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멈추면 인생도 끝이다. 그만큼 우리 삶은 선택의 연속(連續)이다. 크고 작은 선택으로 인간의 생은 마지막 날까지 지속된다. 버스에 한 자리만 비어 있으면 우리는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자리만 비어도 선택해야 한다. 그 정도로 선택은 축복이자 고민(苦悶)의 원천이다. 그래서 자의식(自意識)이 미약하거나 사소한 선택에도 괴로운 사람은 남에게 선택권을 넘긴다. 다수결에 순응하겠다는 얘기다.
요즘 신공항 얘기로 밀양과 가덕도가 시끌벅적하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나온 이야기가 급기야 종점(終點)으로 치닫는 모양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 문제는 마침표를 대하는 사람들의 내면세계다. 신공항 부지 타당성 조사가 끝나면 어느 한 곳은 환호성을 지를 터이고, 다른 쪽은 고개를 숙일 터. 그런데 최종결론이 나기도 전에 불복(不服)하느니 어쩌니 하는 얘기들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2005년 11월 2일에 있은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일명 방폐장)` 부지선정을 보자.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겠지만, 전국 4개 예비지역을 두고 벌인 주민투표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경주시가 89.5%의 찬성률로 군산과 영덕, 포항을 누르고 최종부지로 선정됐다. 환호하던 경주 시민들과 풀이 죽은 여타 주민들의 표정이 지금도 선하다. 하지만 경주 시민들은 방폐장 건설로 얼마나 행복하고 부유해졌는지, 묻고 싶다.
`님비현상` 때문에 중앙정부가 부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현상금을 걸어야 했던 방폐장 사업. 돈을 내면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돈이 없다면 위험시설이나 혐오시설을 짓지 못하게 하는 볼썽사나운 풍경이 되풀이되는 현실. 신공항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밀양과 가덕도가 마치 티케이와 피케이를 나누는 것처럼 진영싸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기 때문이다. 양자대결이 과열되어 이대로 가다가는 파열음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원칙을 확인했으면 한다. 첫째, 밀양과 가덕도의 양자택일(兩者擇一) 전에 김해공항 확대방안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밀양이든 가덕도든 김해공항보다 나은 입지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기존의 공항 인프라를 확충하고, 새로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필요한 부지를 구입한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리라 믿는다. 만일 이런 판단이 옳다면 공항부지 선정은 즉시 중단돼야 할 것이다.
둘째, 결과에 승복(承服)하는 것이다. 밀양도 가덕도도 모두 대한민국 영토 안에 있다. 우리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후손들에게 넘겨주자는 일에 토를 달지는 못할 것이다. 결과에 군말 없이 동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공정한 판단을 흐려서는 안 된다. 권력을 소유한 특정집단이나 정파의 유-불리를 따져서는 결과의 공정성이 의심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최대한 공정한 규칙에 따라야 할 것이다.
넷째, 공항이 아무리 소중하다 해도 우리의 몸보다는 귀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두 어깨가 천하보다 무겁다!”는 장자(莊子)의 말을 새길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가 의지해서 살아가는 육신(肉身)이다. 그것을 위한 공항이고 정치며 지역정서라는 얘기다. 눈앞의 크고 작은 이해관계에 함몰(陷沒)돼 진정으로 귀하고 값진 것을 소홀히 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결정적으로 부언(附言)하자면, 결론이 나면 의연하고 당당하게 결론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순리(順理)고 아름다운 미덕이므로! 선택은 쉼 없이 우리를 찾고 또 찾아올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