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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 다르다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6-18 21:17 게재일 2012-06-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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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정책을 `조령모개`라 한다. 이 말의 근거는 법령을 자꾸 이리저리 고쳐 갈피를 잡기가 어려움을 일컫는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중국 전한 시대에 재정 경제에 밝았던 어사 대부 조착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당시 흉노족이 자주 북방을 침략해 곡실을 약탈해 가는 현실을 직사하고 변방의 부족한 곡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을 내놓았다. 그가 상소한 글은 논귀속소(곡식의 귀함을 논의한 상소문)이며 그 내용은 백성이 농사 짓느라 얼마나 고통에 시달렸는지를 기록하고 있다. 즉 대략 다섯 가족인 농가에서 부역에 나가야 하는 사람이 두 사람이나 되어 춘하추동 쉴 날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관청에서는 세금을 제멋대로 매기자 개인적으로는 조문도 가야하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착은 이렇게 썼다. “홍수와 가뭄을 당하게 되니 세금과 부역의 시기가 정해 지지 않은 것은 아침을 영(令)을 내리고 저녁에 고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즉 법령을 자주 바꿔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착의 이러한 노력은 현실화 되지 못했고 결국 귀족들의 시기를 사서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지나친 변화는 국민으로 하여금 혼란만 초래하고 입법한 부처에서도 비난의 대상이 되어 “물러나라”고 농성을 벌인다. 그 많은 부서 가운데서 교육과학기술부가 국민과 연관된 사람의 수가 월등하다. 기성세대에서 받아왔던 교육제도와 지금의 현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교육정책의 비전이 자주 바뀌고 갈팡질팡이다. 입법된 사항을 토론회나 청문회에 부치면 반대하는 계층이 많고 도전적이라 섣불리 시행하기가 어렵다. 요즘에 와서 다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제로 바뀐다고 한다. 새로운 안(案)이 아니다. 과거에도 상대평가, 절대평가를 이미 실시해왔던 제도이다. 시행착오를 거듭해서는 안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해 늘 중요시 했던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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