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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TK신공항, 내년 토지보상 들어갈 수 있을까

지난 주말(18일)에는 대구시의회 의원들의 본회의 질의모습을 TV를 통해 시청했다. 새 정부 들어 대구시의원들이 최대현안으로 여기는 이슈가 무엇인지 궁금해서다. 예상대로 현재 표류 중인 TK신공항 건설 사업이 가장 민감한 현안으로 거론되는 듯했다. 군위군이 지역구인 박창석 의원은 이날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TK신공항 건설이 사업방식 혼선, 재정 조달 불확실성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면서 “이제 논의단계를 넘어 실질적 착공 준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계획된 신공항 사업 로드맵대로라면 내년부터 대구시가 토지보상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데 이러한 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 대한 질책이었다. 김 대행은 이에 대해 “아직 정치권, 예산 부서와 협의가 지연돼 자금 조달 계획이 확정되지 못했다. 연말까지 자금 조달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내년 토지 보상 관련 절차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신공항 개항 시기 지연도 예상된다”고 답변했다. 연내에 국회의 관련법안(신공항 특별법)처리, 이에따른 정부 예산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TK신공항 사업이 계속 불확실성 속에서 표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행은 민주당 육정미 의원(비례대표)이 “내년에 재원 조달 방안이 확정 안 되면 토지 보상 절차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국비가 먼저 확보되어야 보상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TK신공항 사업의 전체 보상비(토지, 이주단지 조성)는 45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대구시는 지난 정부에서 사업 첫 해(2026년) 들어갈 토지 보상비(공공토지비축사업비 2766억원)를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투자자금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현재 TK신공항 사업을 위해 정부에 내년부터 5년간 11조5393억원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해 둔 상태다. 그러나 이 기금을 받으려면 지원근거가 담긴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설사 공자기금을 전액 지원하더라도 대구시가 갚을 역량이 없다는 것이다. 공자기금도 결국 대구시가 지방채를 발행해서 매입하는 부채이기 때문에, 일정기간이 지나면 갚아야 한다.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공자기금을 빌린다는 생각인데, 이자율을 3%로 잡더라도 이자만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까지는 이자만 갚게 되지만, 2031년부터 10년간은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야 한다. 대구시 재정상태로는 공항 건설 사업비 전액을 공자기금으로 조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해법은 이재명 정부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광주도심 군공항 이전사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TK신공항건설도 정부 도움을 받아 추진하는 것이다. 대구·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은 정치권이 ‘쌍둥이 법안’을 발의했을 정도로 유사한 부분이 많다. 이 지역 정치권과 대구시, 경북도는 이 해법이 성사될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7-22

동네북 신세가 된 ‘TK 정치’

6·3 대선 이후 대구·경북(TK)이 정치 사회적으로 ‘동네북’ 신세가 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야에서 나오는 ‘찐윤 세도정치’나 ‘언더찐윤’ 같은 생소하고 비아냥대는 정치 단어들이 대부분 TK사회를 겨냥하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주 당 혁신위원장을 사임하면서 당내에 ‘찐윤 세도정치’ 카르텔이 있다고 했다. 세도정치는 조선후기 특정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며 온갖 전횡을 저지른 것을 말한다. 조선시대처럼 찐윤 그룹이 당내 인사를 비롯한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폭로성 발언이다. 누가 들어도 TK 출신이 주축인 당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찐윤’의 구성원에 대해 “윤석열 완장 차고 관저 가서 술 얻어먹고 호가호위하던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대선 직전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김상욱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찐윤’과는 또 다른 ‘언더찐윤’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언더찐윤’이 누구를 지칭하느냐는 질문에는 “대구·경북, 부산·경남, 울산, 강원에 있는 의원이다. 20∼30명쯤 된다. 언론에 나서지 않고 수면 아래에서 조용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최근 여기에 포함되는 일부 중진의원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들은 늘 말없이 무리를 이루며 무슨 사태가 벌어지면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변화를 거부하고 이익을 챙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성동·이철규·윤상현·나경원 의원과 같은 ‘친윤’ 의원과는 행동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두 의원의 발언이 주관적이고 과장이 섞인 부분이 있지만, 정계에서는 ‘언더찐윤’의 존재에 수긍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 같은 경우에는 “김상욱 의원 말이 맞다”고 공개적으로 동의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10%대로 떨어진 경우도 종종 나온다. 지난 11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은 43%, 국민의힘은 19%를 기록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1월 17~19일 이뤄진 조사 이후 처음이다. 놀라운 것은 TK지역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27%)이 민주당(34%)에 역전당했다는 사실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에 대한 TK지역 민심이 급속도로 이반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나는 TK지역민의 이러한 정치성향 변화가 사회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외부에서는 아직도 이 지역이 국민의힘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자들만 사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TK지역민들도 이제 특정 정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터득해 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찐윤’ 카르텔로 지목된 TK의원들은 이 지역 민심을 잘 분석해보길 바란다. 다음 총선이 아직 3년이나 남았다며 느긋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7-15

