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설립된 포스텍이 올해 30주년을 맞이한다.
30년 전 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결단과 김호길 초대 총장의 배짱으로 만들어진 포스텍은 한국의 서울 아닌 지역에서도 초일류 대학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영국 타임즈는 설립 50년 이하 대학 중 포스텍을 세계 1위로, 그리고 세계의 모든 대학을 통틀어서 세계 28위로 포스텍을 랭크하기도 했고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여러 차례 한국 1위의 대학으로 랭크되었다.
그런 포스텍은 최근 격동의 몇 년을 보낸 후 작년 9월 새로운 총장을 맞이해 새로운 출발을 했다.
그리고 이제 1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지금 포스텍은 30년 행사 계획을 세우기에 분주하다. 조금 늦었지만 30년사를 편찬하고, 역사물 찾기, 음악회, 동아시아 총장회의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현 시점에서 포스텍이 30주년을 맞이해 무엇을 해야 하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지난 수년간 캠퍼스를 격동으로 몰아넣었던 이슈가 있었고 그 기간 동안 역동력을 많이 상실한 포스텍의 상처는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그 하나의 현상이 전통적인 포카서(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의 삼각구조)에서 학생들의 포스텍 선택권이 줄어드는 현상을 최근 입시에서 경험했다. 지난 몇 년 간 남들이 뛰고 있을때 포스텍은 혼돈의 세월을 겪었기 때문이다. 국가과학자를 비롯해 여러 유능한 교수들을 잃었다. 또한 대학의 대내외적 평가는 상대적인 하락을 겪고 있다.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정성적인 요소로는 대학의 명성이 있고, 정량적으로는 입학생의 성적과 국내외 대학평가(랭킹) 등이 있다.
물론 포스텍이 자랑하는 대학의 연구능력은 위의 세 요소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그 영향은 장기간에 걸치고 또한 전략적인 접근 없이는 쉽게 반영되지 않는다.
포스텍은 짧은 역사와 규모 면에서, 삼각구조에서, 명성 부분에서 늘 불이익을 감수해 왔다. 이런 와중에 대학평가의 하락도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입학생의 성적으로 승부를 걸기에는 위험적 요소가 많다는 판단도 문제이다. 초대 김호길 총장의 절대 커트라인의 승부수도 이제는 교육부가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설립 30년. 이 시점에서 포스텍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포스텍은 확고한 방향을 세워야 한다.
그냥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한국에서 상위권 대학의 하나로 그냥 남을 것인가?
아니면 확고한 방향을 세우고 흔들리고 있는 위상을 다시 잡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인가?
논어에는 사람이 나이 서른이 되면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어 자기 인생의 뜻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하여 이를 이립(而立)또는 입지(立志) 한다고 쓰여 있다.
30세가 된 포스텍은 이제 이립의 경지에 와 있어야 한다. 목표를 확고히 세우고 흔들릴 수 없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포스텍이 이립의 경지에 와 있는지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구성원들과 외부인들에게 확고한 포스텍의 목표와 흔들리지 않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지를 명확히 알려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형식적인 30년 행사보다는 “진정한 도약을 위한 혼신의 힘이 들어간”행사들이 확고한 목표와 방향 설정 하에 기획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획은 감동적이고 글로벌적이어야 한다.
2011년 중국 칭화대학이 10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100년의 도약을 선언하고 중국 국가총리와 세계 초일류 대학들을 초대하여 캠퍼스에 모여 기념식수를 한 행사와 최근 카이스트가 개최한 세계총장들의 캠퍼스 투어를 통해 창의적인 연구결과들을 보여준 행사 등은 그 밑바닥의 정신이나 스케일 면에서 포스텍이 충분히 참고 해야할 행사들이었다. 30세의 포스텍은 이립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