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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하는 영일만항 환동해 중심항으로 가는 길

김상현기자
등록일 2012-08-20 21:11 게재일 2012-08-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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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보다 지리적 이점<br>내달 10일 中 훈춘시에 포스코·현대 물류기지 착공
▲ 러·중국 물류기지의 중심항으로 자리잡고 있는 영일만항 전경.

영일만항이 신생항만으로서의 각종 인센티브에도 기초 물동량을 확보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영일만항이 북한을 포함한 중·러·일 4개 나라와 연대를 통해 환동해경제권의 중심항만으로 특화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단 영일만항은 부산항보다 러시아지역 항만까지의 해상거리가 100㎞나 가깝다. 일본 서해안과의 거리도 부산항보다 가깝다. 또 중국 동북 3성의 북한 나진항 이용도 가시화되고 있어 지리적으로 볼 때 비교우위를 갖는다.

◇동북3성 공략이 열쇠

다음달 10일 오전 10시18분 훈춘시에서 열리는 포스코·현대 물류기지 착공식과 최근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 등은 나진항 개발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증거다.

총 1.5㎢의 부지에 조성되는 훈춘 물류단지는 오는 2014년 완공될 예정이며, 2천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다. 현대가 일부 지분 참여를 하는 훈춘 물류단지에는 광물자원, 자동차, 컨테이너 등을 옮겨실을 야적장과 보관·가공·포장 기능을 갖춘 창고 등 각종 물류시설이 들어선다.

장성택은 지난 15일 지린성 창춘시에서 쑨정차이 지린성 당 서기, 왕루린 성장 등을 만나며 `경제행보`에 속도를 올렸다. 양국은 전날 나선경제무역구 공동개발을 위한 공동관리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했다.

장성택의 중국 동선은 온통 `경제`에 맞춰져 있었다. 출범 반년을 넘긴 김정은 정권의 최대 화두가 무엇인지, 장성택이 중국 방문을 통해 얻어가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나선 지구는 선진 제조업 및 물류 기지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공단 건설은 물론 경제기술과 농업 분야의 포괄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양국은 나선 지구에 대한 전기공급에도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영일만항이 이러한 지리적 이점과 북·중 경제협력을 최대한 활용해 성장의 기틀을 닦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동북 3성의 추정 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400만개에 이르나 대부분 평균 900㎞나 떨어진 대련항을 이용 중이다. 앞으로 이 지역의 물동량 일부는 나진항을 통해 반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남북 관계가 호전되거나 중국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나진항 부두운영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영일만항이 중국의 물동량을 유치하는데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얼빈 주재 국내 한 무역상사 대표는 “기존 상해 등 남방에서 생산되던 흑연이 고갈돼 흑연을 가공하는 공장이 새로운 흑연을 찾아 하얼빈 인근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국내에도 휴대전화 배터리 등 흑연 수요가 많기 때문에 나진항 개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남북관계만 좋아진다면 포항으로선 중국 흑연 수입과 함께 국내 가공품 수출로 항로 개설에 기대를 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중국 훈춘과 북한 나진항의 물류 흐름을 원활하게 할 북한 원정리~나진항 도로 건설 공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도로의 건설로 비포장인데다 굴곡이 심해 물자 대량 운송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훈춘~나진항은 53km의 4차선 도로로 변신했다. 중국은 두만강 유역 경제벨트인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방 선도구`를 건설하고 훈춘-나진을 연결고리로 삼아 이 일대를 국제적인 물류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장성택의 방중과 도로공사 마무리로 하반기부터는 중국의 북한 나진항 뱃길 가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진항 뱃길 가동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다소 주춤하고 있는 남북 간의 경제교역 확대에 불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북한 나선특구 내의 나진항을 통해 중국 동북지역에서 생산되는 지하자원과 곡물을 남방으로 운송하고, 한국·일본과의 교역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항만 인프라 확충 시급

현재 영일만항은 항만의 조기 활성화와 기본 항로 확보를 위한 기초물동량 확보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생항만의 장점인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정책 등 경쟁우위 요소로는 화주나 선사에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항만 배후단지 조성이 지연되면서 자체적인 항만 물동량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만 배후단지의 조성 공사를 최대한 앞당겨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영일만항이 타 지역항만과 같은 여건에서 경쟁하려면 배후 산업단지와 함께 방파제와 추가 접안시설 등 핵심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후연계수송도로의 조기 건설도 영일만항으로선 시급한 과제다. 항만 인프라 구축과 함께 항만인입철도 건설과 항만인입 고속도로 건설 등 주요 수송망이 늦어지면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중국 물동량이 창출된다 하더라도 영일만항이 이를 흡수하기가 버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인프라 구축과 수송망 구축이 더뎌지면 항만 조기활성화도 저해하고 공사단가의 상승 등에 따른 사업비 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어 건설기간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특히 구미지역 등 도내 물동량과 수도권 컨테이너 화물 유치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교통망 확장과 조기개통에 경북도가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부가가치 항만물류 위한 냉동·냉장시설 유치

각종 물류창고 등 보관시설은 항만 물동량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구미지역 수출제품이 영일만항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인프라 구축도 문제지만 화물차 등이 내륙운송 시 영일만항에서 실을 물량이 없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구미에서 싣고 온 물건을 내려놓고 빈차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수입 냉동·냉장 농수산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영일만항에는 일반 화물용 컨테이너보다 고부가가치 컨테이너인 냉동 컨테이너 처리 시설이 갖춰져 있음에도 냉동·냉장시설이 없어 냉동수산물 등의 물동량 확보에 지장을 가져오고 있다. 이 때문에 대 중국·러시아와의 냉동 농수산물의 물동량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는 타 항만으로 물동량을 빼앗길 수도 있다. 또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등이 부산지역으로 이동 보관됐다가 다시 반입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냉동·냉장시설의 설치가 시급하다.

포항시 이종한 해양물류 담당은 “부산항과 수속절차 등을 치밀하게 비교·검토해 화주에게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려고 한다. 농수산물 통관에 필수적인 냉동창고 투자자 물색과 사업제휴도 모색중”이라며 “물동량 유치를 위해 화주와 해외바이어, 통관대행업체에 경비절감 등의 효과와 관련정보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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