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일주일 남짓 남았다. 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은 `Citus, Altius, Fortius`라고 한다.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 전세계 모든 스포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바라며, 운동을 통하여 건강한 경쟁의 한 마당을 만들어 보자는 정신. 그래서 올림픽 기간에는 모든 전쟁을 멈추고 모든 다툼은 잠시라도 그 갈등과 싸움을 멈추며 참된 스포츠 정신으로 공정하고 아름다운 한 판의 겨룸을 해 보자는 것이 올림픽 정신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팽팽한 긴장 가운데 거의 전쟁의 그림자마저 드리웠던 한반도에도 모처럼 평화로운 나눔과 평화의 기운이 물씬 스며있는 것이 아닌가.
한반도는 이제 지구상에 거의 홀로 남은 분단의 상징인 것이다. 세계인의 마음에 한반도는 어떻게 그려져 있을까. 같은 민족이면서 물리적으로 나뉘어져 대치와 긴장을 거듭하면서 전쟁의 가능성을 떠올려야 하는 운명. 상징처럼 차갑고 얼어붙은 이 겨울에 온 세계가 한반도로 모여드는 풍경은 더없이 포근하고 따뜻한 기대를 가지게 하는 것이 아닌가. 마침, 평창올림픽의 슬로건은 `하나된 열정`이라고 한다. 온 세계가 하나가 되고, 모든 세대가 하나가 되며, 기술과 인간도 하나로 어울리는 광경을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의 표현으로 보인다. 갈등과 다툼으로 가득한 한반도에도 평화와 화합의 한 마당을 얼마든지 펼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와 세계인의 기대가 평창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平昌은 평화롭고 번창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대한민국이 여러 의미에서 평화롭고 번창해 가는 나라가 되어가는 동시에, 이제는 험한 세상에 다리를 놓고 평화의 기운을 앞당기는 `평화(平和)의 창(窓)` 역할을 맡았으면 하는 것이다. 다툼을 잠시 멈추고 스포츠로 하나가 되지만, 그 동안에 누리는 평화와 화합의 기운을 보다 영구적인 다짐과 실천으로 만들어 가는 첫 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동계올림픽의 무대가 마침 한반도이며 평창이기에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자칫 핵전쟁의 그림자마저 넘실거렸던 한반도가 인류의 항구적인 평화를 노래하는 첫 무대가 된다는 그림은 참으로 멋지지 아니한가.
올림픽에 전 세계가 평화를 희구하며 어우러질 뿐 아니라 갈등의 직접 당사자인 남과 북이 함께 하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도 참으로 다행이라 하겠다. 북한이 이 기회를 올림픽정신에서 벗어나는 기대를 가지고 접근하거나 이를 그 외의 목적에 이용하려는 듯한 모습을 다소 보이는 것은 우려되는 바이다. 북한이 진정한 올림픽정신으로 돌아가 한반도에 긴장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이 땅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게 하는 데에 함께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또한,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를 오히려 의심과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아 역대 올림픽이 추구하여 온 정신에 반하는 언급이 이어지는 것도 걱정이 되는 것이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하여 한 마음으로 노력하였던 초심과 진정성으로 돌아가 평창올림픽이 성공할 수 있도록 기대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남과 북이 서로 화합할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하여 한반도가 새 희망의 근원지가 되어갈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날들이 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평창올림픽 슬로건 `하나된 열정`의 영문표기는 `Passion. Connected.`라고 한다. 나라와 문화를 연결하고,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열정. 차별과 차단을 극복하고, 다양성과 풍성함에 기대를 거는 열정. 21세기는 혐오와 차별을 떨쳐내고 모두가 어우러지며 함께 하겠다는 의지. 이제 올림픽정신을 올림픽에만 가둘 것이 아니라 평창올림픽을 넘어 나라와 세대를 품어내는 더 높은 희망으로 만들어 갔으면 하는 것이다. 평창이 `평화의 창`이 되길 기원하는 바이다. 단절과 분열은 이제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 갈등과 다툼은 이제 그 고집을 내려놓아야 한다. 세계와 우리 모두는 평화에 목이 마르지 않은가.