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불출마 왜?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바른정당·정의당을 방문했고, 반기문 전 총장의 공보팀에서는 `카카오톡 단톡방`을 새롭게 개설하는 등 완주 의사를 피력했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은 “기자회견을 혼자 준비했다”고 답했다.
반 전 총장이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는 최근 여론조사의 부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기에 빅텐트론도 정치권의 이해득실로 장담하기 어렵고, 자신을 향한 검증이 본격화되는 만큼, 명예를 위해 스스로 퇴장하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오전까지만 해도반 총장 각 당 돌며 인사
합류한 인사 소식도 전해
점심시간에 불출마 결심
선언문 작성 뒤 기자회견
◇반기문 지지층은 패닉이날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는 마포 예비캠프를 패닉 상태에 빠트렸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결심은 캠프 참모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날 오전 일부 언론에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합류 소식이 전해지자 캠프 관계자들은 취재진들에게 합류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또 한쪽에서는 3일 여의도 대하빌딩의 200평짜리 사무실로 캠프를 이전하는 작업 때문에 분주했다.
반 전 총장도 이날 오전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를 예방하고 기자회견 직전인 오후 3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나는 등 공식 일정을 묵묵히 소화했다. 이때까지도 참모들에게 불출마와 관련해 아무 귀띔이 없었던 것이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이날 “점심시간에 반 전 총장이 혼자 2시간 정도 캠프 집무실에 머물렀다”며 “아마 그때 불출마를 결심하고 (선언문을) 쓴 거 같다”고 밝혔다.
◇밀리는 여론조사·지지층 확보 실패
반 전 총장은 이날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등이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방증하듯, 반 전 총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비해 약세를 보여왔다. 언론과의 불화 등을 겪으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등 20%대의 지지율이 10%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떨어진 지지율은 쉽게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은 것이 불출마 동기로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은 핵심 지지층 확보에도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개헌협의체 구성`이라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정치권으로부터 `개헌을 정략적 도구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3지대에서 빅텐트를 통해 범보수 진영을 통합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가는 길이 맞지 않아 셔터를 내렸다”고 말할 정도였다.
TK지역 한 의원도 “반 전 총장이 `나는 세계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라며 정치권에서 자신의 생각을 따라줄 것이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기문 검증
반 전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순수한 애국심이 인격살해와 가짜 뉴스로 폄훼됐다”며 “나와 가족, 유엔의 명예에 상처를 남겼다”고 했다. 앞으로 있을 검증을 우려했던 것이다. 귀국 후 퇴주잔, 턱받이 논란 등으로 각종 구설수에 시달렸다.
또 동생과 조카의 뇌물수수 혐의 기소나 본인의 뇌물수수 의혹 등 본선에서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비리 의혹이 연일 터져나왔다. 더 나아가 유엔 사무총장 시절 실적과 평가 등으로 인한 정치 공격이 이어지면서 쌓아올렸던 명예가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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