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중 음악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제법 있다. 그중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하이스쿨 뮤지컬`이 있지만 대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피치 퍼펙트`이다. 이 영화는 아카펠라 그룹들끼리의 경연을 중심으로 서로의 대결과 사랑을 다루는 2012년에 나온 코메디 멜로영화이다. 물론 우리나라엔 올해 개봉되었다.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독특한 것은 리더에 대해 생각할 점들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최근 학교에서 `피치 퍼펙트`를 재료로 토론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영화를 본 뒤 다음 제목에 대해 글을 쓰면서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다. `1. 영화를 보면서 리더가 갖추어야할 덕목들을 써보아라`, `2. 여성 아카펠라 그룹 벨라스의 리더 오브리가 가진 리더로서 장점과 단점을 적으라`, `3. 나중에 리더가 된 베카의 장점과 단점을 적으라`는 내용이었다. 그 뒤 토론이 이어졌다.
오브리의 장점은 오합지졸이었던 벨라스의 신입생들을 엄격함과 독려로 끝까지 훌륭한 팀으로 만들어내는 좋은 리더였다. 그러나 독선적이어서 자신의 목표달성에만 열중해 팀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 팀을 끌고 가는 단점이 있다. 베카는 음악에 탁월한 재능이 있고 자신을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그래서 팀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내는 매력적인 힘이 있는 리더이다. 그러나 역시 자신의 재능만 믿고 팀원들과 상의하지 않은 채 앞서 나간적도 있다. 또한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밀어내는 내면에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으로 단점 투성이 인간이다.
학생들은 이런 오브리와 베카의 모든 장단점들을 잘 지적해낸다. 원탁토론이어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한 바퀴 돌아가면서 모두 이야기를 다하고 나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이야기 중 몇 가지 의문이 생겨났다.
오브리의 단점이었던 독선은 사실은 팀을 위한 승부욕이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과 베카의 규칙이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배려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는 공감능력이 만들어내는 통솔력은 과연현실에서 가능할까 라는 의문들이었다.
아내가 뇌종양으로 진단되고 난 뒤, 여름방학 전, 다니던 중학교에 병가를 내고 3개월 치료에 들어갔었다. 2학기가 시작되면 남은 병가와 병휴직으로 2학기를 모두 집에서 요양하면서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학교에 그 사실을 알리자 교장선생님은 강하게 만류하였다. `집에서 쉬면서 보내면 주변에서 이제 정말 더 병이 중해진줄 알게 될 것인데 그 영향은 어떡하며, 집에 쉬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자꾸 우울해져서 오히려 더 힘들테고, 게다가 오랫동안 해오던 생활 패턴을 무너뜨리는 것은 건강에 더 나쁘다. 수월한 업무를 맡고 학교에 나와 다시 근무하라`는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었다. 의외의 교장선생님의 맞닥뜨림 앞에 아내는 결국 뜻을 굽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교장선생님의 강한 말씀에 내가 도움을 받아 잘못된 생각을 바르게 고칠 수 있었다. 참 고마운 분`이라고…. 이런 이야기를 아내에게서 들으면서 `그 교장선생님이야 말로 정말 좋은 리더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베카의 공감능력은 이 시대에 부드러운 리더십이라고 불리면서 팀을 아우르는 훌륭한 리더의 자질로 말하여진다. 그러나 학생들의 지적은 이랬다. “부드러운 선생님들은 우리에게 참 편안하고 좋은 그리고 훌륭한 가르침을 주십니다만 어떨 때는 우리 스스로 그 안에서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선생님(웃음)”, 그러므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매우 사려 깊은 선택 같은데 그 문제의 핵심이 무얼까 질문해보니 집단이 가진 시스템의 한계라든지 구성원의 밑바닥에 깔린 정서나 문화의 문제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즉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고 공감해주고 자발성을 살려주는 것은 참 좋은데 어떨 때 통솔력을 잃어버리는 한계를 만드는 내부적(한 없이 놀고 싶은) 외부적 요인(온갖 유혹)들이 상존해있으니 반쯤 성공할 것이라는 깜찍한 결론이었다.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시간이 영화처럼 훌쩍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