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관한 인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현재 생존하고 있는 전설의 골퍼 3 인방을 꼽으라면 잭 니클라우스, 게리 플레리어, 아놀드 파머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중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인 게리 플레이어는 잭과 아놀드에 대하여 이렇게 평한 사실이 있다.
“잭은 경기에서 패하였을 때가 더욱 위대해 보였다. 하지만 아놀드는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잭을 상대로 승리한 사람은 패자인 잭으로 부터 진심어린 축하의 메세지를 받은 후에야 잭이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아놀드는 자신이 승리 하였을 때 만 위대해 보였을 뿐 패한 경기에서는 그 누구도 경기장에서 아놀드를 찾을수 없었다”라고.
어차피 많은 일들이 승패를 가리게 된다. 간혹 경쟁의 결과 승자만 있거나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오로지 패자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승패가 가려지기 마련이다.
승부에 지고 기분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승부가 결정되고 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은 끝이 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생각은 어쩌면 하수의 승부책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패자의 의미를 필자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세가지로 요약하고 싶다. 첫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할 것. 둘째, 승자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잊지 않을 것. 세째, 패인을 분석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다음을 준비 할것.
자신의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승자에게 진정한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것이 승부에 이어 남겨진 참 승부인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종종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남겨진 마지막 승부처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그 사람의 앞날을 좌우하지 않을까.
어떤 승부에서 패하였다면 상대방에게 이런 류의 진심어린 메세지는 어떨까. 골프라면 “오늘 자네의 샷은 내가 본 샷 중 가장 위대하였네”라고 표현하든지, 바둑이라면 “가장 멋진 수를 감상하였네” 라든지, 야구라면 “이렇게 위대한 승부는 처음이었어”라고 하든지. 뭐 이런 식으로.
지고 나서 상대방의 승리를 진정 축하해 주지는 못 할 망정, 온갖 변명과 험담을 늘어 놓으면서 승복하지 않는 불편한 패자들이 판을 친다면 우리네 세상의 앞날은 뻔하다.
변호사라는 필자의 직업 또한 승패를 전제로 한 것이 상당 부분이어서 늘 결과로 인하여 다소의 희비가 교차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 그래서 가능한 패소 할 사건의 경우는 미리 판단하여 선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패배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때문이라면 변명이 될까.
패자가 되는 것을 바라거나 즐기려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위대한 패자가 됨으로써 또 다른 의미의 진정한 승리를 이끌어 낼수 있으면 그것이야 말로 큰 승리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의 연장선에서 부부싸움을 정의 하라면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부부싸움이란 가정의 평화를 지켜내기 위하여 위대한 패자의 길로 가는 과정`이라고.
필자 또한 아내와 가끔 다투기는 하지만 선뜻 지기는 싫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고 생각하여 보면 먼저 나 자신이 사과 하고, 진솔하게 아내의 의견을 받아 들였을 때가 가장 후유증이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잭 니클라우스는 모든 골퍼들 중 가장 위대한 골퍼로 남아있다. 잭이 가장 위대한 승자였던 이유는 바로 가장 위대한 패자이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골프채를 집어던지거나 경기에 패한 이후 황망히 골프장을 떠나는 젊은 타이거 우즈가 잭에게 한 수 배울때가 온 것이다.
부부싸움에서 이기고 당당해 하는 어리석은 승자나, 다수결의 원칙을 무시하고 결과에 승복치 않는 불편한 패자들은, 수 많은 위대한 패자들의 소리에 귀를 귀울일 필요가 있다.
아놀드는 알고 있을까. 자신이 골프를 통하여 축적한 거대한 부와 잭이 골프를 통하여 보여준 위대한 인간됨에 대하여 세상 사람들은 어느 쪽에 더 많은 사랑을 줄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