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연말정산 대란(大亂)과 2015년 신년벽두에 터져 나온 건강보험료 개선안 백지 (白紙) 사태는 현 정권과 집권여당의 포퓰리즘을 가감 없이 노정(呈)한다. 포퓰리즘은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같은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행태`를 말한다. 대중이 환호하고 박수치는 정책을 실행함으로써 특정정파에 기초한 정권연장을 꾀하는 것이다. 포퓰리즘의 근저에는 분할지배 전략이 잠복(潛伏)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연말정산에서 불거진 문제의 핵심은 `증세논쟁`이다. 현 정권은 `증세 없는 복지`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런데 연말정산의 방향은 증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소득이 많은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고,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을 취한 것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된 게다. 문제는 정작 다른 데서 불거졌다.
정부는 연봉 5500만 원 이하 소득자는 세 부담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제조건에 따라 부담이 늘어나는 납세자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看過)했다. 게다가 모순적인 정부정책이 동시에 실행되고 있기도 하다. 2013년 세법 개정안에서 다자녀소득공제와 출산소득공제 혜택을 폐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청와대는 저출산 (低出産) 위기를 호소하며 출산장려책을 펴고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다자녀가구에 부담을 가중(加重)하는 세법을 만든 것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관련부서 책임자가 나서서 국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했다. 서민들은 연초부터 한 번에 2천원이나 오른 담뱃값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형국 (形局) 아닌가! 억장이 무너지고 속이 부글부글할 때 맨 처음 손이 가는 것이 담배고, 그 다음은 술이다. 하기야 담뱃값을 한꺼번에 80% 올려놓고 한다는 소리가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는 오리발 정부이고 보면 유구무언(有口無言)이지만.
연말정산 대란이 숙질 무렵 후속타(後續打)로 제기된 것이 건강보험료 개선안 철회(撤回)다. 현행 건강보험료는 적잖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 연유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3년 동안 11차례의 전체 기획단 회의를 거쳐 개선안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기획단은 부자들의 보험료를 인상(引上)하고, 가난한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方案)을 만들었다. 그것을 장관이 나서서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돌려버린 게다.
작년 2월에 동반 자살하여 세간을 울린 송파구 세 모녀(母女)는 월 평균 5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냈다. 하지만 5억 재산가인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한 푼도 안 내도 되는 것이 건강보험료 실태다. 퇴직 (退職) 다음날 직장인 아내의 피부양자(彼扶養者)가 됨으로써 그는 단돈 1원의 보험료도 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모순(矛盾)을 해결하려던 방안을 단숨에 도로아미타불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정치의 요체(要諦)는 분배(分配)다. 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세금이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서 빈자들의 비용으로 쓰는 것이 정치행위의 근본 가운데 하나다. 정당한 과세와 올바른 정책집행이 정치의 본령(本領)이다. 눈여겨 볼 것은 정책의 결정과 실행에 얼마나 일관성이 게재되어 있느냐 하는 점이다. 볼멘소리가 들린다 해서 장시간 숙고해온 정책을 포기하거나, 특정계층과 계급을 위해 정책을 포기함은 온당(穩當)치 않다.
작금(昨今)에 진행되고 있는 담뱃값 인상이나 연말정산 그리고 건강보험료 문제를 들여다보시라! 청와대와 여당은 정책의 일관성은 고사하고 국민들의 반응이 어떤지 눈치 보느라 여념(餘念)이 없다. 전임정권이 흥청망청 내려놓은 법인세 (法人稅) 인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一言半句)도 하지 않는다. 법인세는 내려가고 소득세만 늘어가니 증세논란이 가중되는 것이다. 이런 결과로 `포퓰리즘`이란 말이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신(所信)과 원칙(原則)을 가지고 정책을 실행하는 길만이 국가경영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첫 걸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보수의 제1과 제1장이기도 하다! 현 정권 담당자들이 진짜 보수(保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