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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5배 넘는 국가면적에도 단 한그루 감염목 찾아 방제

전준혁기자
등록일 2015-12-07 02:01 게재일 2015-12-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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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못 볼 날 오는가
▲ 두 번의 재선충병 피해가 발생한 엑스트레마두라 지역은 포르투갈과 마주한 국경이 산림으로 이뤄져 있다.

6천여 관찰포인트 정해 구역별로 샘플채취·예찰활동 펼쳐

`관찰-적발-퇴치` 3단계 관리… 4번의 감염피해 전부 처리

글 싣는 순서

①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이해

② 경북지역의 피해 상황

③ 포르투갈의 재선충 피해와 방제

④ 스페인의 재선충 피해와 방제⑤ 소나무재선충병 극복 가능한가

□ 스페인, 3단계 관리

1999년 유럽지역에서 재선충병이 최초로 발생했던 포르투갈은 이내 국가 전역이 감염돼 실질적인 퇴치가 불가능해졌다. 이후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개입과 국가별 방제지침 마련에 따라 포르투갈과 국경을 마주한 스페인이 방어 최전선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다.

성과도 눈여겨 볼만하다. 유럽 전체로 재선충병이 확산하는 것을 막고자 심혈을 기울인 스페인의 노력은 지금까지 총 4번의 감지된 재선충병을 전부 처리했고, 3단계 관리를 통해 우리나라보다 약 5배가 넓은 국가면적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단 한그루의 재선충병 감염목을 찾아내 방제하는 놀라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발 빠른 대응은 바로 철저한 관리프로그램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어 가능했다. PNC(National Contingency Plan)라는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EU의 지침에 따라 각 국가가 의무적으로 매년 작성해야 한다.

스페인의 경우 PNC를 통해 관찰-적발-퇴치에 이르는 지침을 마련하고 재선충병이 발생하게 되면 PA라는 집중 프로그램에 따라 방제를 시행하게 되며 이 중 스페인 PNC는 전체 지역을 위험도에 따라 3가지로 분류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포르투갈 국경으로부터 20㎞안에 속하는 `높은위험도`지역과 20~100㎞의 `중간위험도`지역, 100㎞ 이상의 `저위험도`지역이 이러한 분류이며 각각 4㎢, 16㎢, 64㎢로 구역을 세분화해 관리하고 있다. 스페인의 소나무산림 규모는 700만㏊(전체삼림의 약 50%)로 총 6천곳의 관찰포인트가 이렇게 나뉜 구역별로 샘플채취 및 예찰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2008년 발생했던 스페인 내부 최초 감염도 이런 방법을 바탕으로 조기적발이 가능했다.

▲ 3차 발생지에서 베어낸 최초 감염목 자리에 흰색 표시가 돼 있다.
▲ 3차 발생지에서 베어낸 최초 감염목 자리에 흰색 표시가 돼 있다.

□ 2008년 11월 감염목 최초 발생

지난 2008년 11월 포르투갈에서 40여㎞ 떨어진 엑스트레마두라 지역의 카세레스 북쪽에서 스페인 최초의 재선충병 감염이 발생했다. 이는 포르투갈을 제외한 유럽지역의 첫 발생이었으며, 당시 PCN를 통해 적극적인 예찰활동을 펼치고 있던 스페인은 해당 지역에서 단 한그루만의 감염목 발견에 성공하고 방제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즉시 반경 20㎞ 지역에 대해 집중적인 분석에 들어가 확산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해 반경 3㎞ 내 모든 소나무를 제거했으며, 반경 3㎞~20㎞ 지역은 3~4번(1년) 집중검사를 실시해 위험요소 제거에 나섰다. 이후 제거작업에 들어간 이듬해 2월에서 4월까지 시행된 집중 방제작업에서 처리된 소나무는 총 3만t 규모. 투입된 비용(제거 및 예찰)도 2009년 한해에만 약 250만 유로(한화 약 31억) 수준으로 전체적으로는 500만~600만 유로를 들여 2013년도까지 관리를 지속, 현재는 방제를 마무리 지었다.

