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 6호기 일시중단 <bR>13명 중 12명 찬성 `의결`<bR>이사회 날치기 기습 통과로<bR>정책추진 과정 불신 자초<bR>노조·주민 비난 목소리에<bR>공론화委→시민배심원단<bR>남은 절차도 형식화 우려
정부의 탈월전정책이 출발부터 불신의 비판을 받고 있다.
탈원전의 시작점인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의결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며 탈원전 정책의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원전 건설 중단여부는 앞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최종 결정할 예정이지만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의사결정으로 미뤄 이 역시 답을 정해놓은 하나마나한 절차에 불과할 것이란 우려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한수원의 강경일변도의 탈원전정책은 국민 갈등과 혼란만 가중시키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원전시설이 모여있는 경북은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4일 경주 스위트 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중 공사 일시중단 계획`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3면> 한수원은 전날 경주 본사에서 한수원 노조의 반발로 이사회가 무산된 후 추후 일정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본사에서 이사회를 여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이날 이사회에는 이관섭 한수원 사장을 포함한 상임이사 6명, 비상임이사 7명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적이사 과반수인 7명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된다. 이날 참석자 중 12명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에 찬성했다. 의결 반대자는 비상임이사 1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안건이 통과됨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위한 공론화위원회`구성에 본격 착수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9인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을 제외한 8인의 인사는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분야에서 각각 2명씩을 뽑는다.
공론화위원회가 3개월간 활동을 펼친 뒤 원전건설 중단여부는 시민배심원단에 의해 최종 결정된다.
이처럼 기습 이사회를 통해 한수원이 안건을 통과시키자 한수원 노조, 인근 주민, 원전업계 등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한수원 노조는 지난 15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건설현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지금까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원전을 가동했다. 한수원 이사진이 과거 정부에서는 원전이 필수라더니 정부가 바뀌었다고 졸속으로 건설중단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표자 50여 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대통령 면담요구, 강력한 대정부 투쟁, 이사진 퇴진 운동 전개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원전 인근 주민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사 중단에 반대하는 울산시 울주군 주민으로 구성된 범울주군민대책위원회는 “정부가 법에도 없는 원전 일시중단을 결정하고 한수원이 꼭두각시가 돼 의결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