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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지 말고 나누자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2-02 21:54 게재일 2012-02-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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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는 유재요, 본명은 남병길인 그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와 글을 모아 집대성하므로 추사의 작품이 많이 현존한 까닭이 되었다고 한다. 유재는 추사의 제자이다. 유재가 소유하고 있던 추사의 현판에 쓴 한자를 오늘날의 우리말로 풀이하면 강렬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뤄 깊은 멋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도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삶의 자레소 챙기기 보다 남기는 미덕을 강조한 점이 오늘날 독자에게 많은 교훈을 끼친 것이다. 욕망과 물질에 어두워진 오늘날의 현대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한다. 풀이글은 이러하다. 기교를 다하지 않고 남겨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고/녹봉(벼슬아치에게 봉급으로 주던 쌀·보리·명주·돈 따위를 총칭)을 다하지 않고 남겨 조정으로 돌아가게 하고/재물을 다하지 않고 남겨 백성에게 돌아가게 하고/ 내 복(福)을 다하지 않고 남겨 자손에게 돌아가게 한다/는 내용이다. 다하지 않는 여유, 다른 곳으로 돌아가게 하는 미덕은 크게 보아 생명세계를 윤행하는 자연의 섭리이다. 여우와 미덕이 없는 세상은 아량도 도량도 도덕도 신뢰도 없다. 믿음이 스러져 황량한 사막과 같다. 고위공직자의 재산 증식의 의혹이 제기되고 기업인들은 편법으로 재산을 상속하기 위해 별수단을 다 부린다. 채우고 넘쳐야 직성이 풀리는 세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2000여 년전에 이미 노자는 `화려한 색을 추구할수록 인간의 눈은 멀게 되고 섬세한 소리를 추구할수록 인간의 귀는 먹게 되고 맛있는 음식을 추구할수록 인간의 입은 상하게 된다`고 했다. 남김으로써 두루두루 돌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곧 자연의 흐름임을 강조한 것이다. 한꺼번에 챙기고 탕진하고 싶어하는, 넘쳐도 모자란다고 아우성 치는 욕심 때문에 우리는 늘 고통에 시달린다.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이 말을 항상 생활속의 교훈으로 삼고 되새기며 남기는 여유, 나누는 것은 미덕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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