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길을 물어보면 딱 한 종류의 대답이 돌아온다. “쭉커니 가라”는 이 한 마디이다.
“XX 건물이 어디죠?”
“이길을 따라 쭉커니 가세요”
“얼만큼 가야 하나요?”
“그냥 계속 쭉커니 가세요”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부터 도로명주소가 전면적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도로명 주소 전면 시행을 앞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모습도 보인다. 일단 지금까지 쓰던 주소를 바꾸니까 당장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해외에 출장을 가보면 장소를 찾는 게 그렇게 쉬울 수 없다. 도로명으로 모든 주소가 되어 있어서 지도를 들여다 보면서 쉽게 길과 장소를 찾을수 있다. 특히 운전을 하는 경우는 도로명 주소가 정말 편하다는 느낌이다.
필자가 오랜 해외생활을 접고 귀국했을 때 가장 불편한 것이 한국의 주소체계였다. XX동 XX번지 라고 하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곳인지 알 도리가 없다. 지도를 가지고 있어도 그 주소를 찾기란 너무 힘들었다.
미국, 유럽 등 서구는 물론 중국 등 아시아의 대부분의 국가도 도로명 주소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위와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면 이렇게 답한다.
“XX건물이 어디죠?”
“OO 길을 따라 50m 가시면 OO길 XX 번지 거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도로주소 중심의 체계는 합리적인 사고를 배양해 주고 매사에 정확하고 계량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약적인 사고 일지도 모르지만 한국이 비판받고 있는 `적당주의`도 이러한 비계량적인“쭉커니 가라”에서 왔을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식의 지번체계는 일본의 한국침략의 잔재라고 할수 있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일본은 지번식 주소체계를 쓰는 유일한 국가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서구와 아시아국가들도 도로명 주소체계를 쓰고 있는데 유독 일본만 이런 주소체계를 한국침략 당시 한국에 심어놓았다. 일본이 한국에 남겨준 나쁜 습관 중에 하나가 지번식 주소체계이다.
필자는 10여년 전 포스텍 캠퍼스 내의 모든길을 길이름을 정하고 길이름 표지판을 만드는 작업을 하였고 캠퍼스내의 건물을 찾는데 아주 편하도록 만들었었다. 그 당시 표지판을 제작하는데 해외에서 사진까지 찍어와서 제작을 의뢰해야 할 정도로 길표지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부족했었다.
포스텍의 길표지판은 장소를 찾는데 편할 뿐아니라 산뜻한 이미지를 주며 캠퍼스를 오가는 외국인 학생들이나 방문객들에게 글로벌 스탠다드의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라는 국제 표준이란 무엇인가? 글로벌 스탠다드는 우리가 모든 체계를 국제적인 표준에 맞추어 세계속의 하나의 국가로 세계인과 함께 호흡한다는 기본철학이다. 이는 매우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이다.
혹자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메카라는 미국도 아직 거리에 마일을 무게에 파운드를 쓴다고 강변한다.
문제는 그들도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기 위해 km, kg을 병행하고 있지만 습관을 고치지 못하여 할 수 없이 현재의 거리, 무게단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그러한 습관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기 때문이지만 외국인 방문객에겐 매우 불편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지번 주소체계는 조금 다른 케이스이다. 외국인 방문객에게 불편을 줄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도 매우 불편한 주소체계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고유명칭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 `효자동`과 같이 역사적 명칭이 들어가는 고유명칭이 사라진다는 걱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도로명에도 얼마든지 한국의 고유명칭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운영의 묘일 뿐이다.
미국 LA에 가면 한국타운(Korea Town)이라는 도로가 있다고 하는데 이민온 한국인들의 마음의 도로가 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외국 이민민족을 배려하고 함께 하려는 마음의 상징이다.
이제 한국의 모든 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다드화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부터 시작되는 도로명 주소체계의 조기정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