혁신 거부하는 국힘, 다음 선거는 포기했나

국민의힘 혁신위가 출범 닷새 만에 좌초됐다. 지난 2일 혁신위원장을 수락한 안철수 의원이 7일 전격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당내 인적 청산과 혁신위원 인선 문제에 대해 송언석 비대위와 충돌한 것이 이유다. 안 의원은 “최소한 두 분에 대한 인적 쇄신안을 제안했지만 비대위가 거부했다”고 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후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중심의 혁신위 구성과 12·3 계엄부터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책임있는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을 주장해왔다. 안 의원은 인적 청산 대상과 관련해선, “지난 주말 송언석 비대위원장을 만나 2명의 인적 쇄신안을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겠는지 여러 번 의견을 나눴지만 결국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가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2명의 실명(實名)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일종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계셨던 분들”이라고 했다. 당시 당 지도부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를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의원이 요구한 인적 청산은 출당 또는 탈당 조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 과정에서도 갈등을 빚었다. 안 의원은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 박은식 전 비상대책위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혁신위 합류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 소속이고, 호남 출신의 박 전 위원은 마찬가지로 당의 개혁 필요성을 주장해 온 원외 인사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지난 7일 발표한 혁신위원 명단에는 2명이 쏙 빠졌다. 사실 국민의힘이 지난주 ‘안철수 혁신위’를 띄웠지만, 민심을 돌릴만한 혁신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지 않았다. 당내에서도 “기득권 세력이 당 내외 비판 여론을 분산하고 자기희생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기 위해 안철수 혁신위를 만들었다”는 뒷말이 나왔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아마 안 의원이 큰 운동장에 30평짜리 운동장을 따로 긋고 그 안에서만 혁신하라는 주문을 계속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과 인재 영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 ‘당3역’인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이 모두 친윤계인 TK와 PK 중진들이 장악하고 있어 자체적인 인적 쇄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서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도 5대 개혁안을 내걸었지만 친윤계의 반발로 끝내 의결이 무산됐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7일 발표한 정당별 지지도 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53.8%, 국민의힘이 28.8%를 기록했다. 양당 간 격차가 25.0%p까지 벌어졌다. TK지역에서는 민주당 42.4%, 국민의힘 45.7%로 오차범위 내 접전 상태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재 거론되는 ‘홍준표 신당’이나 이준석 개혁신당이 영남권에 유력한 후보를 낼 경우, 국민의힘은 TK지역의 기반마저 붕괴할 수 있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7-08

무기력한 국힘, TK민심도 심상찮다

국민의힘에 대한 대구·경북(TK) 민심 이반현상이 심각하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지지율이 민주당에 뒤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전에 없던 일이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TK지역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40.7%로 국민의힘(35.4%)을 5%p 이상 앞섰다. 전국적으로도 민주당(50.6%)이 국민의힘(30.0%)을 압도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TK지역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31%)과 민주당(28%)이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전국적으로는 민주당 43%, 국민의힘 23%였다. 국민의힘으로선 당 지지도 하락보다 더 위기의식을 가져야 될 부분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TK민심이다. 갤럽 조사에서는 TK지역에서도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한다’(44%)는 응답이 ‘못한다’(33%)를 10%p 이상 앞섰다. ‘친 이재명 정서’가 TK지역에서도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대구 23.22%, 경북 25.52%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최근 정당별 지지도를 종합해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가 20% 정도로 굳어지는 것 같다. 중도층의 야당 외면에 보수 지지층의 이탈이 맞물린 결과다.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대선 패배 이후 당이 한 달 동안 쇄신안 하나 내놓지 못하고 퇴보적인 걸음을 한 걸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 당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다면, 그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옛 친윤(친윤석열)계를 비롯한 구(舊)주류 세력을 겨냥한 발언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계엄과 탄핵 사태, 뒤이은 대선 패배까지 겪고도 반성은커녕 국민에게 어필할 개혁안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탄핵 반대 당론’ 철회 등 김용태 전 위원장이 내놓은 혁신안들은 그가 퇴임하면서 흐지부지돼 버렸다. 옛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 지지로 당선된 송언석 원내대표가 등장한 이후로는 당이 쇄신보다는 당권 경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이재명 대통령은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적인 행보를 하면서 국정 지지도를 견인하고 있고, 민주당은 여전히 국회에서 독주하고 있지만 지지도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이제 기댈 곳은 민심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리더십으로 자기 파괴적 수준의 내부 개혁을 하지 않는 이상 지지율 반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친윤 정치’ 청산은 불가피하다. 김용태 전 위원장이 퇴임식에서 밝혔듯이, 지금 보수 야당은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국민이 외면한다. 윤석열 정권의 유산이라는 굴레에서 자유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이 친윤계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면 TK국회의원들이 당 혁신에 가장 앞장서야 한다. 강성 보수 지지층의 ‘배신자 낙인’을 겁내서는 갈수록 당이 위축될 뿐이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7-01

장·차관 국민추천제, 성과낼 수 있을까

이재명 정부 장·차관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그저께(16일) 고위급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추천제(‘진짜 일꾼찾기 프로젝트’) 시행 현황과 관련해 “15일까지 7만4000여 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추진 한 주 만이다. 추천자리는 직위별(정무직, 개방형 직위, 공공기관장 및 임원, 정부위원회 위원 등), 전문분야(31개)별로 나눠져 있으며, 본인 추천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기존의 밀실인사나 낙하산인사 등 각종 인사 논란을 피하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인사제도라는 점에서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누군가를 앉히는 데 명분을 구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프로젝트 시행 첫날에는 법무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 추천이 가장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일부 정치인은 ‘셀프 추천’을 해 눈총을 받았다. SNS에 게시된 흥미있는 정부 부처별 추천케이스를 보면,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에 아이유, 봉준호, 유재석 등 유명 인사가 추천됐고, 방송통신위원장에 진보 진영 지지를 받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추천됐다. ‘환자 중심 의료개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새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추천도 많았다. 부산시의사회는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을 장관 후보로 추천하면서 “의료 최전선의 외상외과학 교수로서 뛰어난 전문성과 헌신을 보였고, 군인으로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남다른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일해왔다”는 사유를 밝혔다. 검찰총장에는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임은정 부장검사 추천도 올라왔다. 임 부장검사는 자신의 SNS에 “법무부와 검찰을 바로 세워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그 추천에 담긴 기대와 열망이 무겁고 뭉클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걸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선거관리위원장에 추천했다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장·차관 국민추천 프로젝트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도 시도를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에도 정부 고위직 인사를 희화화하는 창구가 되거나, 공직 인사가 업무 역량이 아닌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SNS에 ‘국민추천제가 인기투표냐’는 글이 다수 올라오는 것에 대해 “인기투표가 아니다. 추천 횟수는 참고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국민 추천제를 통해 접수된 국민 추천 인사 명단은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거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인사 검증과 공개 검증 절차를 밟는다. ‘인사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실이 갖고 있는 인사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국 곳곳에 흩어진 인재를 국민추천으로 발탁하는 제도는 긍정적인 발상이다. 이번에 추천된 다양한 인사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 정부의 역량이 달라질 수 있다. /심충택논설위원

