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유라시아 대륙의 맨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면 맨 서쪽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이 있다.
그 리스본의 벨렘 지구의 테주강변에는 포르투갈의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바스코다가마와 그의 용감한 선원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서 있다. 기념탑이 있는 자리는 실제로 바스코다가마가 기나긴 인도 항해를 떠난 자리라고 한다.
최근 방문한 리스본에서 필자는 그 기념비를 바라보면서 찬란한 해양 강국 포르투갈의 영욕의 세월의 반추와 함께 우리 한국 조선산업의 침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해양조선산업을 견인했던 현대, 한진, 대우, 삼성 등 한국 조선업체들의 위기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한국경제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해양조선산업을 선도하면서 거대 공룡 산업으로 몸집을 부풀렸던 한국 조선산업이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은 해양조선산업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네덜란드 같은 과거의 해양 강국이나 일본, 스웨덴과 같은 해양산업 강국 자체가 영원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한국은 한때 조선 수주량 세계 1위를 자랑하면서 일본에 이어 조선산업의 맹주로 위용을 떨쳤다. 일본을 추월한 것은 10여 년 전이었고 그 위세는 대단했다.
서방 진영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 시장경제의 경쟁 속에서 기업 자본과 기술력, 거대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조직력과 정치적 지원 아래 공룡 기업으로 몸집을 불려 나갔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부실한 예측, 무리한 수주 경쟁, 부실한 경영방식에 의한 과도한 차입금, 그리고 중국의 한국 추월로 한국 조선산업은 몰락의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기 전에 조선사 경영진은 사람이 많이 들어가는 조선업의 한계와 미래발전방향을 고민해야 했을 뿐 아니라 거기에 맞춰 과감한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을 했어야 했다. 전 세계 조선소는 10여 년 전 600여 개에서 현재 400여 개로 200개 가까운 조선소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중 3분의 1은 인도물량이 없는 조선소라고 한다. 이는 향후 더 많은 조선소가 이같은 존폐 위기에 처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위기 극복 방법은 무엇인가?
중국은 경기둔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됐으며 한때 300여 개였던 조선소를 반으로 줄였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형조선소를 육성하겠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정하고,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 키워드는 기업 인수합병 및 통폐합으로, 현재 40여 개의 조선소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현재 국내 조선 4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국민경제 전체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데 지금 언론에 거론되거나 정부가 구상하는 조선산업 구조조정방안은 대부분 인력구조조정과 채무구조조정으로 보여진다.
문제는 각 회사가 몇 만명이나 되는 엄청난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서 일시에 몇 만명의 인력을 감축하기에는 그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
조선업의 구조조정은 이미 늦었다. 세계 경기가 침체국면이고 중국이 거대시장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간과한 것은 큰 실수이다. 늦긴 했지만 구조조정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포르투갈의 명물로 관광객을 끌고 있는 에그타르트는 리스본 벨렘지역의 한 수녀원에서 우연히 만들어 졌다고 한다. 수녀 복장을 빳빳하게 하기 위해 계란의 흰자위만을 쓰고 난후 남은 노른자위의 활용방안을 고민하던 중 개발한 에그타르트는 기술경영에서 회자되는 `예상치 못한 기회`의 산물이다.
이제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 조선업의 불황은 한국 경제와 실업문제가 걸려있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구조 조정에 실패하고 미래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치유를 위한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적절한 대응으로 제2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에그타르트의 지혜로 조선산업의 위기가 극복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