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김용태 단일화 합의<BR>주호영은 동의 미룬채 관망<BR> 친박 `표분산 우려` 행보 주목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출마한 비박계 당권 주자들의 단일화 협상이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전대 구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정병국·김용태 의원은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28일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정 의원과 김 의원은 각각 경기와 서울을 지역구로 둬 지지 기반이 겹치는 데다 양측의 주변 지원 세력도 많이 겹쳐 일찌감치 단일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당초 정 의원은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에 난색을 표했다. 여론조사가 설문지 구성이나 응답률에 따라 결과 편차가 심할 수 있고 5선을 지내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당 사무총장을 포함한 각종 당직을 거쳤기 때문에 정 의원이 3선인 김 의원의 양보를 바랐던게 사실이다. 전대 유권자의 70%를 당원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친박(친박근혜)계에 비해 조직력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비박계 후보로서 표가 분산되면 결국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비박계 주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따라서 단일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정 의원이 김 의원의 협상안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등록은 29일 하루만 진행되는 만큼 사실상 이날이 데드라인이다. 일단 후보등록을 마치고 나면 지지자들과의 정치적 신뢰를 지켜야하는 부담이 있고 중도 사퇴할 경우 기탁금 1억원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따라서 후보등록을 마친 주자들로서는 완주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후보등록 이후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비박계 4선의원인 주호영 의원이 단일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당장 단일화에 동의하지 않아 변수는 남아 있다. 주호영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박계 당권 주자인 정병국·김용태 의원이 전당대회 후보 단일화를 합의한 것에 대해 “단일화 명분, 시기, 방식에서 달라 단일화를 하지 않는다”라며 “단일화 제안은 받았지만, 견해와 다른 부분이 있어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만약 계파 대결로 가면 차선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정·김 의원간 1차 단일화 이후 공식 선거운동 과정에서 2차 단일화 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친박계 이주영 의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계파청산에 역행하는 배신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 의원은 “계파를 청산하고 대화합을 하라는데 단일화를 통해 또 다른 계파 대결을 하자는 것은 당을 계속 계파의 투우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배신행위”라면서 “이는 계파 패권주의를 연장하자는 것인데 이는 영원히 끝내야 할 부끄러운 유산”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친박계에서는 표면적으로 단일화 논의가 없는 상태다. 원박(원조 친박)이었다가 이제는 중립으로 분류되는 한선교 의원이나 현 정부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의원도 단일화에는 아예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비박계가 2차 단일화를 통해 전당대회 이전에 완전 단일화를 이룰 경우 표분산을 우려한 친박계 역시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