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bR>재적 이사 13명 중 12명 찬성<bR>공사 일시중단 의결<bR>비상임 이사 7명 중<bR>단 1명만 반대 의견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정부의 꼭두각시 역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수원 이사회는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과 관련한 회의가 무산된 지 하루 만인 지난 14일 오전, 경주시 북군동에 위치한 스위트호텔에서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었다. 이사회는 이 자리에서 재적 이사 13명 중 12명의 찬성으로 공사 일시중단을 의결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적이사의 과반수인 7명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이 의결되는 상황에서 12명이라는 절대적인 수치가 나온 것이다.
상임이사는 이관섭 사장을 비롯해 남주성 상임감사위원, 전역택 기획본부장, 전휘수 발전본부장, 윤청로 품질안전본부장, 이용희 사업본부장 등 회사 운영책임자 6명으로 회사운영 방침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이번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 의결은 7명의 비상임 이사 가운데 1명만 찬성을 해도 통과되게 돼있다.
회의 결과는 무려 6명의 비상임 이사가 찬성 의견을 냈고 반대한 이사는 조성진 이사 뿐이었다.
정부의 중요 정책 현안을 결정하는데 비상임이사 대다수가 의견을 통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비상임 이사들이 소신 없이 정부 정책 판단의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기습 이사회는 이날 오전 9시께 시작돼 30분 만에 일사천리로 종료됐다. 이사회 개최를 원천 봉쇄해온 한수원 노조원들은 뒤늦게 기습 이사회 사실을 알고 호텔을 찾았지만, 이미 회의는 종료된 상태여서 손을 쓸 방법도 없었다.
한수원 노조는 “이사회 결정 무효 소송이나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며 행동을 예고했고, 서생면 주민들 역시 “조만간 한수원 이사회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원전중단 대책특위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한수원 이사회는 대한민국 법과 절차를 무시한 대통령의 불법 명령을 맹목적으로 수행한 영혼 없는 거수기로 추락해 향후 벌어질 법적 소송 등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고 규탄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가 정책을 밀실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날치기하듯 처리한 것은 대단히 잘못”이라며 “한수원 이사회는 당장 이번 결정을 취소하고 공론화 과정을 먼저 거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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