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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가게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7-18 20:48 게재일 2012-07-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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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에 `구멍 가게`란 말이 있다. 조그맣게 차린 가게를 말하며, 흔히들 동네가게라고도 한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도 직선거리로 100m 안팎에 4개나 있다. 앞의 이름만 다르지 슈퍼니 마트니 상회니 하면서 구매자만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지 물건 사러가면 다 똑같은 가게다.

구멍가게는 저녁 늦게 귀가하면서 사거리 골목 어귀에 환한 불을 밝혀서 동네가 훤하고, 필요한 것을 이것저것 고를수 있어 여간 편리하지 않다. 적은 액수의 물건을 부담없이 살 수 있어 주민들마다 애용하는 빈도가 적지 않았다. 동네가게는 이런 여러가지 순기능적 역할을 할 수 있어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소비자는 소액으로 멀리까지 가지 않고 수월해서 지킴이 역할을 하는 구멍가게에 깊은 정을 느끼고 있다. 동네가게로 지역을 지키는 역할을 하며, 경영자도 거기서 나온 수입으로 생계에 보탬이 되는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도시나 농촌 할 것 없이 구멍가게운영이 빈사상태에 처해 있다. 시가지 요소요소에 대형 가게가 생겨 영세민 쪽에서는 죽느니 사느니 생난리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기업형 슈퍼가 큰 돈을 버는 동안 구멍 가게는 거의 폐업위기에 몰려 영세민들의 한숨과 탄식이 늘고 있는 것. 서로 살기 어렵고 경쟁하기도 힘든 세상인데, 같은 업종이 조밀하게 난립해 저마다 생존이 어렵다며 서로 울상이다. 조금만 액수가 크면 대형가게에서 사서 한꺼번에 오래 쓸 물건을 사는 통에 동네가게들은 더욱 더 그 명맥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대형가게와 구멍 가게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딱한 사정에 시민들도 안타깝게 바라본다. 홈플러스니 익스프레스니 해서 빈익빈, 부익부 상황에서 서민층을 살리려는 정부의 정책은 갈 길을 잃고 있어 소비자도 당황스럽다. 정부는 구멍가게를 살리는 정책을 추진, 서민층 돕기운동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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