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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관광상품 될 것”

이승택기자
등록일 2011-09-06 21:27 게재일 2011-09-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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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례없는 상설 베팅 소싸움 청도서 팡파레

서울 대구 부산 등 5만여 관중 우뢰같은 `와~아`

신대구부산고속도로에서 청도나들목을 빠져나와 북쪽(경산쪽)을 향해 국도 25호선을 타고 5분 정도 달리면 오른편에 지붕이 하얀 천으로 덮인 돔형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 속에서 본 비행접시를 연상시킨다. 이곳이 바로 청도 소싸움 전용 경기장이다.

자동차로 대구에서 30분, 부산에서 1시간, 서울에서 5시간 남짓 거리다.

지난 3일 있은 개장식 날엔 이 경기장에 무려 5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청도군민이 많았지만 대구, 부산, 서울에서 달려온 사람들도 엄청났다. 서울서 온 한 50대 남자는 진작부터 다양한 싸움소들의 오랜 전적 기록을 들고 다니기까지 했다. 그는 직장에 휴가를 내면서까지 종전의 일반 소싸움대회 때도 청도를 매년 빼먹지 않고 들락거렸다고 했다.

첫날 총 10경기 중 오전 5경기는 시범경기로 진행됐다. 돈을 걸 수 있는 소싸움은 나머지 5경기였다.

경기장 지하층과 1층에 포진한 우권 발매소들에는 한번도 해 본 적 없는 우권 베팅에 호기심이 발동한 거대한 인파가 몰려 있었다. 발매 아나운서의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더니 얼마 안 가 우권 발매가 끝났음을 알리는 창구 커튼이 드리워졌다. 그러자 장내 어나운서가 소싸움 시작을 알렸다.

모래판 한 가운데에는 850㎏이 넘는 거구의 황소 두 마리가 마주섰다. 앞발로 모래를 차내며 거친 숨을 몰아 쉰다. 금방 달려들 듯 기세가 맹렬하다. 주심이 호각을 불자 경기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에 휩싸였다. 두 마리 황소는 뿔치기, 뿔걸이, 밀치기 등 다양한 기술을 주고 받았다.

한참을 한 발짝도 밀리지 않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경기시한 30분을 5분 남겼을 때까지 그랬다. 힘이 부친 한 마리가 등을 보이며 도망치고서야 경기는 종료됐다. 무려 25분에 걸친 혈투였다. 심판이 승패를 선언했다. 그와 함께 대형 전광판에 경기 결과와 배당률이 공개됐다. 순간 관중석엔 당첨자 환호와 탈락자 탄성이 교차했다.

첫날 싸움소들은 일반 소싸움(민속대회)에서 기량이 검증돼서인지 대체로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박진감이 넘칠 수밖에 없었다. 관중석은 각자 베팅한 소가 이기기를 열망하는 관중들의 응원으로 더욱 뜨겁게 달궈졌다.

이날 5경기 베팅 총액은 6천여 만 원으로 집계됐다. 한 경기당 1천200만원 정도다. 최고 배당률은 두 번째 경기의 시복승식에서 나온 1천172배로 기록됐다.

개장식날 소싸움장에 몰린 인파는 청도군 전체 인구 4만7천여명보다 많은 것이었다. 1천400여대 분의 주차공간은 오전 10시께 이미 만원이 됐다. 오후엔 경기장 주변도로 갓길까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한국우사회 기화서 대표는 “개장 첫날 치고는 매우 성공적이다. 인파가 6, 7년 전 부산 경륜장 개장일 때의 10배 정도에 이른다”고 반겼다.

청도/이승택기자 lst59@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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