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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많아도 장사 신통찮아요”

윤경보기자
등록일 2012-01-18 21:41 게재일 2012-01-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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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재래시장 설 대목 특수 옛말

주부들 중국산 생선찾고 제수품 줄여

“지난 추석때 제사 고기를 준비하려면 7만원이면 충분했는데 이제 10만원 가량 들어요. 물가가 안 오른 게 없어서 조상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설 차례상 비용을 줄일까해요.”

17일 오전 10시 포항시 북구 흥해전통시장에서 만난 주부 진영주(54)씨는 가벼운 장바구니보다 마음이 더 무거워 보였다. 진씨는 결국 지난해 설보다 가격이 2천원이나 오른 시금치 한 단과 산적용 소고기를 사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사과와 배 등 37개 제수용품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23만2천300원으로 지난해 18만9천700원보다 22.5%나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서 주부들은 값비싼 국산보다 가격이 싼 중국산을 찾기도 한다. 한 마리에 1만2천원하는 국산 굴비보다 5천원짜리 중국산 굴비에 먼저 손이 간다.

생선 판매상 하형수(61)씨는 “조기, 우럭, 돔, 가자미 등의 가격이 지난해 설보다 한 손에 5천원 이상 올라 시장을 찾는 주부들조차 선뜻 구입하기를 꺼린다”며 “장사가 안되다 보니까 피곤하고 짜증만 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날 흥해전통시장은 설 차례상을 준비하려는 주부들로 북적거렸지만 상인들은 최대 명절을 앞둔 대목 치고는 너무나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 했다.

한우값 폭락으로 많은 이윤을 남길 것 같은 식육점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 산적용 한우 1+ 등급 600g의 가격은 2만원, 국거리용 한우 1+ 등급 500g의 가격은 1만5천원으로 지난해 설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기형적인 중간유통과정 때문에 식육점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식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오(43)씨는 “한우 산지가격이 내려가면 식육점 판매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며 “손님들마다 가격 불만을 털어놓지만 그렇다고 뾰쪽한 방법을 찾지 못해 속만 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시장경영진흥원도 전통시장 36곳과 대형마트 36곳을 대상으로 4인 기준 설 제수용품 22개 품목에 대한 가격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통시장이대형마트보다 4만9천원(19.7%) 저렴하다고 밝혔지만 편의성이 좋은 대형마트의 매출은 높아졌고,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설 제수용품을 구입할 예정인 주부 이모(38)씨는 “직장에 다니다보니 재래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구입하기는 어렵다”며 “퇴근시간에 맞춰 동서들과 함께 대형마트나 할인점에서 설 차례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죽도시장에서도 제수용품을 장만하려 온 손님들로 붐볐으나 예년같은 설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삿상에 빠질 수 없는 사과, 배, 곶감 등 과일가격은 최상품이 지난주보다 1~2천원 정도 올라 주부들이 선뜻 사기를 꺼려했다.

과일, 채소상 김모(여·46)씨는 “사과와 배, 곶감 등 과일 값이 오르다보니 주부들이 최상품보다 중품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며 “예년같이 흥청거리던 설 대목은 이제 구경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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