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당신들의 세월호

등록일 2017-04-14 02:01 게재일 2017-04-14 17면
스크랩버튼
▲ 김병래<br /><br />시조시인
▲ 김병래 시조시인

일주일에 한두 번 차를 몰고 31번 국도를 오간다. 왕복 2차선 도로라 제한 속도가 시속 60km 이하다. 하지만 그 규정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70km는 넘지 않으려고 조심을 한다. 그런 나를 비웃는 듯 다들 잘도 추월을 해간다.

침몰한 지 삼 년 만에 흉물스런 모습으로 인양된 세월호가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다. 그 동안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느냐고.

사건 발생 후 자취를 감추었던 청해진 해운의 실세인 유병언은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침몰하는 배에 승객들을 남겨둔 채 저들만 살겠다고 빠져나온 선장과 항해사, 그리고 인명구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해경의 정장 등은 유죄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다. 한편으론 무능하고 부실한 정부를 규탄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라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그 여파로 당시의 대통령도 다른 죄목이긴 하지만 탄핵을 당해서 지금은 구속이 된 채 수사를 받고 있다.

부분적으로 미진한 데가 없지는 않겠지만 이로써 사건의 전모는 거의 드러난 셈이고 주요 책임자들도 처벌을 받았다.

그랬다고 죽은 사람들이 살아 돌아올 리는 없지만 어쩌겠는가, 이쯤에서 수습을 하고 다시는 이 같은 참상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만반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남은 과제가 아니겠는가.

해운사의 경우 돈보다는 인명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기본에 충실하고, 만약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신속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평소에 충분히 숙지하고 수시로 훈련을 할 것이며, 관계 당국은 엄정한 감시와 감독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고, 국민안전처 역시 각종 재난이나 사고에 대비하여 철저하고도 체계적인 매뉴얼을 확립하고 유사시에 차질이 없도록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출 것 등이다.

세월호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그것이 기업이나 정부의 한두 사람의 과오나 실수로 빚어진 참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이고 총체적인 병폐의 일각이었다. 사회 전반에 만연된 탐욕과 이기심, 불법과 비리와 사고에 대한 불감증이 고쳐지지 않는 한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사건의 책임자들과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에 수많은 민중이 참여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노란 리본을 옷깃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래서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느냐는 질문 대해서는 선뜻 내 놓을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기자가 말했다. 노란 리본을 달고도 교통법규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 오늘 우리의 민낯이라고.

세월호 참변에 대해 슬퍼하고 분노하고 규탄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들의 세월호`에 대해서이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어도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연간 5천명에 가까워 선진국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매년 세월호 같은 참사가 15건 이상 발생하는 것과 같은 수치다. 그 사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목숨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물론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를 내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때문에 억울하고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누구라도 운전대를 잡고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난폭운전을 자행하는 순간에는 `세월호`의 선장이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날마다 십 수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세월호의 경우와 얼마나 다른가. 비단 운전자들뿐이겠는가. 사회 곳곳에서 온갖 비리와 불법을 일삼고 조장하거나 묵인하는 사람들 역시도 제2 제3의 세월호 사건의 가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이라는 세월호의 선주이자 선장이 아니겠는가.

Essay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