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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저녁...장석남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6-03 19:13 게재일 200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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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도 참는 것


손 내밀고 싶어도


그저 손으로 손가락들을 만지작이고 있는 것


그런 게 바위도 되고


바위 밑의 꽃도 되고 蘭도 되고 하는 걸까?


아니면 웅덩이가 되어서


지나는 구름 같은 걸 둘둘 말아


가슴에 넣어두는 걸까?



빠져나갈 자리 마땅찮은 구름떼 바쁜


새로 생긴 저녁



- 장석남 시집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문학과지성사·2005)




시의 제목이 ‘새로 생긴 저녁’이라니, 저녁이 새로 생길 수도 있는가? 그렇다. 너 때문이다. 사랑하는 당신 때문에, 애타는 그리움으로 몸과 마음이 다 젖어 “바위도 되고 /바위 밑의 꽃도 되고 蘭도 되고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랑의 마음을 “웅덩이가 되어서/지나는 구름 같은 걸 둘둘 말아/가슴에 넣어두는” 것이라는 장석남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목석같은 내 마음이 다 사랑의 보자기 속으로 수루룩 말려드는 것만 같다. 그리움과 사랑의 눈빛인데 아침이든 저녁이든 새로 생기지 않을 수 있으랴. 남자라도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과는 석 달 열흘 쯤 함께 살며 그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다.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혹은 ‘혹은 당신 때문에 흘린 눈물은 다 어디로 가시려는가?’ 라는 물음을 되새기면서 장석남의 시집을 읽는 즐거움을 그대도 가져보시라.


해설<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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