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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등록일 2016-03-16 02:01 게재일 2016-03-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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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석 창
이따금 폭설이 내려

집과 집으로 난

마을과 마을로 난

길을 지워버리는 것은

그리하여 너와 나를 오도 가도 못하게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일러주려 하심이다

그리하여 그리움의 전용도로인

하얀 길을 만들게 하려 하심이다

그리하여 눈이 녹을 때까지

밤새워 긴 편지를 쓰게 하려 하심이다

그리움의 자음과 모음이

맨발로 하얀 길을 가게 하려 하심이다

시인은 폭설로 마을과 마을 사이의 길이 지워져버리고 고립되어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를 단순한 소통과 교류의 단절만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쉽게 만나지 못하도록 폭설로 길을 지워버림은 그리움을 더 깊은 그리움으로 깊어지게 하려는 하늘의 뜻이 있다는 것이다. 하여 그리움이 더 짙어져서 밤새워 긴 편지를 쓰게 하려 하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를 읽은 내내 가슴 한 쪽이 싸아해지고 사르락 사르락 소리내며 가슴 속으로 흰눈이 내려앉는 느낌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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