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키보드를 영문설정에 두고 한글로 `눈`을 입력하면 `SNS`가 된다. 눈과 SNS? 참 재밌는 관계이다.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는 인터넷 환경과 모바일 환경을 기반에 두고 있다. 상호 관계맺음에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매개체가 된다. 흔히 컴퓨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컴맹이라 부른다. 맹(盲)도 눈과 관련된 단어가 아닌가. 나는 컴맹이 아니지만 가끔씩 SNS 이용에 둔감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동안 만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경우를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어디에 있었고, 누구와 무엇을 했으며 먹은 음식의 맛은 어떠했는지 등등. 직접 말한 적이 없는데 나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 당혹스런 경험을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이 그날 내가 다녀온 모임과 낮 동안 있었던 행사의 이야기로 안부를 물어왔다. 마치 점쟁이처럼 말이다. 지난 가을부터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는데 나의 모든 근황을 알고 있었다. 그분은 내 친구와 아는 사이로 서로 페이스북 친구였고, 디지털 인맥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가 쓴 글과 사진을 실시간으로 접하며 나의 생활 대부분을 알고 있었노라 했다.
각종 메신저와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카카오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SNS로 연결된 채널을 통해 수많은 정보와 의견이 오고 간다. 개인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도 하고 취미, 관심사 등으로 자신을 알리기도 한다. SNS를 기반으로 형성된 관계망은 미디어를 통한 인간관계의 확장이다. 사건(Events) 활동(Activities) 생각(Ideas) 관심(Interest) 등을 공유하게 된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는데도 몇몇의 정보로 개인의 삶을 유추해 볼 수도 있다. 천리안이나 관세음처럼 천 리 밖을 보고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밤하늘의 별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망원경을 만들고 우주의 별을 관측하고 직접 가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옷깃을 스치지 않아도 SNS공간에서는 수많은 인연과 마주친다. 만남과 인연의 관계망에서 타인의 개인정보는 무방비로 노출된다, 수많은 눈들이 SNS라는 공간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SNS게시물은 공개된 창이다. 그 창을 통해서 소통하는 세계는 무한하다. 직접 만나지 않지만 눈으로 보고 만난 듯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 SNS가 발달하고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사람사이의 관계망에서는 흔한 일이 되었다. 이런 관계 맺음은 먼 곳에 있는 사람들과의 실시간 소통의 장점도 있지만 악용되었을 때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SNS에 사진을 올릴 때 좀 더 신중해야 할 것 같다.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고 원시인 취급을 받더라도 SNS 이용에 둔감해지려는 이유다. 감정과 소통을 숨긴 포커페이스의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색이 짙은 안경을 쓰고 햇빛을 가려서 눈을 보호하듯 SNS 환경에서 타인의 삶도 배려하자. 보여 주는 것과 보여 지는 것. 지혜로운 생각의 눈으로 SNS 활용하자.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한 유형에 속하는가` 하고 생각해 볼 만큼 메신저로 친구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감성을 공유한다. SNS를 이용해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서 대화한다. 문자 대화의 한계는 재밌는 소재로 구성된 이모티콘을 구매해 감정표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하고 감정을 느끼며 마음으로 소통 하는 것. 눈동자를 바라보고 말을 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 사람 마음의 창을 보고픈 것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눈을 먼저 바라본다. 그리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SNS로 만나는 수많은 눈들 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의 눈. 무한천공(無限天空)에 가장 빛나는 별, 마주 바라보는 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