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안동 일가족 자살` 조카·노모는 원치않은 죽음

손병현기자
등록일 2017-04-06 02:01 게재일 2017-04-06 4면
스크랩버튼
함께 참변 당한 여중생<BR> 전날밤까지 친구들과 게임<BR> 경제적 어려움 등 신변비관<BR> 큰아버지 등 극단적 선택에<BR> 할머니와 함께 피해자로…

안동에서 가족 3명과 친조카 등 숨진 일가족 4명 중 조카는 잠을 자다 의도치 않게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5일 안동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여중생 A양(13)은 지난 2일 오후 9시까지 친구와 온라인 게임을 했고, 다음날 오전 10시 30분께 큰아버지 가족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사업실패후 모인 삼남매가족

1년6개월 이웃과 왕래 않아

대부업체 독촉 받을 만큼

힘든 생활로 자살 선택한 듯

경찰은 A양의 의도와 상관없이 큰아버지 B씨(47) 남매들의 극단적인 선택의 피해자로 보고 있다. 숨진 B씨가 작성한 유서에는 “동생들과 이야기를 해봤지만, 그냥 같이 가는 것으로 결론지었다”는 내용이 있다.

B씨가 여동생(45)과 남동생(42)이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숨진 B씨의 어머니(68)와 A양은 삼남매의 결정을 알지 못한 채 함께 잠을 자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B씨는 장갑을 끼고 있었고, A양과 어머니가 잠든 틈을 타 방 안에 연탄불을 피웠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A양이 학교에 나오지 않자 담임교사가 집을 찾았다가 발견했다.

A양 등은 모두 안방에서 발견됐으며, 방안에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타다 남은 연탄이 올려져 있었다. 거실과 안방 창틀에는 창문이 없었고, 추위를 막기 위해 종이상자와 테이프로 막아 놓은 상태였다.

주방 식탁에는 5개의 잔과 컵라면, 밑반찬, 칼 등이 있었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빈 컵라면 용기가 있었다.

이들은 2015년 8월 안동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A양의 아버지(42)가 사업에 실패하자 2014년 8월께 일가족은 도시를 떠나 문경에 터를 잡았다가 1년 만에 안동으로 옮겨왔다.

정착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마을 주민들과의 왕래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주민 박모씨(63·여)는 “집에 사람이 몇이 사는지, 안 사는지 모를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았다”며 “마을 행사 때마다 집을 방문해 음식을 건네며 행사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지만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B씨가 쓴 유서에는 `동생의 사업실패와 주식투자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이 컸다`는 내용과 `주변에 미안하다. 부검하지 말고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으니, 가족 모두 화장해 한 곳에 합장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B씨의 여동생은 미혼이었고, B씨와 A양의 아버지는 2005년과 2006년 차례로 이혼했다.

이때부터 다섯 식구가 서로 의지하며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가족의 수입은 연금과 기초수급비 등을 합해 한 달에 50만 원 남짓이었고, 부족한 생활비는 일용직 노동을 해 근근이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유서에서 “생활이 어려워지자 임시방편으로 몇 곳에서 돈을 융통해 썼는데, 더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유서와 함께 대부업체의 독촉장도 발견됐다.

앞서 지난 3일 오전 10시 30분께 안동시 임동면의 한 주택에서 A양과 B씨, B씨의 어머니, 여동생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양의 아버지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다.

안동/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