2025-06-17

국힘 친윤 세력, 지금 헤게모니 싸움할 때냐

‘소수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이 당권경쟁에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선 패배 1주일이 지났지만 누구 하나 수습에 나서기는커녕, 다들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장악하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나오는 국민 반응이다. 지난 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당내 계파싸움의 핵심인 ‘김용태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를 두고 5시간 넘게 격론을 벌였지만 아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내 주류인 친윤계 의원들은 당권장악의 장애물로 여겨지는 김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고, 비윤계 의원들은 “당내 개혁을 주도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다음 전당대회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양쪽 다 당권을 차지해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욕심뿐인 것 같다. 친윤계 핵심들이 여전히 기득권을 누리고 있으니, ‘당 해체 수준의 혁신’을 주문하는 외부 목소리가 당 운영에 반영될 수가 없다. 오는 16일 선출되는 원내대표도 친윤계가 맡게 될 경우, 국민의힘 혁신은 요원해진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다수당인 민주당은 거리낌 없이 입법 독주를 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3대 특검법안(채상병·내란·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할 때도 주진우 의원 혼자 반대토론을 한 것 외에는 모든 국민의힘 의원들이 남의 일처럼 구경만 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어제(10일) 공포된 특검법이 로드맵대로 시행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거 특검 사정권에 놓이게 된다. 특검은 늦어도 한달 뒤인 7월 11일쯤 본격 수사에 들어간다. 특검의 주요 타깃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지만, 국민의힘 인사들도 상당수 수사를 피하기 어렵다. 우선 내란 특검법 수사 대상(11개)에는 ‘국회 표결 방해 시도 행위’가 적시돼 있다. 여권에선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불참한 이유를 ‘핵심 친윤계의 의도적인 표결방해행위’로 의심하고 있다. 만약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회 표결에 불참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내란 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김건희 특검법(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도 국민의힘에겐 저승사자가 될 수 있다. 15개 의혹사건으로 구성된 이 특검법에는 ‘명태균 게이트’ 수사도 포함돼 있어 국민의힘에는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으로선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다.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당이 해산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민주당이 특검법으로 사실상의 적폐 청산에 들어갔지만, 국민의힘으로선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국회 의석이 여권은 민주당 167석을 포함해 184석인 반면, 국민의힘은 107석밖에 안 된다. 개혁신당과 합치더라도 110석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헤게모니 싸움이나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을 보며 국민이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심충택 논설위원

2025-06-10

TK신공항 건설은 순항할 수 있을까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사가 사실상 올스톱됐다는 뉴스가 남의 일 같지 않다.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공기(工期·2029년 개항)가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정치적인 부담과 안전사고, 법적(중대재해처벌법)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600억원을 투입해 6개월간 가덕도 현지에서 기술 검토를 해왔다. 이제 새 정부가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덕도신공항은 이전에도 공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건설사가 없어 네 차례나 유찰됐었다. TK신공항 건설도 순탄하지 않다. 대구시는 지난 2024년부터 신공항건설 특수목적법인(SPC)에 참여할 민간사업자 공모에 들어갔지만, 지원하는 건설업체가 없었다.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부터 사업의 위험성을 들어 참여를 거부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비 회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TK신공항은 전액 국비가 투입되는 가덕도신공항과 달리 ‘기부 대 양여’ 방식이어서, 자금력이 있는 사업자가 나서지 않으면 공사가 불가능하다. 결국 대구시는 SPC 구성을 포기하고, 대신 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지원받아 신공항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미 정부에 내년부터 5년간 11조5000억원의 공자기금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해 둔 상태다. 그러나 이 기금이 나오려면, 지원근거가 담긴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공자기금을 지원받더라도 갚을 역량이 있느냐도 문제다. 대구시는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공자기금을 빌린다는 생각인데, 이자율을 3%로 잡더라도 이자만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까지는 이자만 갚게 되지만, 2031년부터 10년간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한다. 대구시는 이 돈을 K2 군공항 후적지를 개발해 갚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후적지 개발이익은 주로 아파트 분양에서 나오는데, 지금 대구지역 건설경기를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가 공자기금 지원을 꺼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동산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지금 신공항 예정부지 주민들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에 묶여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정부에 사업 첫 해(2026년) 들어갈 토지 보상비(공공토지비축사업비 2766억원)를 요청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 투자자금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공공토지비축사업은 국책사업 추진을 위해 LH가 필요한 부지를 먼저 매입하는 제도다. 오늘(4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TK신공항 건설자금으로 공자기금을 활용하는데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TK신공항은 국가균형발전뿐 아니라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 정부는 대구시가 이미 제출해둔 공자기금 신청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전향적인 지원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심충택 논설위원

