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물음표에 관하여

등록일 2013-07-19 00:18 게재일 2013-07-19 22면
스크랩버튼
▲ 조현명 시인

`레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가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독자들의 반응이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출판사에 `?` 만 쓴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상징적인 의미로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모양을 한 기호를 출판사에 보낸 뜻은 아마 노골적으로 `내 작품 어때`라는 말을 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출판사 관계자의 답장은 어땠을까? 당연히 기지를 발휘해서 `!`로 된 답장을 보냈다. `놀라서 뛸 정도로 반응이 좋다`는 뜻으로 보낸 편지였다.

그런데 우리는 `?`가 어떻게 `물음` 혹은 `의문`의 뜻을 가지게 되었으며 언제부터 그렇게 썼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한 번도 그런 물음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음표에 대해 물음을 가지지 못한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인터넷을 뒤져서 물음표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윗 부분은 머리모양이고, 밑에 있는 점은 만년필 펜촉으로 누르면서 생긴 것이다.`, `인간이 앉아서 쭈그리고 무언가를 생각하는데서 생겨난 기호`, `호기심이 많은 동물인 고양이의 꼬리를 형상화한 기호`, `프랑스 조각가 로뎅의 작품 생각하는 사람의 모양을 본뜬 기호` 이런 여러 가지 설들은 그 근거가 살짝 의심되는 듯한 것들이다. 그런데 물음표는 분명히 동양에선 사용하지 않던 부호이다. 서양에서 만들어 졌고 현재와 같은 형태의 `?`는 본래 `…을 찾는`이란 뜻의 라틴어 `quaestio(퀘스티오)`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중세 유럽 수도원 신학자들은 성경의 문장의 속 깊은 의미를 전하려 애썼는데, 신자들로부터 종종 질문을 받기도 했다. 질문은 곧 신학자의 문제가 되었는데, 이에 연유해 quaestio란 말은 `질문` `의문` `물음` `문제`라는 뜻으로 통했다. 그리고 질문이 있을 때마다 문장 끝에 quaestio를 썼는데 그것은 매우 번거로웠다. 그래서 quaestio의 머리글자를 대문자 Q로 쓰고 이어 꼬리글자 o를 붙여 간략하게 표기하는 글자가 생겨났다. 그러다가 아예 Q자 아래에 o자를 붙여 하나의 글자로 썼고, 마침내 `?` 모양으로 바꾸어 썼다고 한다. 또 다른 설로는 고대 그리스 학자들이 의문부호로 사용한 세미콜론(;)의 위아래를 뒤바꿔서 `?` 기호를 만들었다고 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물음표 혹은 질문기호는 기호이기 이전에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이 `생각하는 사람(Homo sapiens)`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질문이 있었기 때문에 인간을 새로운 시간을 열고 발전해왔다. 내비게이션을 발명한 내비라는 발명가의 어머니의 질문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위대한 사람 뒤에는 항상 위대한 부모가 있는 법이다. 내비의 어머니는 학교에 갔다오면 항상 `오늘 무엇을 했니?`라고 질문하기 보다 `너는 오늘 선생님께 어떤 질문을 했니?`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것이 내비로 하여금 항상 모르는 것에 대하여 질문하게 만들었고 그가 발명가가 되게 하는 좋은 역할이 된 샘이었다.

요즈음 토론수업이 매우 주목을 받고 있다. 토론수업은 질문 투성이의 수업이다. 교사와 학생의 발문들이 모두 `?`를 단 질문들이 많고 그것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토론수업이다. 가정의 밥상머리에서도 이 같은 토론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얘 스마트폰에서 앱이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이니?`라든지 `네가 가진 그 앱 어떻게 다운받아?`등 아이의 관심사를 위주로 어른이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내가 아는 것으로 반박하든지 다시 질문하든지 하면 토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토론을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질문이 없기 때문인데, 질문이 없는 것은 모든 조직의 시스템에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묵묵히 따라가야만 하는 사회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고들 말을 한다. 학자들에 의해 미래 인재의 키워드는 `열정`,`창의성`,`역경 극복`으로 말하여지고 있다.`열정`은 목표가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창의성`은 끊임없는 질문과 엉뚱함이, `역경 극복`은 앞선 열정과 창의성의 선물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목표에 대해 항상 질문 하는 자` 그가 바로 미래 인재일 것이다. 그러므로 `?`는 미래 인재의 기호라고 말 할 수 있다.

삶의향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