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봄볕, 아름다운 날

등록일 2017-04-07 02:01 게재일 2017-04-07 17면
스크랩버튼
▲ 김주영<br /><br />수필가
▲ 김주영 수필가

봄볕에 잠깐 졸았다.

깨어보니 미래의 어느 날 아침이다. 칼로리를 정확하게 계산한 요리를 먹었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마음과 감성을 파악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로봇과 함께 생활을 한다. 나도 최첨단 `감성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과 생활을 한지 6년이 되었다. 오늘은 `DRY100극복프로젝트`수업을 듣는 날이다. DRY100극복프로젝트는 DRY100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듣는 감정생성치료수업이다.

이 바이러스는 로봇에 의해 편리한 생활을 하면서 생긴 병이다. 모든 생각과 고민을 로봇이 대신해주기에 감정변화에 문제가 생겨서 세포가 죽고 체액이 마르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어떤 진화도 할 수 없다. 감염된 후 백일 내에 눈물을 흘리면 이 병은 완치가 된다. 이 수업은 오랜 연구 결과 끝에 만들어진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이다. 눈물이 최고의 특효약이며 유일한 치료법이다. 지난 수업에는 나를 제외한 모든 참석자가 눈물을 흘렸기에 이번 수업은 나 혼자 듣는다.

오늘은 NO-1004-POEM-LEARNING 백신로봇이 강연을 한다. 세계최고의 과학자들이 49일 만에 업그레이드해 완성시켰다. 지금까지 바이러스 감염된 사람들이 모두 치료가 되었기에 더 이상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 않았다. 10년 만에 새로운 버전의 백신로봇이 만들어진 셈이다. 나는 오늘 꼭 울어야 한다. 이번 강의를 듣고도 울지 못하면 나는 약으로 버티다가 열흘 후에 사라진다. 내 몸에 남아 있는 감정들이 모두 말라서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아직은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 약도 백일이 지나면 효과가 없다. 내가 존재할 수 있는 날은 열흘밖에 없다.

기계의 발전으로 생활은 편리해지고 그 편리함에 인간의 감각들이 퇴화되는 상상을 해보았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한다면 비현실적인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 상상했던 인공지능(AI)이 우리의 현실 깊숙이 파고들고 인간과 기계와의 소통방법은 진화되어가고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공지능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사람의 마음과 감성을 파악하는 감성인공지능까지 개발을 하는 IT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필요에 의해서 만든 로봇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기계에 인간의 목숨마저 종속되는 막막한 시대가 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을 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겼다. 알파고의 승리로 인공지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본다. 인간의 감정처럼 규칙을 찾기 힘든 `비정형 데이터`들을 분석해 차가운 인공지능이 아닌, 따뜻한 감성을 가진 인공지능을 개발을 한다고 한다. 인간의 감각과 감성(感性)같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한 인공지능로봇이 감정(感情)을 대신할 수 있을까? 감정의 변화가 심하면 문제가 되듯 느끼지 못해도 큰문제이다. 인간의 고유한 감정은 이론적 데이터분석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공신경망을 기반으로 프로그램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고 탐색하고 추론 능력을 갖춘 로봇이 만들어져도 감정까지 생산해 낼 수는 없다. 감정은 무엇인가? 감정은 인간의 고유한 창조의 산물이다. 감정은 외부적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보다 더 신비로운 것은 인간의 내면의 그 어딘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좋은 눈물을 흘리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은 슬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눈물은 인간이 만드는 최고의 보약이며 감정의 표현의 보석이다.

울지 못해 죽어야 하는 미래의 현실에서 따뜻한 봄볕아래 다시 돌아왔다. 며칠 전부터 창밖 목련이 온 힘을 다해 꽃등을 환히 밝힌다.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다. 그대도 이 아름다운 봄 햇살에 눈물이 나는가?

Essay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