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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시대의 글쓰기

등록일 2017-03-03 02:01 게재일 2017-03-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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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래<br /><br />시조시인<br /><br />
▲ 김병래 시조시인

원시시대에는 예술의 장르가 구분되지 않았다. 관혼상제나 제천의식(祭天儀式) 등에서 분장을 하고 노래하며 춤추던 것이 모든 예술의 원형이었다. 거기서 음악과 미술, 문학, 무용, 연극 등의 장르가 갈라져 나왔다.

문학의 경우, 단순한 노랫말에서 출발하여 문자의 발명과 인쇄술의 발달을 거치면서 여러 장르로 세분화 되고 전문화 되어왔다. 시에서 희곡과 소설이 갈라져 나오고 수필과 평론이 보태져서 장르마다 전문적인 작가가 배출되는 것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인류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인터넷 매체는 예술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령,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전에는 시를 한 편 썼어도 발표할 지면이 한정되었고, 어렵게 발표를 했더라도 달이 바뀌고 계절이 지나서야 일부 제한된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게 고작이었다. 일반인들이 문학작품을 접할 기회도 흔치가 않았거니와 독자의 반응을 작자가 알아볼 길도 막연하였다.

지금은 어떤가. 인터넷에 무슨 글이든 올리기만 하면 그 즉시 전달은 물론 독자의 반응과 상호소통까지 가능해졌다. 실시간 전달의 기능이야말로 인터넷시대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가 있다.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 사건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으로 실시간 전달과 소통과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인터넷 글쓰기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인터넷 이전에는 비전문가가 글을 써서 발표할 기회는 거의 없었는데 비해, 지금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무한정으로 글을 써서 발표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구태여 전문가의 자격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문학 장르의 구분이 불분명해지는 현상도 인터넷 글쓰기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발표의 지면이 문예지나 개인이 발간하는 책인 경우와는 달리 구태여 장르의 구분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시나 수필, 칼럼 등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자유롭고 유용하게 글쓰기를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원시시대의 미분화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음악과 미술과 문학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퓨전(fusion)의 시대가 도래한 것도 인터넷 시대의 특징이다. 한 편의 글을 그림이나 사진, 음악과 함께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가능해졌고, 그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표현 수단이 된다면 구태여 마다할 이유도 없는 일이다.

기왕의 문학 장르를 무시하거나 파기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인터넷 시대의 글쓰기는 종래와는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것은 비단 문학이나 글쓰기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양식, 소위 `라이프스타일`의 문제이기도 한 것으로 새로운 인식과 담론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 글쓰기는 이제 우리 삶의 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되었다.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소통의 수단으로 단연 손꼽힐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법으로도 더 없이 요긴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에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를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이 교양인들의 필수가 되었다. 부단히 자신과 주변을 성찰해서 새로운 의미와 감동을 찾아내어 글로 정리해보는, 글쓰기의 생활화야말로 삶을 보다 건강하고 풍성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그것이 남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길이 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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