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부실 우려가 있는 대기업 그룹 9곳은 채권단과 유동성 확보 방안을 골자로 하는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출받은 금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430곳도 채권단에 의해 신용평가 작업이 진행돼 곧 옥석이 가려질 전망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이전의 조선·건설 업종처럼 지지부진하다는 비난을 받아 왔으나 최근 강도 높게 급물살을 타고 있어 다행스럽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경기회복 속도가 가장 빠르고, 유일하게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했으며, 1분기 주가 상승률이 1위로 나타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잇따르고 있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없는 불황 탈출은 모래 위에 지은 집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계열사와 부동산을 비롯한 보유 자산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느냐에 있다. 기업은 채권단과의 갈등 등 우여곡절 끝에 구조조정의 방향을 정한 만큼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경영여건 호전 가능성을 이유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회피하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시늉만 하는 미봉책에 유혹당해서는 안된다. 미국 제너널모터스(GM) 파산보호 신청 이후 미국 증시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던 것처럼 구조조정을 통해 불확실성이 제거된 기업의 가치는 재평가 받게 마련이다.
물론 채권단도 구조조정이 재무 약정대로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수시로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면서 재무약정과 다르게 진행되는 사항이 있으면 대출 중단이나 여신 회수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구조조정은 민간 자율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로 기업에 끌려다녀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