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 국문학과 이동순교수는 지난 17일 영천 시민단체인 희망영천시민포럼(공동대표 정동일 이규화)이 주최한 `왕평 이응호선생 학술강연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왕평생가터에 무인모텔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왕평에 대해 `그가 누구며, 어떤 인물인지` 재조명하는 기회가 됐다.
이날 이동순 교수는 “왕평이 지은 노랫말은 남과 북 온겨레사람들이 함께 노래 한다”며 왕평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왕평에 대해 최초로 논문을 쓴 이 교수는 “왕평선생은 작사가,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 배우, 만담가 따위로 나눠서 볼게 아니다”며 “일본제국주의 식민지시대에 민족 전통성과 역사, 주체성을 대중문화로 드러내고자 했던 분”이라고 평했다.
또 식민지 아픔을 겪는 청년들에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자 대중문화운동을 이끈 선구자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교수는 “가요시(가사) 작품은 전통민요 음률에 바탕을 두고 민족주체성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왕평은 짧은 삶동안 150여곡이나 되는 방대한 가요시를 지었는데 민족전통에 대한 애착, 슬픔과 비극이 담긴 세계관, 이별, 사랑, 청년 세대에 대한 희망, 국토사랑, 인생무상,이국에 대한 동경, 희화와 풍자 등으로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토사랑에 대해 말하면서 “왕평선생이 고향인 영천에 대한 그리움이 국토사랑으로 이어졌다”며 대중적으로 알려진 `조선팔경가(대한팔경가)`를 예로 들었다.
이교수는 또 “왕평 아버지가 일본제국주의자들의 눈을 피하고자 승려가 된 것과 일제가 토지몰수로 인한 가족간 이별”을 말하며 그 당시 민족 애환을 노래로 말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연회에 초대받은 왕평 친동생 이응린옹(86)은 나이답지 않은 카랑한 목소리로 왕평 생가터 보존 등에 소홀한 영천시에 날선 비판을 거침없이 해 강연장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최원준기자 wonj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