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통발 어획물 훔치고<BR>쳐놓은 어구는 칼로 훼손<BR>울진 등 범죄율 폭증 추세<BR>작년에만 4억여원 피해액<BR>어획량 감소 겹쳐 `이중고`<BR>해경 특단 대책 마련해야
경북 동해안에서 다른 어민이 쳐놓은 어구와 어획물을 훔쳐가는 `해적선`이 활개를 치고 있다. 자신들의 조업에 방해되는 어구를 칼로 자르는 등 고의로 훼손하는 범죄도 만연해 가뜩이나 어획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8일 포항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최근 3년(2014~2016년)간 경북 동해안에서 발생한 어구 절도사건은 총 27건이다. 지난해에는 12건이 발생해 2014년 6건보다 2배 증가하는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피해 어민들이 검거가 어렵다는 이유로 신고를 아예 기피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금액도 다른 지역보다 높다. 경북 동해안은 대게와 홍게잡이 어선이 많아 한 번 어구를 도난당하면 피해액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른다.
실제로 지난해 3월 28일 울진 죽변항 동방 9마일 해상에서 통발 1만840개를 도난당한 A씨는 1억2천400만원의 피해를 봤다. 지난해 집계된 어구 도난 총 피해금액은 총 4억5천500만원이다.
어자원 고갈에 따른 조업난이 이어지면서 일부 몰상식한 어민이 다른 어민의 어구를 칼로 자르거나 겹치기 투망을 일삼는 등 어구손괴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2시께에는 저인망어선 B호(35t·경주 감포 선적) 선장 B씨(57)가 울진 후포항 북동방 약 12마일 해상에서 저인망조업을 하면서 다른 어선이 쳐놓은 대게자망그물을 칼로 자르는 등 고의로 훼손한 혐의로 해경에 붙잡혔다.
최근 3년간 경북 동해안에서는 총 77건의 어구손괴 사건이 발생했으며, 2015년에는 34건이 발생해 전년(12건)보다 183% 폭증했다. 지난해는 소폭 감소하긴 했으나 31건이나 발생하면서 지역 어민 간 `조업 전쟁`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역별로는 울진이 34건의 사건이 발생해 갈등이 가장 많은 조업구역으로 나타났다. 이어 포항(19건), 영덕(18건), 경주(3건) 등의 순이다.
포항해양경비안전서는 지속적인 홍보와 단속활동으로 어구 도난이나 손괴 사범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어민들 사이에서는 `신고해봤자 뾰족한 수가 없다`는 공권력 불신이 팽배하다.
통발어선 선장 김모(53·울진) 씨는 “소위 `해적선`들이 통발 안에 어획물을 털어가는데 그치지 않고, 통발까지 훔쳐가면서 피해를 당한 뱃사람은 먹고살기가 막막하다”면서 “30여년 간 바다생활을 하면서 해상에서 발생하는 절도나 어구훼손 범죄는 단속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해경의 단속 의지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포항해경은 “바다 특성상 CCTV 등 감시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피해가 접수되면 용의 어선의 항적 추적 등을 통해 범죄사실을 밝히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찬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