는 않다. 직장 정년이 현행대로 60세로 유지되면 퇴직 후 노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받기까지는 지금도 5년의 간극이 있다.만약 노인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60세 정년 이후 10년간 노인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정년과 고령 일자리 문제도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초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잘 분석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23-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