2차 발생은 2010년 11월 포르투갈 국경에서 북쪽으로 7㎞ 떨어진 갈리시아 지역으로, 인근 목재산업지역의 밀반입된 소나무 때문에 재선충병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에는 1차 발생 이후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PCN를 효율적으로 수정해 최초 발생과는 다른 방제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생태계 파괴방지와 환경보호 등의 이유로 반경 1.5㎞ 내부의 소나무만 전부 제거했으며, 반경 1.5㎞~3㎞는 집중·계속적 감시, 반경 3㎞~20㎞ 지역은 3~4번(1년) 집중검사를 시행했다. 이 지역에서는 목재산업체 옆에서 총 7본의 재선충병감염목이 확인됐고, 2011년 2월부터 5월까지 제거작업에 들어가 2만t 이상을 처리해 현재는 청정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3차 발생은 2012년 2월 포르투갈과 국경과 불과 580m 떨어진 카세레스 북서쪽으로 1차 발생지와 마찬가지로 단 한그루만의 감염목을 예찰로 적발했다.

특히 스페인 정부는 이곳의 감염을 기존과는 다른 자연적인 확산이라는 점에 주목했으며, 숲의 집중도가 높아 곤충의 이동거리가 극히 낮다는 점을 파악하고 반경 500m의 소나무만 제거한 뒤 관리를 지속해 오고 있다.

4차 발생은 3차 발생이 국경 최근접지인 것과 달리 2013년 12월 포르투갈과 약 40㎞ 떨어진 카스틸라 이 레온 지역 살라망카 서쪽의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다. 이곳 인근에는 소나무 산림도 없었으나 도로 옆 작은 소나무숲 조림지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한 것. 스페인 정부는 포르투갈 연결 고속도로인 이곳에 트럭휴게소가 있다는 것을 파악, 원인을 수송수단에 의한 확산으로 보고 대대적인 PNC프로그램의 수정에 들어갔다. 작은 소나무 조림지에서 100본 이상이 적발돼 조림지 전체를 안전상의 이유로 제거했으며, 반경 14㎞ 지역을 감시지역으로 설정했다. 또한 이번 발생에 따라 국가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3단계 관리 프로그램이 정착되는 계기가 됐으며, 임의적인 화물차 검사를 통해 인위적인 확산에도 신경을 쓰게 됐다.

▲ 엑스트레마두라 피해지역에 설치된 페로몬 트랩 내부를 담당자가 들어 보이고 있다.
▲ 엑스트레마두라 피해지역에 설치된 페로몬 트랩 내부를 담당자가 들어 보이고 있다.

□ 방제작업, 그 후

스페인은 단 한 본의 감염에 대해서도 500만~600만 유로를 투입해 완벽에 가까운 재선충병 박멸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는 EU와 스페인정부가 반반씩 부담하긴 하지만, 단지 투입되는 예산이 많다는 이유만이 성공적인 방제의 전부는 아니다. 6천여곳에 달하는 관찰포인트를 일일이 설정하고 이를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지만, 매년 진화해나가고 있는 PNC라는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현장에서 예찰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력에 대한 철저한 교육도 큰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재선충병의 생물학적인 이해와 피해연구 및 퇴치 등 다방면의 교육을 이수한 현장인력은 이를 바탕으로 피해지역 방제와 확산·재발생 감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하늘소 밀도를 줄이기 위한 연구에도 여러 대학과 연구소가 참여하는 등 트랩을 활용한 매개충 박멸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피해현황 등 각종 정보를 전문 웹사이트를 통해 게시하고 있어, 언론 홍보와 함께 국민 전체가 소나무재선충병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있다.

스페인 농림부 제랄도(Gerardo Sanchez Pena) 재선충병 담당은 “인근 포르투갈 발생을 계기로 시행했던 예찰 프로그램이 스페인으로의 확산을 방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지금은 좀 더 효율적인 조기적발로 최소지역만 제거할 수 있도록 PNC를 마련, 비용 최소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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