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3살의 정말로 꽃다운 나이다. 검사에 임용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검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부장검사로부터 모욕과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해당 검사 이외에도 김모 부장검사로부터 모욕을 받은 검사들이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나도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해당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김모 부장검사와 같이 일했을 때를 `지옥`이라고 회상했고, 결재판으로 머리를 맞으며 욕설을 들어야 했으며 때로는 밤을 새서 만든 보고서가 눈 앞에서 찢겨지는 치욕을 당했다고 한다.
연수원 동기 990명 가운데 712명이 뜻을 함께했다고 하니 이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간다.
해당 검사의 어머니는 `다른 검사들이 아들과 같은 고통을 받지 않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고 하면서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김 모 부장을 해임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한다”면서 아들의 죽음에 오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조사하는 검찰의 자세에서는 큰 온도 차가 느껴진다.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고 하는 검찰은 “김 부장검사가 문제가 많은 것은 확실하다”며 “징계수위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는데 이는 제 식구 감싼다는 비난을 면키 힘들어 보인다.
인간에게 가장 참기 힘든 게 `모멸감`이다.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도 인간이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것은 자존심(Self-Esteem)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자존심을 인간의 가장 바탕이 되는 욕구로 분류한다. 그런 자존심의 붕괴로 필자도 여러 친구를 잃었다.
10여 년 전 장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명 그룹의 2세인 그는 검찰조사를 받고 나온 후 사무실에서 뛰어내렸다.
몇 해 선배이긴 해도 친구 같은 선배였고 젊은시절 같은 직장에서 함께 동고동락을 하면서 해외출장도 같이 다니던 친구는 아주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대학도 국문과를 나와 감성적인 면이 다분했는데 검찰의 조사에서 모멸감을 도저히 참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그러나 조금은 계산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공대 출신 친구 한 명도 이런 모멸감으로 떠나갔다.
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활약하던 그 친구는 몇 년전 조그만 도시의 시장으로 선출되어 한 도시의 장을 맡게 되었다. 이공계 출신으로 논리적이고 덜 감성적인 친구였다. 그러나 예산 집행에서 나타난 문제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나온 직후 한강물에 뛰어들었다. 당시 친구를 구하려고 물에 뛰어든 운전기사도 함께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최근엔 대전연구단지 내의 큰 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던 절친하던 친구가 특허를 얻은 발명품에 대하여 투자가들의 압박 등으로 법적인 문제가 얽히면서 모멸감을 받으며 힘들어 하던 중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친구들의 사망 사건을 보면서 인간에게 있어서의 자존심의 중요성과 모멸감에 대한 저항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들의 효율성 향상에 대한 압박과 고충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조직일수록 자존심을 존중해주는 인간적인 조직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인간을 다스리는 법을 집행하는 기관일수록 더욱 인간적인 조직으로 성장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걸 그들이 사용하는 법을 통해서라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아픈 가슴으로 해당 검사의 명복을 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