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시험발사 도발에<BR>`일반환경평가 뒤 배치` 번복<BR>발사대 4기 임시 배치키로<BR>지역민들 “수용 못 해” 반발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2, 3면>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국제적인 대북 대응 공조가 불가피해지자 문재인 정부가 사드 4기 임시배치로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9일 북한의 ICBM 시험발사가 전해지자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사드 미배치 발사대 4기의 추가 임시 배치를 지시했다.
직전 일반환경영향평가 이후 사드 배치를 결정한다는 방침에서 급히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먼저 사드를 임시배치하고 환경영향평가가 나오면 배치를 최종 결정하겠다며 기존 정책 노선을 수정한 것.
정부는 지난해 7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등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뒤 지난 4월 성주골프장에서 사드 장비 일부가 배치되는 등 사드배치 절차가 숨가쁘게 진행돼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10~15개월이 소요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사드 배치 여부 최종 결정하기로 방침을 정하며 사드조기배치 가능성이 물건너가는 듯했지만, 2개월만에 번복됐다.
청와대는 관계자는 “이미 (발사대)2기가 임시로 배치된 시점에서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될 시점이지만 북한이 도발함에 따라 4기 임시배치가 진행되고 그에 따른 한미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임시배치를 먼저 하고 환경영향평가는 그대로 진행하면서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시점에 다시 한 번 최종적인 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설명은 안보환경의 급변에 대응해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크게 수정한 것.`임시`란 관형어를 씌웠지만 과연 환경평가결과에 따라 기존 및 추가배치된 사드 발사대를 빼내는 등 현실을 뒤집을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사드 최종배치가 굳어지는 국면으로 전환되자 지역주민들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드철회 운동의 거점인 초전면 소성리 마을 주민들은 마을회관앞에 모여 “올 것이 왔구나”라며 탄식했다. 주민들은 발사대 6기 중 4기를 추가 배치한다면 사실상 사드체제가 완료된다는 점에서 일반 환경영향평가도 사드배치에 적합하다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주투쟁위·김천시민대책위측은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불법배치된 사드발사대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전략 환경영향평가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략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시행 이전에 사업 타당성까지 점검하는 것으로 이미 배치한 사드 장비를 모두 철수한 뒤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주투쟁위·김천대책위가 공동 운영하는 소성리 종합상황실 강현욱(교무) 대변인은 “지금까지 줄곧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반대하고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라고 요구해왔다”며 “전략 환경영향평가로 사업 타당성을 점검한 후 주민설명회, 사업공고, 토지수용 등 절차를 이행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주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이장은 “배치된 사드를 운용하면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 사드 운용을 중단하고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희주 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정부의 일반 환경영향평가 시행은 사드배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전병휴·김락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