2025-06-03

대선승패는 ‘사전투표’와 함수관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사전투표 첫날인 내일(29일) 광주에서 가장 먼저(오전 6시) 투표를 하겠다고 했다. 사전투표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일부 보수진영 유권자에게 충분히 자극을 줄 수 있는 캠페인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부정선거 음모론과 단호하게 선을 긋지 못하면 ‘민주당은 3일간, 우리는 하루만’ 투표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전투표는 젊은층의 투표참여를 높이는 경향이 있어 진보진영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4월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호남과 수도권이었다. 투표율 1위는 전남(41.19%)이 차지했고, 그다음 전북(38.46%), 광주(38%) 순이었다. 꼴찌는 대구(25.6%)였다. 당시 민주당은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민심이 확인됐다”고 했다. 실제 이 총선에서 사전투표 결과로 당락이 바뀐 지역구가 52곳에 달했으며, 민주당이 압승했다.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최대변수도 사전투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선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본 투표율과 거의 차이가 없다. 3년 전 20대 대선 때 사전투표율은 36.9%로 본투표율 40.2%와 비슷했다. 지난해 22대 총선 때도 사전투표율(31.28%)이 본투표율(35.7%)에 근접했다. 사전투표가 사실상 보편적 투표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본 투표일(6월 3일)이 휴일과의 간격이 좁아져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직장인의 경우, 월요일인 2일 휴가를 내면 5월 31일부터 나흘간 쉴 수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지난 24~25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3028명) 결과, 응답자의 34.5%는 ‘사전투표를 하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63.3%는 ‘본투표를 하겠다’고 했다. 다만 보수 성향 응답자 가운데 75.4%는 본투표 참여 의사를 밝힌 반면,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사전투표(50.3%)를 하겠다는 응답자가 본투표(47.6%) 응답자보다 오히려 많았다.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이번 대선에는 투·개표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이번 사전 투표에서는 ‘투표소별’로 투표자 수를 1시간 단위로 공개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선거인 주소지’를 기준으로 사전 투표자 수를 시간대별로 공개했다. 사전 투표자 수를 부풀려 투표를 조작한다는 의혹을 불식하려는 조치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는 ‘공정선거참관단’도 운영한다. 공정선거참관단은 투·개표 과정뿐 아니라 후보자 등록, 선거인 명부 작성, 투표지 회송용 봉투 우체국 접수 절차 및 투표함 이송 등 사전 투표 전 과정을 현장에서 참관한다. 이번 대선도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주요 후보 간 지지도 격차가 좁혀져 박빙의 승부전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도 경쟁적으로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유권자들은 내일, 모레 사전투표일에는 아무런 부정선거 의심 없이 투표장에 나와 주권을 행사하길 바란다. /심충택 논설위원

2025-05-27

빅텐트 成事, 김문수 후보 역량에 달렸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난 일요일(11일) 경남 창녕 전통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는 이익을 노리고 막 움직이다 보면 반드시 걸려 자빠지게 돼 있다. 어느 집단을 보니까 그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말을 인용했지만, 누가 들어도 국민의힘 후보 강제 교체 과정을 비웃는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당 대선후보를 김문수 후보에서 한덕수 전 총리로 강제 교체하려던 시도를 당원들이 바로잡아 주지 않았더라면, 이 후보 말대로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대선주자로 확정된 김문수 후보가 당권을 잡자마자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당 이미지를 쇄신시킨 것은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가장 주목되는 인사는 초선의 김용태 의원을 당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하고, 자신에게 험악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 권성동 원내대표를 유임시킨 것이다. 1990년생인 김 지명자는 당내 최연소 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도 참여했다. 지난 10일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7명의 비대위원 중 유일하게 한덕수 전 총리로 후보를 강제 교체하는 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당내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가 개혁·포용 인사로 난국 수습에 나선 모습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젊고 개혁적인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워 당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포용력 있는 인사를 통해 당내 화합을 도모한 것은 국민의힘 이미지를 전격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지금 국민의힘 중도층 외연 확장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공식선거운동 직전까지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대세론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 김 후보가 전면에 나서 이 후보 대세론을 깨야 한다. 그러려면 최우선 선결과제가 이번 조기 대선의 원인을 제공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것이다. 만약 이번 대선이 민주당의 전략인 ‘윤석열과 이재명’ 대결 구도로 이어지면 국민의힘은 필패한다. 김 후보가 더 넓은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윤 전 대통령 울타리 속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했던 양향자 전 의원이 말했다시피, ‘후보자와 배우자만 빼고 다 바꾼다’는 심정으로 당과 자신을 새롭게 변신시켜야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이낙연 전 총리 등과의 빅텐트 추진도 당의 외연확장 후에나 가능하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10일 대선 후보로 가장 먼저 등록을 하고 부동층 지지자를 흡수하기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지금으로선 이 후보가 자진해서 빅텐트에 들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를 단일화 테이블에 앉히려면 우선 김문수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오는 29일이면 21대 대선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사전 투표일 전에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빅텐트가 구축되려면 18일, 23일, 27일 예정된 3차례 TV토론 등을 통해 김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수밖에 없다. /심충택 논설위원

2025-05-13

이제 대법원까지 손보겠다는 민주당

지난주 경북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한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김영수 교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삼권분립이 위기에 처한다고 경고했다. 유력일간지 칼럼 등을 통해 이번 대선정국을 깊이있게 분석해온 김 교수는 “최근 끝난 민주당 경선결과(이재명 후보 89.77% 득표율)는 민주주의 경선으로 보기 어렵다. 제왕적 총재로 불린 김대중 전 대통령도 78.04%의 득표율에 그쳤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라는 절대 반지를 끼면 삼권분립이 위기에 처한다”고 했다. 공감이 가는 진단이다. 제22대 국회들어 192석을 차지한 야권은 입법권은 물론 공직자 탄핵이라는 수단을 통해 행정부까지 장악하면서 국정이 마비된 지는 오래됐다. 그런데 이제 대법원까지 겁박하며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흔들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일 대법원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와 국정조사, 특검추진까지 거론했다. 민주당은 앞서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와 관련된 형사재판을 중단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 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친민주당 성향 대법관을 다수 임명해 대법원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회·대통령·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선출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돼 있는 헌법재판관에 대한 최종 승인권을 국회가 행사하겠다는 대선공약도 검토하고 있다. 이러니 “히틀러와 김정은 보다도 더 심각한, 집단광기 수준의 사법부 압박”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민주당의 이러한 시도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동안 민주당이 수많은 법안을 강행 처리했지만,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가지고 있어서 부결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법안에 제동을 걸 수단이 없어진다. 대통령을 제외한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도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 이상) 찬성으로 가능해 민주당(170석) 단독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자제해 왔던 국무위원 줄탄핵도 재개했다. 지난 1일 심야에는 민주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추진하자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전격사퇴했다. 이로인해 대행 3순위인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대선 관리와 경제·외교·안보를 도맡게 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된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입법권만으로도 사실상 국정을 마비시켰다. 30번의 탄핵안과 33번의 특검법을 남발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국민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듯이, 결국 유권자가 6·3대선에서 현명한 판단을 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만약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민주당은 국민이 입법·사법·행정 3부 장악을 허용했다고 간주하고 지금처럼 독주를 계속할 것이다. /심충택 논설위원

