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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국기업

등록일 2018-01-04 21:11 게재일 2018-01-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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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 뉴베리라는 곳에서 2018년 새해 아침을 맞고 있다.

미국에서 삼성전자의 야심찬 가전제품 허브가 될 뉴베리는 지금 공장 신축공사로 한참 북새통이다. 현장은 어지럽게 널려진 건축자재와 1월 중순 선보일 첫 제품 생산 라인을 시험 운전하는 모습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빠 보였다.

이 뉴베리에 필자가 들른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막내아이가 근무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삼성이 인근대학들과 연구개발(R&D) 컨소시엄을 맺어 미국 내 삼성 중심축으로 키우려는 계획 때문에 한국대학들과의 R&D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최근 기사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생활가전제품의 콘셉트·R&D·생산·유통·서비스 등 모든 단계를 책임지는 허브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클렘슨대학,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등과 `팔메토 컨소시엄`을 체결했다. 팔메토 컨소시엄은 삼성전자와 현지 관계자들이 향후 5년간 신제품 개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첨단 제조와 센서 기술 등 가전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기술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대학들을 직접 방문해 클렘슨대학 연구부총장,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공대 학장 등과 만나봤다. 클렘슨은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그리고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은 이 지역에 공장이 있는 보잉과 연결한 보잉 프로젝트가 열기를 띠고 있었다. 이 대학들은 엔지니어링·정보기술·컴퓨터공학 분야의 리서치 프로그램에서 미국 톱 클래스로 인정받는 곳이다.

그러니 한국대학 교수의 방문을 대 환영하는 모습이었다. 클렘슨에서는 자동차 디자인에 관한 비디오를 봤고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선 공대 학장 안내로 직접 보잉프로젝트 실험실 투어를 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향후 이 지역에 1조원이 넘는 투자를 하며, 우선 2020년까지 3억8천만 달러(약 4천억원)를 투입해 1천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니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적극적으로 삼성 입지를 돕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 미국 동남부 지역은 한국 기업들의 공장 건설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가동중인 조지아 웨스트포인트의 기아자동차 공장과 알라바마 몽고메리의 현대자동차 공장은 각각 3천명 가까운 직원을 고용해 미국 동남부지역의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인근엔 50개가 넘는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가 진출해 있다.

뉴베리의 삼성 가전제품 공장 건설은 이 두 개의 자동차 공장과 함께 최근 LG가 건설중인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가전제품공장과 더불어 미국 동남부 한국 제조 기업체의 핵심을 이룰 전망이다. 이미 달라스에는 대규모 삼성 스마트폰 및 반도체 중심의 공장과 지사가 들어서 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뉴베리라는 이 조그만 도시에 20년 전 고려제강이 `Kris Wire`란 제품으로 진출했다는 사실이다. 그 공장은 그곳에 우뚝 서 있었다.

조지아-알라바마 85번 고속도로 벨트라인에 퍼져있는 한국 중소기업들과 함께 얼마든지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미국진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교민은 줄 잡아 3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국토는 작고 인구는 상대적으로 많은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국가의 힘은 면적이나 인구숫자에 상관없이 얼마나 세계로 뻗어나가는가 하는 영향력에 의해 결정된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같은 나라들이 좋은 예이다.

한국기업의 미국 진출은 이제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건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토 및 인구 확장의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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