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위 개최 무산 파장은<BR>친박 조직적 보이콧 양상<BR> 金 혁신위원장마저 사퇴<BR>비박 “당 아닌 패거리 집단” <BR>당내 갈등 전면전 비화할 듯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서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구성안 의결이 17일 불발되면서, 수면 아래서 신경전을 벌이던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이에 따라, 총선 패배 이후 한달 동안 우와좌왕만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새누리당은 이번 전국위 개최 무산으로 한층 더 수렁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던 김용태 의원이 사퇴를 선언하면서 당내 갈등은 전면전 수준으로까지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하기 위해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잇따라 개최하기로 했으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정진석 비대위원장 선출 및 김용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 구성 모두 추인에 실패했다. 또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도 무한정 미뤄졌다.
특히, 이날 구성안 의결 불발은 53명이라는 상임전국위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계파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하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는 이에 대해 친박계의 조직적인 방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비박 중진 정두언 의원은 앞서 회의장을 떠나면서 “이건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라며 “동네 양아치들도 이렇게는 안 할 것이며, 정당 역사상 이렇게 명분 없이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보이는 경우는 내 기억에 없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새누리는 자유민주주의냐 아니냐를 따지는게 아니라 특정인에 대한 충성심을 따지고 있다”며 “보수정당이 아니라 패거리집단”이라고 친박계를 겨냥해 비판했다.
실제로 친박계 김정훈 의원은 “회의장에 친박계 의원은 한 두 명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비토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비상대책위원 및 혁신위원장 인선은 원점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이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친박계에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즉, 혁신위원장에 비박계 인물을 내세화고 공세의 고삐를 쥐고, 전당대회를 유리한 국면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이야기다.
비박계의 한 의원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계파청산을 내세우며 비박계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 자체가 의구심이 든다”면서 “김용태 의원의 혁신위원장 내정 사퇴도 이 같은 차원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전국위가 무산되자 곧바로 회의장을 떠났다. 정 원내대표는 당혹감과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