2025-05-06

‘계엄의 늪’속에서 이재명을 이길 수 있을까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 27일 대선 후보 경선에서 89.77%의 누적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6·3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득표율은 반올림하면 90%다. 진보대통령의 대명사 격인 김대중 전 대통령(새정치국민회의·77.53%)도 달성하지 못한 수치다. 민주 당원과 지지층들이 정권을 잡기 위해 그만큼 똘똘 뭉쳤다는 방증이다. 국민의힘은 “조선 노동당에서 볼 수 있는 득표율”이라고 했지만, 이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이 후보가 얻은 표 중에는 진보지지층 뿐만 아니라 중도층까지 포함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경선에서 권리당원·대의원·재외국민선거인단과 국민선거인단 투표율을 50%씩 반영하는 룰을 적용했다.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적용하긴 했지만, 중도층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90% 득표율이 나올 수 없다. 지난해 8월 당 대표에 연임된 이 후보는 핵심 과제로 ‘중도 공략’을 내걸었다. 진보층이 천박한 욕망이라고 비난했던 ‘먹사니즘(먹고사는 게 최고 가치)’을 그는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후에는 통합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이 후보의 이러한 변신에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회를 장악한 이후 사실상 국정을 마비시켰다. 재계가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 등 셀 수 없는 많은 법안을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했다. 30번의 탄핵안과 33번의 특검법을 남발했다. 헌정사 초유의 감액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제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실이 당권과 입법권에 이어 예산권까지 장악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2028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다. 이재명 대세론 속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실상 대선출마 뜻을 밝히면서 각 당의 대선 구도에 변수가 생긴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 대행은 개헌에 동의하는 세력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대국민선언을 하면서 국민의힘 대선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이낙연 전 총리 등과 ‘반(反) 이재명 빅텐트’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이 빅텐트의 주축이 되려면 우선은 ‘계엄의 늪’에서 벗어나 미래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주에는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윤희숙 원장이 ‘당을 떡 주무르듯 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러한 패권적 행태를 방관하거나 지지한 친윤 그룹의 책임’을 지적한 당의 정강·정책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윤 원장의 지적처럼 국민의힘은 지금 계엄과 탄핵이라는 ‘윤석열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어떤 공약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 태연하게 탄핵정국에 머무르면서 중도층 민심 흐름을 외면하다가는 지난 4·2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TK지역만의 승리’라는 성적표를 또 받게 된다. 재보선에서는 TK(김천시장)를 비롯해 PK(거제시장), 서울(구로구청장), 충청(아산시장), 호남(담양군수) 5곳에서 기초단체장 선거가 치러졌는데, 국민의힘은 TK에서만 이겼다. 이게 불과 한 달 전의 민심이다.

2025-04-29

‘탄핵의 늪’에 깊이 빠져드는 국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소환되면서 경선 분위기가 예민해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20여 일이 돼 가지만 여전히 탄핵의 늪에 빠져 적전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후보 대부분이 극성당원들의 표심을 자극해 1차 컷오프에서 살아남겠다는 궁리를 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유권자 눈에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인기투표를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4강 경선도 이런 식으로 치러지면 누가 본선 후보가 되든 후유증 때문에 당이 단합해서 대선을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우리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국민의힘 경선후보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갤럽이 가장 최근(4월 2주차)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판결에 대해 69%가 ‘잘된 판결’이라고 했다.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한 사람은 25%밖에 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대다수 후보들은 지금 민심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만약 헌재의 탄핵 인용에 비판적인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겠는가.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계엄과 탄핵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면 1년 뒤 지방선거에서도 이기기 힘들다. 최근에는 탄핵 찬반을 둘러싼 내부 총질보다 더 황당한 일들이 당 외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윤 어게인(Yoon Again)’ 신당 추진 해프닝과 전광훈 목사 대선출마 선언이다. ‘윤 어게인 신당’은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속한 김계리·배의철 변호사가 지난 17일 추진한 신당 이름이다. 윤 전 대통령의 만류로 하루 만에 취소되긴 했지만, 지난 토요일 윤 전 대통령이 사저 인근 식당에서 두 변호사와 함께 식사하는 사진이 김계리 변호사 SNS에 공개되며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1호 참모이자 ‘찐윤’이라고 불렸던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조차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윤 전 대통령을 사지로 내모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20일에는 윤 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대선출마 명분은 “윤 전 대통령을 자유통일당으로 모셔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제일 반가운 보도”라고 했다. 이게 사분오열된 보수세력의 현주소다. 국민의힘은 이번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서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배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대립을 통합해 낼 수 있는 인물이 본선에 진출해야 한다. 본선에선 중도층 민심이 판세를 좌우할 것이라는 사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일찌감치 ‘중도·보수’를 표방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대구경북지역은 서울 다음으로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많은 지역이다. 이 지역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를 선택하느냐가 보수정당 미래를 결정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2025-04-22

