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潘 “대선 불출마”… 신드롬이 신기루로

박순원기자
등록일 2017-02-02 02:01 게재일 2017-02-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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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교체와 국가통합 위한 순수한 꿈 접겠다”<BR>귀국 20일만에 전격 선언… 기성정치 비난도<BR>여야 “충격적… 결단 존중” 표명 속 셈법 분주<BR>지역정가 “보수단일화 기치 유승민에 주도권”
▲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본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진영의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12일 귀국한지 20일 만이다. `보수 대안`으로 불렸던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물밑에서 진행되던 `보수 단일화`를 놓고 여야의 셈법이 복잡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기사 2, 3면> 특히, `대구·경북 대표주자`를 놓고 반 전 총장과 경쟁관계에 있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이며, 지역 정가도 변화의 요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뜻을 결정했다”고 대선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저는 1월 12일 귀국 이후 각계 각층의 국민을 만나 민심을 들을 기회를 가졌다”며 “전 세계를 돌면서 성공과 실패의 나라 지도자들을 보면서 미력이나마 몸을 던지겠다는 일념으로 정치 투신을 심각하게 고려해 왔고, 그리하여 갈갈이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 대통합을 이루고 분권·혁신 정치를 이루려는 포부를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순수한 애국심은 인격 살해, 가짜 뉴스로 인해 정체 교체 명분은 실종되고,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를 남김으로써 결국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쳤다”면서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실망했다.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오늘의 결정으로 그동안 저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과 그간 제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신 분들 그리고 저를 도와 가까이서 함께 일해온 많은 분들을 실망시켜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는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면서도 “그러나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겠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나 아니면 안된다는 유아독존식의 태도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TK 대표주자론` 힘 받나

지난해 12월부터 반 전 총장에게 가장 큰 지지를 보였던 대구·경북은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카드`로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의 상승세를 견제하려던 새누리당의 의도도 한풀 꺾일 것이라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야권의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이길 `단일 보수후보론`을 제안했던 유 의원은 이날 “정치를 직접 하지 않더라도 유엔 사무총장 등 평생의 경륜과 경험을 대한민국을 위해 소중하게 써주기를 바란다”면서 “갑작스러운 소식이지만 고뇌 끝에 내린 결정으로 존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불출마는 유 의원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당장 TK 대표주자는 유승민 밖에 없다”면서 “유 의원을 중심으로 지역의 정가가 개편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여야는 반 전 총장의 급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에 “매우 충격적이다. 결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등 셈법 계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소집해 대책 논의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또 대구를 방문 중이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오후 일정을 취소하며 상경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반 전 총장이 기성 정치권의 편협한 이기주의에 실망했다고 했다.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로 우리의 큰 자산을 잃어버렸다”고 말했고,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대변인은 “불출마는 뜻밖이다.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대선후보로서 검증을 자처했다. 결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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