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같이 검고, 지옥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는 글귀로 프랑스 작가 타레랑은 커피를 표현했다. 믿거나 말거나 밥은 라면을 먹더라도 커피는 커피전문점에서 마신다는 한국에서 커피는 타레랑의 악마와 지옥, 천사와 황홀한 키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오후의 나른함을 날리는 마약`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우리나라의 커피는 1890년 전후 선교활동으로 들어온 선교사들에 의해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공문서에 의하면 고종황제가 을미사변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피해있을 때 약 1년간 공사관에서 머물면서 커피를 마셨고, 덕수궁으로 돌아온 뒤에도 커피 맛을 잊지 못해 계속 찾아 마셔서 우리나라 최초로 커피를 즐긴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그 때는 커피가 `가비`라고 불렸다. 커피보다 가비가 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름인 듯하다.
당시의 커피는 너무나 비싸 부유한 사람들이나 마실 수 있었는데 최초의 근대식 다방은 명동과 충무로 소공동 종로 등에 소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6·25전쟁 이후에나 대중들에게 확산되었다. 그것은 미군의 전투식량인 씨레이션에 들어있던 인스턴트커피가 흘러나와 시장에서 팔린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렇게 시작되었기에 한동안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거의 인스턴트커피 위주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90%이상을 인스턴트커피가 차지할 정도니 말이다. 아마도`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한국문화가 원두를 볶아서 갈고 드립해서 커피를 얻는 과정을 거치기보다 바로 물에 타 섞는 것에 더 식미가 맞았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부터 고급 커피전문점들이 생겨나고 테이크아웃 커피점들이 생겨나 지금은 커피전문점 전성시대가 됐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 10위의 커피 소비국이 됐다. 심지어 경기도 남양주시에는 커피 박물관이 개관돼 운영 중일 정도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 라떼, 카푸치노, 카페 모카, 카페 마끼야또, 카페 비엔나, 아포카토와 같은 커피종류를 모르면 무식한 사람 취급당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에스프레소는 기계의 압력으로 30초안에 빠르게 추출하는 진한 커피를 말한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첨가하여 농도를 흐리게 해서 마시는 커피이고 이탈리안 커피를 미국 커피처럼 즐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카페 라떼는 에스프레소와 우유, 카푸치노는 거기에다 우유거품과 초코가루를 뿌려 내는 것, 카페모카는 우유와 초콜릿, 휘핑크림이 조화를 이루는 부드러운 맛의 커피다. 알고 보면 에스프레소에 무엇을 얼마나 첨가하고 배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이름들인데, 별 어려운 것도 특별한 것도 없다.
라떼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를 뜻하고 모카는 예멘 남서안의 항구도시 이름이다. 모카에서 집하되고 출하되는 질 좋은 커피를 모카커피라고 하는데 부드럽고 맛이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커피이다. 마끼야또는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을 얹어`점을 찍는다(marking)`는 의미로 카푸치노 보다 강하고 에스프레소 보다 부드러운 커피이다. 카푸치노는 아랍인들의 터번을 닮은 데서 이름이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런데 이 커피는 마셔서 나쁘다는 사람도 있고 좋다는 사람도 있고 매우 헷갈리는 음식이기도한데 유난히 커피에 든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중독증세도 있다고 한다. 1900년경 카페인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독일의 루드비히 로셀리우스는 커피에서 카페인 제거방법을 연구했다. 탄산가스를 이용해서 카페인을 추출했는데 디카페인 커피라 불린다. 이 방법 말고도 찬물에 우려내는 네들란드식 커피가 있는데 그것을 더치커피라 부른다. 카페인이 아무래도 뜨거운 물에서 잘 우러나기 때문에 양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카페인을 줄이고 커피향과 맛만 느끼려는 방법도 있는 걸로 보아 커피가 무조건 몸에 좋다는 말은 틀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웃지 못 할 이런 실험도 있었다.
스웨덴의 18세기 후반의 구스타프 국왕은 쌍둥이 사형수 두 명을 사면해주는 대신 한 명은 평생 차를 두 잔 이상 나머지 한명은 평생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시게 했다고 한다. 차를 마신 사람은 83세에 먼저 죽었고 결국 커피를 마신 사람이 더 오래 살아 커피의 승리로 승부는 마무리 되었다. 그때부터 그 결과를 받아들인 건지 스웨덴 사람들은 차보다는 주로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