보수진영 후보 낮은 지지율, 돌파구 있을까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14~15일 양일간 대선 경선 후보자 등록 신청을 마감함으로써 경선레이스가 본격화됐다. 당 선관위는 서류심사를 거쳐 오늘(16일) 중 1차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당내 과반이 넘는 의원들로부터 경선참여를 요구받아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예상대로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경선 ‘빅3’로 분류되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장관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모두 국정 공백을 우려하며 경선참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데다, 한 대행 본인도 14일 “국무위원들과 함께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 선거 출마 요구에 대해 선을 그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출마설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공표하지는 않았다. 공직자의 최종 사퇴 시한이 5월 4일이어서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 관심사는 국민의힘이 경선과정에서 중도층 민심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느냐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경선 불출마로 국민의힘으로선 중도층 외연 확장이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두 사람 모두 국민의힘에겐 중도층을 품을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이 경선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의 영토를 중원으로 넓히기는커녕 점점 쪼그라드는 행태가 할 말을 잃게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국민의힘의 또다른 고민은 대선주자들이 10명에 육박하지만 대부분 한 자릿수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진 의원, 전직 당대표, 광역단체장 등이 대거 주자로 나섰음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주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맞설 인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가장 최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대상)를 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민주당 이 전 대표는 48.8%를 기록했다. 그간 범보수 진영 선호도 1위를 기록했던 김 전 장관은 10.9%, 처음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된 한 대행은 8.6%, 한 전 대표는 6.2%, 홍 전 시장은 5.2%,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3.0%,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2.4%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 전체 지지율을 합산해도 이 전 대표 지지율에 한참 못 미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국민의힘 경선이 흥행하면 유력 후보들의 지지율에 탄력이 붙겠지만 당내에선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한 후 대구경북(TK)지역을 중심으로 열심히 득표활동을 하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대선을 완주하고, 유 전 의원마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 보수지지층 표 분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보수·진보 양진영의 결집력이 강해, 당락이 근소한 표차이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막판 보수진영 후보들의 극적인 단일화(‘빅텐트’)가 성사되면 다행이지만, 만일 ‘다대일’ 구도로 본선이 치러지면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이 전 대표를 이길 확률은 아주 낮아진다. 보수진영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5-04-15

TK당원들의 선택이 국힘 미래 결정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 6월 3일로 확정되면서 57일간의 조기 대선레이스가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지지율이 한자릿수인 후보 13~15명이 난립하는데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아직도 심각해 대선전략을 두고 고민이 많다. 부자 돈 걱정하듯이,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론 확산을 우려하는 민주당과 대비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김문수 전 장관은 9%, 한동훈 전 대표 5%, 홍준표 대구시장 4%, 오세훈 서울시장 2%로, 4명을 모두 합해도 20%다. 민주당 이 대표(34%)에 비해 14%포인트나 낮다. 특히 중도층에선 보수진영 주자의 지지율 합계가 14%로 이 대표(38%)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게 갤럽 분석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황우여 전 비대위원장을 당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선임하고 대선체제로 전환했다. 일각에선 지명도가 높은 주자들이 많아 경선 흥행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당내 분위기는 가라앉은 모습이다. 절대 강자가 없는데다 당 내분도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끊임없이 탄핵 찬반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친윤(윤석열)계 일각에서는 탄핵에 찬성했던 인사들을 배신자로 낙인찍으며 “경선에 나와선 안 된다”는 주장까지 하는 모양이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6일 의원총회 자리에서 당 차원의 탄핵반대 집회를 거부한 당 지도부를 향해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향후 당내 경선과정에서도 ‘탄핵 찬·반’이 주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당 이 대표가 가장 바라는 일이 지금 국민의힘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젠 자연인으로 돌아간 윤 전 대통령의 ‘사저정치’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일과 5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을 관저에서 만났다. 조기대선 얘기도 나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6일엔 변호인을 통해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며 대국민 메시지도 냈다. 당연히 당 안팎에서 조기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진 조기대선에서 친박계 인사들이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연이어 방문하면서 ‘박심(朴心)’ 논란이 인 것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사저정치는 ‘배신자론’ 등장으로 당 내분을 가져올 뿐 아니라, 그의 탄핵에 찬성한 유권자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당별 경선이 끝나고, 본선이 치러지게 되면 보수·진보 강성 지지층은 전에 없이 결집할 것이다. 역대 대선처럼 승패는 중도·무당층이 결정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본선에서 승리하려면 우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대립을 통합해 낼 수 있는 인물이 경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당내 경선 선거인단 수가 서울 다음으로 많은 TK지역 당원들의 선택이 보수정당 미래를 결정하는 주요변수가 될 것이다.

2025-04-08

오늘은 단체장·지방의원 재보선 투표일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조기 대선 풍향계’로 인식됐던 4·2 재보궐 선거가 오늘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 조기 대선이 확정될 경우, 향후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교육감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을 뽑는 미니 선거지만, 대선 직전 전국의 민심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 선거구가 TK(김천시장)를 비롯해 PK(거제시장), 서울(구로구청장), 충청(아산시장), 호남(담양군수) 지역에 하나씩 있어 관심을 더했다. 하지만 지난달 28~29일 실시된 사전투표결과 이번 재보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지극히 낮았다. TK지역의 경우 김천시장 재선거 사전투표는 전체 선거인 11만7704명 중 2만1592명이 참여해 18.34%의 투표율을 보였지만, 대구시의원을 뽑는 달서구 6선거구 (본리동, 송현1동, 송현2동, 본동)는 선거인 6만1632명 가운데 2113명이 투표, 투표율이 3.43%에 그쳤다. 고령군의원 나선거구(다산·성산)는 선거인 9969명 중 1687명이 사전 투표에 참여해 16.9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보수·진보 양진영을 대표하는 후보들이 출마한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는 당초 전국적인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전투표율은 5.87%를 기록했다. 역대 교육감 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지역별 사전투표율은 서울 7.68%, 부산 5.87%, 대구 3.43%, 인천 16.38%, 대전 5.18%, 경기 7.61%, 충남 11.94%, 전남 25.81%, 경북 18.23%, 경남 14.34%였다. 이번 재보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진 것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여야가 극한 충돌을 하고 있는데다, 영남지역 산불 피해가 확산되자 각 당이 선거운동 자제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김천시장 재선거 등에 후보를 냈지만 지도부 차원의 유세는 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야권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지도부 지원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조국혁신당과 2파전이 벌어지는 전남 담양만 찾았다. 모든 선거가 중요하지만, 이번 재보선은 12·3 비상계엄 이후 유권자들의 첫 ‘정치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내외 도시 간 경쟁을 주도하면서 시민 삶의 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역량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단체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도시의 품격이 달라질 수 있다. 지방의원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지방의원들은 재선, 3선을 거치면서 국회의원 못지않은 전문가로 생활정치를 실천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이 누군지를 잘 선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려면 출마자 정보 확인과 투표 참여는 필수적이다. 정책 등 선거공보는 선관위 누리집 정책·공약마당을, 재산이나 병역·학력·세금납부·전과기록 등은 중앙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을 확인해 보면 된다.

