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등록일 2016-08-04 02:01 게재일 2016-08-04 18면
스크랩버튼
▲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한국의 대표적인 여자 사학인 이화여대가 최근 몸살을 앓고 있다.

수백명의 이대 학생들이 학교 본관과 계단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고 교수들을 감금했다가 며칠 만에 풀어주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학생들은 `독단적 추진` `학위 장사` 등의 이유로 학교가 설립하기로 한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 사업을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와 상관없이 아마도 반대의 내면적인 이유는 이화여대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가 저하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일 것이다.

이화여대는 지난 100여년간 한국 여성 교육의 명문대학이었고 학생들이 혹시나 그러한 명성에 흠이 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와 비슷한 예가 포스텍에서도 있었다. 지난 1986년 문을 연 포스텍은 8년 후인 1994년 최고경영자 과정(PAMTIP)을 개설했는데, 당시에도 지금 이대가 겪고 있는 그러한 유사한 상황을 겪었고 반대에 부딪혔었다.

연구중심대학으로 문을 연 포스텍이 과연 이러한 사회교육 과정을 필요로 하는가? 라는 질문이 학교 내부에서 반론으로 제기되었다.

당시 이 과정을 발의하고 준비하던 필자는 이러한 반론들을 설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주임 교수를 맡게 되었는데, 그 후 22년간 여러 변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기업인, 공무원, 전문가들의 계속 교육의 장으로 자리를 굳혔고 1천명에 가까운 졸업생들은 지역과 국가에 봉사하면서 포스텍에서의 교육과정을 보람 있게 실천하고 있다.

사실상 하바드, 스탠퍼드, 옥스퍼드 같은 세계적인 명문대학들도 모두 사회교육과정이나 계속교육의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이러한 과정은 대학의 사회봉사, 기회균등의 제공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상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대학의 명성에 걸맞는 `사회봉사`의 차원에서 칭찬할만한 일이다.

대학은 연구, 교육 이외에도 사회에 대한 봉사의 책임을 가지고 있다.

연구, 교육을 통해 얻은 대학의 명성은 오히려 이러한 봉사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세계적 명문대학들이 이러한 과정 때문에 명성에 흠이 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미래 라이프 대학` 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재정 지원사업, 이른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의 일환이다.

교육부는 직장인, 경력단절여성들을 중심으로 평생 학습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연간 30억원을 지원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을 추진했고 여러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이대는 학년당 정원 200명 규모의 미래라이프 대학을 설립해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 전공`과 건강, 영양, 패션 분야를 다루는 `웰니스(Wellness) 산업 전공`을 개설, 내년도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여러 참여 대학 중 주요 유명대학들의 참여가 적은 가운데 이화여대의 참여는 오히려 신선하고 돋보였다.

지금 농성 중인 학생들에게 이화여대의 그러한 프로그램은 여자 사학의 명문 이대의 명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다.

이대생들이 오히려 그러한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직장인, 경력단절여성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는 것에 더 관심을 갖고 기회균등의 이슈에 더 관심을 갖는다면, 이대생들이 얼마나 더 멋지게 보일 것인가?

서의호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