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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한 끼

등록일 2013-07-05 00:16 게재일 2013-07-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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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영 시인

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누군가 이야기를 꺼냈다. 여름이 되니 점심 한 끼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운 날씨에 식당을 찾는 것도 불편하고, 뭘 먹을까 음식을 선택하는 일도 작은 일거리라는 것이다. 점심뿐이겠는가 가정이든 직장이든 한 끼 식사를 준비하고 해결하는 일은 어찌 보면 즐겁고 행복하고 신성하기까지 한 일인데 바쁜 생활 핑계로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 말을 듣고 집으로 향하면서 고향에 들렀을 때를 떠올렸다. 지팡이를 잡고 움직여야 하는 부모님을 모시고 이른 점심을 먹으려 식당을 찾았더니 다른 식당으로 가라는 것이다. 예약이 꽉 찼기에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모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간 식당에서 난 낭패를 당한 기분이었다. 간신히 설득하다시피 하여 구석 자리 하나를 차지하였다. 즐겁게 먹어야 할 점심시간이 시간에 쫓기는 불편한 자리가 되었다. 굳이 그 식당을 찾은 이유는 어머니께서 원하고, 또 건강에 좋다는 우리 농산물 식재료를 사용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웰빙과 힐링 열풍을 타고 좋은 식재료를 찾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모든 식당들이 친환경 또는 유기농 식재료를 쓴다고 하지만 손님들은 그냥 믿을 뿐이다. 그 집 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는지 소비자로서 확인할 바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사료용 배추와 시금치로 밥에 뿌려먹는 맛가루를 2년 동안 팔았다는 업주가 구속되었다. 그것을 사다가 아이들의 밥맛을 돋게 한 집이 어디 한두 집이겠는가. 분명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었다고 아이들의 엄마는 굴뚝같이 믿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산 조기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팔아 이익을 취했다는 악덕 업주도 구속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렇게 우리 식탁을 불신으로 몰고가는 소식이 한두 가지 뿐이랴.

식당에서 먹는 하나하나의 식재료를 살펴보면 정말 이것은 우리가 먹어도 괜찮은가, 란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모든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되어 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경제 논리에 대부분의 농산물은 피폐화되고, 많은 농산물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와 가장 밀접하고, 민감한 곳이 대량급식을 시행하는 학교일 것이다. 매일 점심 한 끼를 학교에서 먹는 학생들의 급식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미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에는 건강한 먹거리의 중요성과 규칙적인 운동의 필요성을 전제로 한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성폭력, 학교 폭력, 가정 폭력과 함께 불량 식품을 `4대 악(惡)`으로 규정하고 뿌리 뽑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량 식품을 제조 또는 판매한 사람에 대해 형량 하한제도를 도입하여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법을 고치겠다고 했다.

`불량식품` 추방은 한 때의 구호처럼 머물러서는 안 된다. 수시로 터지는 불량 식자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불침번을 서듯 늘 눈을 크게 뜨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 식품이 발 뻗을 수 없고, 그런 식자재를 제조 판매하는 가게가 발붙일 수 없도록 당국에서는 지도 점검을 철저해야 한다. 이것과 함께 유전자조작(GMO)으로 입증되지 않은 제품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지 않도록 과학적 점검도 철두철미하게 할 필요가 있다.

식중독 사고 발생률이 높은 장마철이다. 한 끼의 점심을 걱정없이 맛있게 먹는 것은 진정 행복이다. 그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식재료의 출신지뿐만 아니라 유통과정도 관심 갖고 살펴봐야할 것이다. 불량 식재료를 제공하는 곳과 사용하는 곳을 추방해야 제대로 된 한 끼의 점심이 되고, 아침 저녁도 건강한 식사가 될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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