2025-04-01

‘尹 선고’ 후폭풍, 정치권이 도발하지 말라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그저께(24일) 기각된 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건 선고일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법조계에서는 빠르면 이번 주 후반 선고가 가능하지만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4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전직 대통령 탄핵심판이 모두 금요일에 선고된 점과 선고 전후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하면 금요일인 28일 선고될 가능성이 크긴 하다. 그러나 헌재가 한 총리 선고 당일에도 평의를 열어 윤 대통령 사건을 논의한 점으로 미루어, 선고일이 기약 없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 사건 선고가 미뤄지면서 우려되는 점은 보수·진보세력 간의 시위형태가 격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에서는 탄핵 찬반집회가 진지전(陣地戰)을 연상케 할 정도로 험악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주 들어 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을 선고할 때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며 광화문에 천막당사를 만들었다. 당 지도부가 여기에 상주하면서 헌재를 압박해 탄핵 인용 결정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법원이 집회를 불허하긴 했지만, 전국농민회 총연맹 산하 ‘전봉준 투쟁단’은 트랙터와 트럭을 동원해 서울 시가지에서 시위를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거칠어지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탄핵 기각·각하’ 집회에 직접 참석하고 있다. 지난 주말 집회에서 한 중진 의원은 “반(反)국가 세력과의 전쟁 선포”라고 했고, “내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오는 모양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 격화하고 있는 진영싸움을 말리기는커녕 앞장서서 충돌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 총리가 직무에 복귀하면서 정부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사실상 지금도 국정은 마비상태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리더십을 상실한 여권은 정국을 수습할 역량이 없고, 야권은 거리집회와 탄핵공세를 강화하면서 경제·외교·안보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도발에 대처할 국군통수권도 실제 공백상태고, 금융시장은 연일 휘청거린다. 우리사회가 지금의 혼란에서 벗어나려면 정치권이 냉정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대해 여야는 물론 국민이 모두 승복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직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헌재의 탄핵선고에 승복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은 앞선 탄핵심판 변론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로 자신에게 잘못이 없음을 항변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전남 담양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섬뜩한 말로 들린다. 이러다 정말 나라가 둘로 갈라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경제안보 위기와 나라 미래를 진심으로 염려한다면 이제라도 두 사람은 국민통합을 위해 헌재와 법원의 판단에 대한 승복 의사를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여야 의원들도 그간의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같은 테이블에 앉아 협상하는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헌재 선고 결과에 대한 불복을 정치권이 오히려 부추겨서야 되겠나.

2025-03-25

‘한국무시’하는 미국에 대응할 외교력 있나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우려했던 미국의 ‘한국무시’가 현실화 됐다. 아직 미국의 공식 발표가 나온 건 아니지만, 에너지부(DOE)가 산하 국책 연구기관에 다음 달 15일부터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분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일종의 기피국가로 낙인찍혔다는 사실을 정부도 몰랐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외교참사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세계 각국에 관세폭탄을 던지는 미국은 이제 한미자유무역협정(FTA)까지 재협상 대상으로 삼을 태세여서, 우리정부 공직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릴 때다. 작년까지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 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에 포함된 25개 나라는 심각성이 높은 순서로 테러지원국가(북한, 이란 등), 위험국가(중국, 러시아 등), 기타 지정국가(한국, 대만 등)로 분류된다. 이 목록에 오른 나라 중에서 미국과 ‘상호 방위 조약’을 맺은 동맹국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외교부는 지난 17일 밤 민감국가 지정에 대해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지만, 미 행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정 주체가 미 에너지부라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월 국방부 업무보고 때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게 화근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당시 바이든 행정부에 큰 충격을 줬다. 미국이 우방국인 이스라엘과 대만을 민감 국가로 지정한 이유도 핵 비확산 문제 때문이다. 미 에너지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민감국가 목록은 DOE 산하 정보방첩국이 관리한다. 민감국가 출신 연구자들은 DOE 관련 시설·기관에서 근무·연구하려면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한국은 최하위 관리범주에 속해 제한이 크게 엄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외교가 이렇게 혼란한 상황인데도 정치권은 서로 남탓만 하고 있다. 민주당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은 정부와 여당이 초래했다고 공격했다. 이재명 대표는 17일 “민감국가 지정으로 인공지능, 원자력, 에너지 등 첨단 기술영역에서 한미연합과 공조가 제한될 것이 명백하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핵무장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에대해 “민주당이 국익, 미래가 걸린 외교까지도 정쟁 도구로 삼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 대표를 겨냥해 “이런 인물이 유력대권후보라 하니 민감국가로 지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정부의 대미외교 역량이다. 정부는 민감국가 지정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부랴부랴 상황 파악에 나섰다고 한다. 미국 에너지부가 밝힌 민감국가 적용 시한까지는 아직 한 달 남짓 남았다. 이번주 중 산업부장관이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는 일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전에라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정 경위를 명확히 파악하고, 한미간 동맹체제에 금이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2025-03-18

