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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에 총장을 許하라!

등록일 2015-01-09 02:01 게재일 2015-01-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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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대학

1930년대 조선총독부는 시국 불안정을 이유로 조선에 댄스홀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자 1937년 1월 `경성(京城)에 딴스홀을 허(許)하라`는 제목으로 계간지 `삼천리(三千里)`에 흥미로운 글이 게재된다. 영화배우 오도실, 기생 박금도 같은 여성과 레코드회사 부장 등 8명이 조선총독부에 `딴스홀`을 허가해 달라고 청원한 것이다. 아시아 문명도시(文明都市)에는 모두 댄스홀이 있으니, 경성에도 댄스홀을 허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식민지 조선을 살아갔던 일부 부유층을 포함한 인텔리 룸펜 프롤레타리아 계층 남녀는 `모던뽀이`와 `모던껄`을 자처(自處)하며 향락(享)과 유희(遊戱)에 젖어들었다. 당대의 대표적인 만문만화가(漫文漫畵家) 석영 안석주의 그림에서 그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안석주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의 작사자이기도 하다. 관심 있는 독자라면 2003년에 출간된 `모던 뽀이, 京城을 거닐다`를 일독(一讀)하시기 바란다.

각설하고, 2015년 현재 국립 경북대학교에는 총장이 없다. 벌써 5개월째 총장이 공석(公席)이다. 지난해 9월부터 경북대 총장자리가 비어있다는 얘기다. 어째서 이런 사단(事端)이 생겨난 것일까?! 전임 대통령 이명박은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그의 충실한 하수인(下水人) 이주호는 교육부장관 재직 중에 직선제폐지와 국립대 법인화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교육부의 정책을 볼라치면 현 정권은 본질적으로 이명박 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2년 동안 부산대를 제외한 전국 39개 국공립대학의 총장 직선제가 폐지되고 간선제로 전환됐다. 사태가 이렇게 된 배경에는 교육부가 쥐고 있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있다. 행·재정적인 불이익이 그것이다. 교육부 지침을 따르지 않는 국공립대학은 행정적인 면에서나 재정적인 면에서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관계당국이 강제한 사립대학 반값등록금 정책에 따라 국공립대학도 수년 째 등록금을 동결했거나 최소한 인상에 머물렀다. 그로 인해 국공립대학 재정 또한 피폐일로(疲弊一路)를 걸었다. 결과적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총장 직선제 폐지라는 교육부 지침을 따라야 했던 것이다. 그래야만 대학의 생존 내지 미래기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부산대학교 본부와 교수들의 자세는 추사 `세한도(歲寒圖)`의 `송백 (松柏)` 같은 것이다!)

경북대 역시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두 차례에 걸친 `총장선정위원회`의 간선제로 김사열 후보자를 당선자로 배출했다. 그러나 구랍(舊臘) 15일 교육부는 두 문장짜리 공문으로 김사열 총장 후보자 임명제청을 간단히 거부했다. 거부원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一言半句)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조속한 시일 안에 총장 후보자를 재선정하라는 지시만 하달(下達)했을 따름이다. 이에 경북대 구성원들은 다각도로 문제해결에 진력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경북대는 우리 대경지역의 거점중심 대학이자 간판 국립대학이다. 서울대가 법인화로 국립대 자격을 상실한 이후 우리 경북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국립대학이다. 이런 대학의 총장이 5개월째 공석이라는 것은 550만 대구경북주민을 우롱(愚弄)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교육부는 임명제청 거부원인을 석명(釋明)해달라는 정보공개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고압적(高壓的)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20세기 산업화시대(産業化時代)의 주역이었던 숱한 엘리트가 경북대에서 수학(修學)했다. 우수하지만 가난했기에 서울유학을 포기했던 수많은 인재들이 경북대를 거쳐 이 나라의 동량(棟梁)이 됐다. `우골탑 (牛骨塔)` 신화의 주인공들이 이 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牽引車)였던 때 경북대는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동생들의 학비를 경감(輕減)해주었던 은혜로운 배움터였다. 그런 경북대가 이제 정부와 교육부로부터 내침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80년 전 `경성에 댄스홀을 허하라!` 했던 식민지 조선인들의 외침을 받아서 우리 대구경북 지방민들은 이렇게 외친다. “지방을 홀대하지 말라!”, “경북대에 총장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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