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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합집산의 정당들

등록일 2016-04-07 02:01 게재일 2016-04-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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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더불어 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 통합민주당, 새천년민주당, 평화민주당, 새정치 민주연합….

`민주`자가 들어가는 역대 정당 이름을 나열해 보면 10개가 훌쩍 넘는다.

`민주 글자가 들어가는 이름 만들기` 퀴즈 놀이를 하는 기분이다. 해방후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정당 이름은 비공식 이름까지 합하여 100여개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하도 많은 이름을 쓰다 보니 이름이 소진되어 이제는 새로운 정당 이름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소송도 최근 일어났다.

최근 민주당은 민주당명 부당 오남용 피해근절을 위한 유사당명 및 약칭당명 사용금지안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한다. 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이 뚜렷이 구별된다고 한 법원의 가처분기각 결정과 달리 일선 선거 현장에서 당명 관련 혼란이 극심하다”고 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나 후보들에 대한 당명 혼용으로 정당 지지가 왜곡됨과 동시에 유권자들의 혼란은 깊어지고 있으며 민주당 후보들의 피해호소도 계속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민주당이라고 잘못 부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선관위에서 불허한 `더민주당` 약칭 사용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민주당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국민들의 정당 명칭에 대한 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길에서 시민들에게 현재 한국의 정당이름을 대라고 하면 정확히 댈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될 것 같다.

필자는 새정치 민주연합이 태어난 정확히 2년 전 “또 새로운 정당인가?”라는 칼럼을 쓴 기억이 난다

그리고 2년이 지났고 또 그 정당은 이름을 바꾸고 탈당한 사람들이 또 다른 정당을 만들고 그 수많은 정당이름에 또 두 개의 정당이름이 태어났다.

공천을 둘러싼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정치적인 소신도 없는 듯 소속 정당을 마구 갈아치우는 모습을 보면 정치인이 무슨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난다.

미국, 영국 등 정당의회주의 선진국가들에 비하여 한국에서는 왜 정당들의 이름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정치인들은 그런 정당들을 오고 이합집산을 하는 것일까? 그건 한마디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당은 개개인 정치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일 뿐이다.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이리저리 정당이름을 바꾸고 정치인들이 이합집산을 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 정당의 역사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지속돼 왔고 이에 국민들은 정말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정치에 역겨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는 2개의 주요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이 200년 가까이 미국 전통을 지켜왔다. 두 정당은 다양한 계층의 미국인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광범위한 정치적 견해를 수렴하고 있다. 의원이건 국민이건 미국에서 소속정당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정당의 뿌리는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의회정치의 시조로 꼽히는 영국은 거의 200년 동안 보수당과 자유당, 노동당 등으로 발전해 보수당, 노동당의 양당체계가 자리잡았다. 의원내각제로 운영되는 정부는 의회를 지배하기 위한 정쟁이 치열하지만 양당제는 확고하다.

정당이름을 바꿔 크게 정치가 나아진 경우를 별로 본 기억이 없다. 또한 계산에 의해 이리 저리 정당을 옮기는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한 경우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정당 이름보다 소속 정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진정 국민을 위한 자세이다.

정치인 개인의 필요에 의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이리저리 정당을 옮겨 다니는 모습은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한다.

이제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속이고 순간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그리고 당선을 위해 정당을 만들고 해산하고 그리고 정당을 이리 저리 옮기는 이기적인 행동을 멈추어야 한다.

수없이 많은 정당이름으로 국민을 혼돈시킬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성실하고 애국적인 자세를 보여 주길 정말로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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