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쇠고기 국밥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1-31 21:50 게재일 2012-01-31 19면
스크랩버튼
쇠고기 국밥 하면 옛날 시골 큰장날 생각이 간절하다. 쇠고기를 잘게 찢어서 끓인 것이 아니고 옛 방식은 고깃덩어리를 삶아 자연스럽게 고기의 결이 풀리도록 푹 익히는 것이 특징이다. 요즘의 요리법과는 달리 살고기에 기름치를 섞어 대파, 무, 콩나물, 고사리, 토란 줄기를 널고 맵게 끓여낸 국이 육개장이다. 육개장 하면 현대적 미각을 가리키지만 쇠고기 국밥 하면 흘러간 시절의 보양식이다. 시골 장터 큰 가마솥에서 오랜 시간 끓인 그 당시는 최고급 요리에 속하는 음식이다. 뜨겁고 얼큰한 국물이 속을 풀어주기 때문에 해장국을 겸한 정식이다. 복날이나 잔치집에서 육개장을 먹은 것은 이열치열로 여름을 이겨낸다는 실용적 음식이다. 쇠고기 국밥에는 별 반찬이 필요없다. 뜨겁고 매운 음식인데 마늘, 풋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서 기운을 돋운다. 쇠고기 국밥인 육개장은 고춧가루를 듬뿍 풀어 넣고 빨갛게 끓인다. 후추를 쳐서 누린내를 없애고 습한 여름에 흘리는 땀을 보충해야 했던 것이다. 시골 장터 천막으로 가린 평상에 앉아 가마솥에서 풍기는 연기를 마시면서 제격인 국물에 특이한 묘미가 있어 국물을 먼저 먹고 다시 공짜로 국물을 청하면서 배를 채운다. 여기에 탁주 한 사발 마심으로 오전의 일과는 끝이 난다. 살기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보약이라고는 밥 밖에 없던 시절이 한 없이 그리운 계절이다. 한국전쟁 이후 쫓기듯 남하했던 국민들이 추위를 견디고 허기를 채우는 음식은 값싸고 영양가 많고 음식량이 많은 것이 국밥이 최고 였다. 형편이 나아지고 음식이 다양화하기 시작하자 좀 비싸더라도 밥따로 국따로 시켜 먹던 시대가 왔다. 그래서 생겨난 국밥이 바로 쇠고기 따로국밥이다. 경상도 사람들의 기질과 식성에 맞게 개조된 것은 고추기름을 넣어 끓이기에 빛깔이 더 빨갛게 된 것이다. 빨간색은 잡신이 싫어하는 색깔이라 안성맞춤이다. 몸에 붙은 귀신도 쫓고 배불이 먹을 수 있는 추억의 음식 중 하나다.

/손경호(수필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