尹 석방후 더 심각해지는 ‘이념전쟁’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후 온 나라가 두 동강 난듯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임박하면서 여야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보수·진보 ‘진지전(陣地戰)’을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다. 아마 두 진영 모두 세력을 최대한 결집시켜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니 정치권이 탄핵 선고에 대한 불복을 부추기고 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야의 진지전은 지난 10일 수사 기관에 대한 고발전으로 비화했다. 여당은 윤 대통령 구속 과정에서, 야당은 석방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각각 공수처장과 검찰총장을 고발했다. 앞으로 탄핵 찬반집회를 등에 업은 여야의 정쟁 수위는 매일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관저정치’도 진지전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이 말로는 “헌법재판소 선고를 앞두고 대통령이 외부 활동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강경 보수층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내놓거나, 탄핵 반대 집회에 직접 참석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 일이 생기면 가뜩이나 위험 수위로 치닫는 진지전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도가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것도 진지전이 격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507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42.7%, 민주당 41.0%로 나타났다. 차기 대선 집권세력 선호도 조사에서도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 의견(50.4%)과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 의견(44.0%)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대구·경북(정권연장 55.4%, 정권교체 36.4%)의 경우 정권 연장론이 19%포인트나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진지전이 폭동수준으로 격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보수·진보 어느 한 쪽도 헌재의 심판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반발할 게 뻔하다. 만약 탄핵이 인용돼 조기대선 정국으로 들어가게 되면 진영 대결은 걷잡을 수 없는 단계까지 갈 것이다. 지난 6일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갈등 유형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이념 갈등(4점 만점에 3.1점)이었다. 이 조사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전에 이뤄졌다. 같은 조사를 지금 한다면 이념 갈등 수치는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지만, 국민 대부분이 걱정할 정도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이 이 상태까지 이른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지금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지지세력에 편승해 내 편을 집결시키고 세를 불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이런 극단적인 당리당략이 완충장치 없이 가속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의 한국사회 통합은 요원해질 수 있다. 국가미래를 참담하게 하는 정치권의 뼈저린 각성이 요구된다.

2025-03-11

‘감시사각지대’가 된 선거관리위원회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정치부기자 시절 대구지역 일부 선거구 총선후보자의 캠프를 출입하면서 일반인에겐 생소한 선거관리위원회의 파워가 엄청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각 선거캠프에서는 선관위직원을 저승사자처럼 두려워했다. 선거법이 워낙 까다롭고 복잡해 후보자 연설 발언이나 선거운동원 활동, 회계자료 체크 등을 조금만 소홀히 했다가는 페널티를 당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각 선거캠프는 보통 선관위 전담직원을 따로 뒀으며, 이 직원이 일일이 선관위에 질의한 후 선거자금을 쓰거나 선거운동을 했다. 선관위는 후보자의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태료 부과, 고발, 수사 의뢰 등을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주 “감사원은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 권한이 없다”고 결정함으로써, 선관위는 이제 외부기관의 감시를 받지 않는 ‘사각(死角)지대’가 됐다. 헌재는 “감사원 감사가 아니더라도 국회의 국정조사나 수사기관을 통해 외부통제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장에서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는 선관위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국회 출입기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실제 선관위는 국회의 자료 요구에 비협조적이거나 잘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수사기관도 고소·고발이 없는 한, 판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선관위를 조사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지난주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를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가 최근 10년간 291차례에 걸친 직원채용 과정에서 878건의 규정위반을 했다. 간부자녀와 친인척 특혜채용을 비롯해 면접 점수를 직접 조작하는 비리도 드러났다고 한다.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경우,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연락 전용 휴대폰’을 사용했다는 감사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공정한 선거관리를 맡은 선관위 총 책임자가 감시대상인 정치인과 몰래 소통했다는 의혹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김 전 총장이 휴대폰 데이터를 복구불능상태로 만든 뒤 감사원에 제출했기 때문에 그가 어느 정치인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감시사각지대에서 선관위가 각종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민주당은 지난주 선관위를 감사원 직무감찰 범위에서 제외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헌재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이다. 헌재와 선관위, 민주당의 카르텔을 의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출신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최근 그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태도가 이상하다”는 글을 올렸다. 국회 입법권을 독점한 민주당이 선관위 비리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는 “헌재의 판단으로 선관위 비리가 용인받는 것으로 호도된다면 그것은 국가에 위험하다”고 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야 할 선관위의 상상을 초월한 비리행태는 국민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선관위가 앞으로 정파성이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선거관리를 하려면 외부견제장치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2025-03-04

與, 자칫 ‘중도 확장’ 타이밍 놓칠라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국민의힘에 대한 민심이 심상찮다. 최근 보수층 결집도가 느슨해지면서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말(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TK지역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50%, 민주당 22%로 나타났다. 여당 지지율이 우세하긴 하지만 갤럽의 그 전주 조사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25%(75%→50%) 하락했고, 민주당은 8%(14%→22%) 상승했다. 보수안방의 ‘집토끼’가 부동층 또는 민주당 쪽으로 대거 이탈한 것이다. 이번 갤럽조사에서는 국민의힘에 대한 중도층의 민심변화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정당별 지지도는 국민의힘 34%, 민주당 40%로 집계됐지만, 중도층만 분석해 보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20%p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중도층 민심은 변동성이 크다고 하지만 충격적인 결과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중도층은 비상계엄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만약 지금 대선이 치러진다면, 여당 후보의 승산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여당을 극우정당으로 몰아붙이며 중도보수를 겨냥해 펜스를 넓히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상속세 감면 정책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과세표준 18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면제해 웬만한 집 한 채 소유자가 사망해도 상속세 때문에 집을 팔고 떠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상속세에 민감한 청장년층을 비롯해 중도·보수표를 충분히 잠식할 수 있는 정책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진영에서 공약으로 내건 ‘감세 의제’를 통해 중도층 공략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몸은 좌파이면서 입으로만 보수를 외친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실제 이에 맞설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을 붙잡는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 일부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강성 지지층만으론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소수다. 지난주 본격적인 대선 출마 행보를 시작한 안철수 의원이 “강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어 이들과 단결하면 이길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사실 수적으로는 30% 정도”라고 한 발언에 일리가 있다. 탄핵심판 최종 선고가 임박하자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지지세력을 규합하는데 올인하고 있는 당내 친윤계와 다수의 TK의원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조기 대선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 중도층 민심을 잡을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 그러려면 우선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계엄의 바다’를 건너지 않고는 외연확장에 한계가 있다.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은 침묵하면서도 국민의힘 행보를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중도층을 공략할 구체적인 민생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꼭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야당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심어줘선 안 된다.

2025-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